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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전하는 외교관의 삶 - 오송 주포르투갈 대사를 만나다

2020.03.05.

대사관 집무실에서 오송 대사를 만났다.
대사관 집무실에서 오송 대사를 만났다.

대한민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나라 포르투갈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교관이다. 지난 1월 포르투갈을 방문하게 된 기자가 주 포르투갈 대한민국 대사관의 오송 대사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오송 대사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제19회 외무고시에 합격하여 시카고 영사, 캐나다 공사, 몽골 대사 등을 거쳐 현재 포르투갈 대사로 재직 중이다.

30년 넘게 걸어온 외교관의 삶, 외교관으로서의 면면을 묻다

오송 대사는 외무고시 합격 후 30년 넘게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다. 외교관이 된 계기, 외교관으로서의 사명, 기억에 남는 순간, 아쉽고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상투적이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할 ‘어떤 계기로 외교관이 되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오송 대사는 망설임 없이 “계기가 없다”고 밝혔다. 오 대사는 “누구에게나 많이 받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대답할 때 항상 난처한 질문”이라며 “어릴 때는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오 대사는 단지 여동생이 옆에서 ‘이름이 근사해서 미팅할 때 인기 있을 것 같다’고 하여 학과를 결정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교련은 F를 맞았었고, 학사경고도 맞아봤다는 오 대사는 졸업 할 때쯤에 이르러서야 진로가 걱정되어 수업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내용을 공부하면 되는 외무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송 대사는 기대했던 답변을 내놓지 않아서 미안하다면서도 “그러나 항상 내 사명이 뭔지에 대한 고민은 해왔다”고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오 대사는 자신이 한국을 대변해서 외교를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만큼 특별한 사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오래 고민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간에서 일하면서도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보면서 생각 또한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걸 잘 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일 수 있고, 그것이 곧 애국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오 대사는 “공적인 자리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면서 “그것만으로도 참 보람 있고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 직업을 선택하기를 참 잘 했다”고 웃어보이기도 했다.

한편, 오송 대사는 ‘정직’을 외교관의 최고 덕목으로 꼽았다. 외교관은 한국에서는 주재국을 대변하고, 주재국에서는 한국을 대변하는, 주재국과 한국의 매개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오 대사는 본인이 포르투갈과 한국의 매개 역할을 하는 만큼, 한국 사람들에게 포르투갈의 안 좋은 면을 미화하거나 반대의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교관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는 직무라는 생각이다. 오 대사는 실제로도 30년 넘게 ‘정직’을 최우선의 덕목으로서 살아왔다면서 “거짓 정보가 담긴 기사나 거짓말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화가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의 한국 대표에게, 포르투갈을 묻다.

오송 대사는 2019년 5월에 새로 포르투갈 대사관에 부임하였다. 그동안 생활하며 피부로 느낀 포르투갈만의 매력은 무엇일까? 대사의 시선에서 느낀 포르투갈의 매력을 물어보았다. 이에 오 대사는 포르투갈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채로운 역사’를 꼽았다. 오 대사는 “포르투갈은 리스본에서 포르투까지 300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작은 나라인데도, 그 300 킬로미터 사이의 도시들은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고 운을 뗐다. 예시로 기자에게 “포르투갈 디저트의 달달함을 좋아하는데,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카톨릭 국가였던 포르투갈은 신부님들의 옷을 다리는 데 달걀 흰자를 사용했고, 버려지는 노른자를 이용해서 수도원에서 에그타르트라는 음식을 만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포르투갈의 디저트가 노른자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노른자는 비린내가 나서 디저트를 달게 만들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오송 대사는 포르투갈의 매력을 좋은 날씨, 맛있는 음식, 양질의 와인, 달달한 디저트, 친절한 사람의 5가지 키워드로 정리하여 소개해주었다. 오 대사는 특히 “사람들이 참 매력적”이라며 “포르투갈 사람들은 영어를 잘 구사해서 여행 시 편하며, 신중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있어서 한국인과도 정서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오송 대사는 대사관의 입장에서 포르투갈 여행객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해외여행 중 국민들이 대사관에 연락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권 분실’과 같은 위급 상황이다. 우리 국민의 신변 보호와 여행 중 위기 상황에 도움을 주는 것도 대사관의 역할이지만, 오 대사는 “대사관이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오 대사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근처 좋은 음식점이나 관광지가 궁금하다면 대사관에 물어보라고 당부하고 싶다”면서 “인터넷에 좋은 정보가 많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가진 곳은 대사관”이라고 강조했다. 오 대사는 “여행하면서 궁금한 점을 대사관에 질문한다면, 급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반가워하며 도와줄 것”이라며 “한가하다면 커피 한 잔을 사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대사관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만 찾는 곳이 아니라 언제나 누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로 나아가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오송 대사의 메시지

두시간 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먼 타국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공무를 수행중인 외교관으로서의 모습 이전에, 정 많고 따스한 대학 선배로서 오송 대사와의 많은 진솔한 이야기가 오갔다. 인터뷰의 말미에 이 기사를 접할 본교생들과 예비 대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한다는 기자의 말에, 오 대사는 현실적이고도 뼈 있는 조언을 던져주었다.

첫 번째: “좋은 시작점에 있는 여러분일지라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

“서울대에 입학하고 재학 중인 여러분들은 좋은 시작점에 서 있다. 청소년기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렇지만 노력한 과거의 날들과 합격 통지서를 받은 그날만을 기쁘게 생각하면 좋겠다. ‘좋은 시작점’을 ‘인생에서의 전성기’로 여기면 안된다는 의미이다. 포르투갈 제국의 마누엘 1세, 일명 ‘행운왕’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선제였던 주앙 2세는 해외진출정책을 확립하고, 절대왕제의 기초를 닦아 왕권을 강화시켰다. 새로 즉위한 마누엘 1세는 선제가 닦아놓은 기틀 아래 전성기를 맞이하였으나, 더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마누엘 1세는 마젤란의 항해 지원 요청을 거절했고, 이후 마젤란이 간 스페인에서는 항해를 지원해주었다. 이후 포르투갈은 신대륙 발견 경쟁에서 스페인에게 뒤쳐지며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점에 있을 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부단히 노력해 가야 한다.”

두 번째: “역사는 “위기=기회”라는 것을 말해준다.”

“혹여 좋은 시작점에 놓여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러분이라도, 희망과 열정을 무한히 가져라. 포르투갈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단지 5분의 1만 차지한 국가였다. 동쪽에 스페인이 육로 진출을 가로막고 있었다. 서쪽엔 대서양이었다. 그들은 대서양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평선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을 거라 믿고 있던 시대에, 그들은 과감히 탐험을 시작했고 대항해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지금도 호카곶을 보고 있노라면 그 매서운 파도가 정말 무서운데 말이다. “위기=기회”라는 것을 역사는 말해준다. “

홍보팀 학생기자
김선형(생명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