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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논술 이렇게 쓰세요

2007.04.02

서울대 학생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는 서울대 논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논술 모의고사(2007.2월)에 대해 인문계 자연계 각 1문항을 선택하여 모범적인 예시답안을 공개하였습니다. 인문계 예시답안과 관련된 사항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라며, 해설 전체를 여람하시려면 첨부파일을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래 문항은 현재의 세계화와 과거 조선 말기의 대내외적 상황에 대한 비교하는 논제로, 역사적 상황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하고 정당화를 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하였습니다.

[해당논제]
논제 1. 제시문 (가)는 개화기 직전 조선 사회의 상황을, 제시문 (나)는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기술하고 있다. 이 두 상황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하시오. (400자 이내)
논제 2. 오늘의 세계화 상황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제시문 (다)를 참고하여 당시 조선 사회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시오. (1,000자 이내)
* 단, 자신이 마련한 대책에 대해 예상되는 반론과 이에 대한 자신의 재반론을 포함하시오.

[제시문]
(가)
함경 감사 조병준이, “저 사람들(러시아 인)이 덕원부 용성진과 대흥부 대강진에 이르러 포(砲)를 쏘아 갯가의 백성이 죽고 저들의 배가 때도 없이 오고 감을 낱낱이 들었는데, (중략) 갯가의 백성이 탄환에 맞아 죽은 데에 이르러서는 전례에 없던 일이다.” 라고 하였다. (「철종 실록」 6, 철종 5년)

임금이 있으면 나라가 있는데 오늘날의 형세는 나라가 있으나 믿을 것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나라라는 것은 백성이 모인 것이고, 백성을 모으는 것은 재물입니다. 안으로는 왕실과 정부가 모두 텅 비고 밖으로는 미곡 창고가 모두 고갈되었으니 녹봉을 계속 지급하기 어렵고 진휼곡(賑恤穀)은 내주기도 어려우며 백성이 날로 초췌해지고 온 팔도에서 소요가 일어나니, 흰 수건을 둘러쓰고 몽둥이를 든 자가 걸핏하면 1만 명이 넘고, 관가를 약탈하고 관원을 살해하고 재변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승정원 일기, 고종 1년) (출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나)
‘세계 시장의 통합과 세계 각국에 대한 동일한 규칙과 기준의 적용’으로 요약되는 소위 ‘세계화’(globalization)는 미국을 비롯한 경제 선진국들의 주도로 이루어지면서 오늘날 선후진국 간 갈등의 핵심이 되고 있다. 세계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21세기 인류의 공동 번영을 위해서 세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하지만, 세계화의 반대론자들은 현재와 같은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는 세계 각 지역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무시한 채 전 지구적으로 획일화된 경제와 사회체제를 강요함으로써 국제적인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한다. 특히 비정부 기구(NGO)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자유교역의 확대가 개발도상국의 부를 선진국으로 이전시키는 하나의 방편이며, 이로 인해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 간의 빈부 격차도 더욱 심화되고,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 초래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

일본과 싱가포르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소식은 우리 정부와 경제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가 칠레와 FTA 체결을 추진하자, 이에 자극을 받아 뒤늦게 협상을 시작한 일본이 먼저 세계 경제의 협력에 동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주요 국가 중에서중국과 타이완을 제외하고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우리나라의 이와 같은 고립은 개방경제를 지향하는 나라로서 잃는 것이 많다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그리고 수출과 해외 투자 분야에서의 타격도 우려된다. (출처: 고등학교 경제지리 교과서)

(다)
유럽 여러 나라가 중국에 침투해 오고 있습니다. 서양 사람은 자기들의 총포나 기선의 뛰어난 성능을 믿고 중국에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무기로는 그들과 맞설 수 없기 때문에 서양 세력에 눌릴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서양 오랑캐를 몰아내자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꿈에 불과합니다. 외국과의 평화를 유지하고 중국을 지키려면 그에 대한 방비가 있어야 합니다. 저의 어리석은 소견으로는 국가의 모든 경비를 절약하여야 하되, 병사를 기르고 총포나 군함을 제조하는 데 드는 비용만은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이홍장이 청나라 황제에게 올린 글」, 1862)

지금 나라의 문명화를 꾀함에 있어서 모조리 유럽을 목표로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또 모름지기 그쪽의 문명을 채택함에 우리의 인심과 풍속을 살펴 그 국체(國體)에 따라 정치를 준수하고 우리에게 적합한 것을 골라 취사선택해야 적절한 조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명에는 밖으로 드러나는 사물과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신의 구별이 있는데, 밖으로 드러나는 문명은 취하기가 쉽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문명은 찾아내기 어렵다. 나라의 문명화를 꾀함에 있어서는 어려운 쪽을 먼저 하고 쉬운 쪽을 나중에 해야 한다. (후쿠자와 유키치, 「문명론의 개략」, 1875)

<흥선 대원군의 양이보국책(攘夷保國策) 유시(諭示)>
1.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화친을 허락한다면 이는 나라를 파는 것이다.
2. 그 해독을 이겨내지 못하고 교역을 허락한다면 이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이다.
3. 적이 경성에 다다를 때 도성을 버리고 간다면 이는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4. 만약 잡술(雜術)이나 육정육갑(六丁六甲) 따위로, 또는 귀신을 불러 신기하게 침략자를 물리치고자 하면 이후에 생겨나는 폐단은 사학(邪學)보다도 더욱 심할 것이다. (「용호한록」 4, 1866)
(출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모범적인 학생 답안 예시]
<논제 1>
제시문 (가)는 매우 궁핍한 생활을 했던 때에 외세의 개방 압력을 받았던 조선 개화기 직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제시문 (나)는 세계화의 논란이 팽배한 가운데 FTA를 체결하여 세계화에 적극 동참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두 상황은 모두 개방을 앞두고 갈등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그러나 개방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제시문 (가)는 외세의 침략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제시문 (나)는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제시문 (가)에서는 자국이 아닌 외세가 개방을 무력으로 강요하고 있지만 제시문 (나)에서는 우리나라 스스로 개방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제시문 (가)에서는 나라 사정으로 보아 약소국의 위치에 있었지만 제시문 (나)에서는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할 정도로 나라가 성장하였다.

<논제 2>
한 나라가 외세에 대처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제시문 (다)에 나온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과 같이 개방을 거부하는 것이 있다. 다른 하나는 제시문 (다)의 중국의 사례와 같이 외세는 받아들이되 그들의 물질문명만 받아들이는 방안이 있다. 마지막으로 제시문 (다)의 일본과 같이 외세의 물질과 정신문명 모두를 받아들여 개화하는 방안이 있다. 이런 개화정책의 결과는 일본의 급속한 근대화와 조선, 중국의 식민지화로 나타났다. 이는 당시 조선이 당면한 문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당시 조선은 개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개방을 포기한 흥선대원군과 미진했던 온건개화파에 의해 근대화가 늦어지면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 이는 당시 조선의 대외 개방 정책이 실패했으며 일본과 같은 적극적 개방 정책이 필요했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그 당시 조선은 물질문명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까지 수용하여 근대화를 하루빨리 이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동도서기론을 주장한 온건개화파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은 물질문명만 받아들이자고 주장했지만 결국 미진한 개방정책을 실시하여 근대화에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서 정신문화까지 받아들이면 조선의 고유한 가치관과 미풍양속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신문화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물질문명을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에는 각 나라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질만 받아들이자는 주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늘날의 세계화를 비추어 볼 때 다른 나라의 생활양식이나 가치관 등이 유입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 유입된 가치관과 전통적인 가치관을 조화시켜 얼마나 창조적으로 발전시키느냐가 세계화에서 성패를 좌우한다. 그 당시의 조선도 정신문화의 유입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우리의 전통과 조화시키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물질적으로 발전을 이루고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 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모범답안으로 선정된 이유]
전체적으로 볼 때에 각 논제에서 주어진 조건과 맥락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작성한 답안이라고 생각된다. 이 답안은 구조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서 확실한 견해, 즉 전면적인 개방이 필요했으며 그것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후속조치가 취해져야 할 필요까지 지적하고 있다.
논제 (1)에 대한 답안에서는 제시문의 내용을 압축하여 요약하면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주어진 분량이 무척 짧음에도 불구하고 최대한의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논제 (2)에 대해서도 우선 제시문 (다)에 나타난 세 가지 견해를 요약하면서 그 중에서 후쿠자와의 견해를 채택하였다. 이렇게 요약한 후에 한 가지 견해를 채택한다는 것은 제시문의 내용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고, 각 견해를 분석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논제 (2)에 대한 기술에서 대원군과 온건개화파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지적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후쿠자와의 견해를 채용하여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펴야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 것은 논증의 능력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물론 결과적인 상황을 논증의 근거로 사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나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수준에서 본다면 나름대로 재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또 조건으로 주어진 반론과 재반론의 과정을 보면 오늘날의 세계화라는 상황에 비추어 볼 때에 개화기 직전에도 전면적인 개방, 즉 정신과 물질을 모두 이해하고 수용하는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은 상당한 논리적 능력을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이 학생도 다른 학생과 마찬가지로 고유한 가치관과 미풍양속의 붕괴를 논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이 학생은 어느 정도의 피해는 감수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며, 마지막에는 새로운 가치관을 전통적인 것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더 중요한 숙제로 남는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전형적인 절충주의라고 할 수도 있으나, 기술된 맥락을 볼 때에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이것은 전면적인 개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일관적으로 작용하면서, 그 일관성에 의한 부분적 피해를 방지하면 일관성 자체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문장을 적절하게 끊고 이어 쓸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답안 전체가 유연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2007. 3. 29
입학관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