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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물리천문학부 안경원 교수 연구팀

빛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 최초 구현

2021.03.08.

양자정보처리, 빛 에너지 하베스팅, 미세신호 관측 성능향상 기대

빛을 빠르게 모조리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구현됐다. 초흡수 현상은 빛이 빠르게 방출되는 초방사 현상에 가려져서 관측 자체가 어려웠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은 안경원 교수(서울대학교) 연구팀이 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을 통해 초흡수 현상을 실험적으로 구현해냈다고 밝혔다.
빛을 보통보다 더 빠르고 완벽하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이 가능하다면 식물의 광합성이나 태양전지에서의 빛에너지 수확 효율을 높이는 한편 광자를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효율향상이나 천체관측을 위한 미세한 광신호 감지 등을 위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양자역학적으로 연관된 특정 상태의 원자들이 강한 빛을 내는 초방사 현상은 이미 실험적으로 구현되었지만, 동일한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초흡수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 초방사에 의해 초흡수가 가려지기에 관측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연구팀은 초방사현상과 초흡수현상이 동일한 상태의 원자들에서 나타날 수 있으며 서로 시간 역과정이라는 점에 착안하였다.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을 제어해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 빛을 빠르게 흡수하는 초흡수 현상을 실험적 으로 유도한 것이다.

시간역행을 위해서는 원자상태의 위상을 제어하는 기술이 이용되었다. 체스판 모양의 나노구멍 격자를 통과한 일부 원자들을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상태(양자역학적 중첩상태)로 만든 후, 원자상태의 위상을 주변 빛의 위상과 반대가 되도록 조절하여 초방사를 되돌린 초흡수 현상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실제 10개 정도의 원자로 초흡수 현상을 구현하여, 일반 흡수보다 10배 정도 빠르게 빛을 100% 흡수하는 것을 관측하였다.
특히 빛의 세기가 약할수록 일반흡수보다 흡수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이 관측되었다.

이는 에너지수확이나 양자정보처리의 효율향상이나 섬세한 광신호 감지를 통한 천체관측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원자상태를 제어할 수 있는 공진기 내부가 아닌 자유공간에서의 초흡수 현상 구현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과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광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온라인판에 3월 2일 게재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 : 서울대학교 안경원 교수)
주요내용 설명 : 논문명, 저널명, 키워드, 저자를 제공하는 표
논문명 Realization of superabsorption by time reversal of superradiance
저널명 Nature Photonics
키워드 superradiance(초방사), superabsorption(초흡수), quantum superposition (양자중첩), nanohole array aperture(나노구멍격자), time reversal(시간역행), light energy harvesting(빛 에너지 수확), quantum interface(양자중첩)
저자 안경원 교수(교신저자/서울대학교), 양대호 박사(제1저자/서울대학교. 현 삼성종합기술원), 오승훈 박사과정(공동저자/서울대학교), 한준석 박사과정(공동저자/서울대학교), 손기범 박사과정(공동저자/서울대학교), 김진욱 박사과정(공동저자/서울대학교), 김준기 교수(공동저자/듀크 대학. 현 성균관 대학교), 이문주 교수(공동저자/포항공과대학)
1. 연구의 필요성
  • 초흡수(superabsorption)란 결맞은 양자중첩상태로 존재하는 원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빛의 흡수속도가 빨라지는 현상을 지칭한다. 초흡수의 어원은 초방사(superradiance)에서 기원한다.
  • 1954년 미국의 물리학자 디키(Robert H. Dicke)는 밀도가 높은 원자 들에서 빛의 방출속도가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빨라지는 현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예측하고 이를 초방사로 명명하였다.
  • 초방사에서는 원자들간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자에서 방출된 빛들이 서로 보강간섭을 일으켜 강한 빛을 방출하게 된다. 반면, 일반적인 방사의 경우 각각의 원자에서 개별적으로 방출된 빛들이 서로 보강간섭뿐 아니라 상쇄간섭을 일으키면서 방출된 빛의 세기가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초방사 현상은 밀도 높은 원자, 원자/이온 포획, 초전도체 회로 등의 다양한 시스템에서 관측되었다.
  • 양자역학의 시간역행 대칭성에 의해 초방사를 일으킬 수 있는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은 초방사 뿐만 아니라 초흡수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이론적으로 예측되었으나, 초방사 상태로 원자를 준비한다고 해도 원자들이 빠르게 초방사를 일으켜 빛을 방출했기에 초흡수가 실험적으로 관측된 적이 없었다.
  • 최근 이론연구를 통해 원자들을 파장보다 가깝게 배치하고 복잡한 제어를 통해 초방사를 억제하고 초흡수를 발생시키는 방식이 제안되었으나 구현에 필요한 원자 양자상태의 제어가 너무 복잡하여 아무도 실험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2. 연구내용
  • 초흡수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이 빛을 방출하지 않고 빛을 흡수할 수 있도록 원자와 광자의 상태를 제어해야 한다. 연구팀은 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대칭성에 주목하여 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과정을 구현함으로써 초흡수를 실현하였다.
  • 공진기 내부에 초방사 상태의 원자만 존재할 때, 원자들은 초방사 현상을 일으키며 원자의 양자중첩상태에 의해 정해진 위상의 빛을 내놓는다. 연구팀은 수학적으로 해당 위상의 반대되는 위상의 빛을 공진기 내부에 준비하면 시간역행과정과 동일한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을 밝히고 해당 상태의 원자와 빛을 준비하여 초흡수를 확인 하였다.
  • 양자중첩상태의 원자를 준비하기 위해 나노구멍 격자를 사용하였다. 나노구멍 격자는 10 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 나이트라이드 박막에 가로 280 나노미터, 세로 190 나노미터의 나노구멍 5,000여개를 체스보드 패턴에 따라 791 나노미터(원자가 내는 빛의 파장) 간격으로 뚫은 것이다. (2014년 본 연구팀이 개발하여 진공요동의 3차원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데 사용한 나노구멍격자로 당시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소개됨)
  • 나노구멍 격자에 초속 800m의 바륨 원자 빔을 입사시키고 여기에 수직 방향으로 진행하는 상태 제어용 레이저를 준비해서, 체스보드 구멍을 통과하는 원자들과 공진기 간의 상대적인 위상이 모두 동일해지도록 만들어 원자들을 초방사 상태로 준비했다. 동시에 흡수할 빛의 위상을 측정하여 초방사 상태의 원자들의 위상을 제어하는 레이저에 되먹임(feedback)을 가함으로써 시간역행과정이 일어나도록 원자의 양자중첩상태를 제어하였다.
  • 이와 같은 실험장치를 통해 초흡수가 일어날 때 시간에 따른 빛의 세기 변화와 이러한 빛의 세기가 원자의 수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하고 일반적인 흡수와 비교하였다. 그 결과 일정 시간 동안 흡수된 빛의 양이 원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을 밝혀냈고 실험조건에서 일반적인 흡수에 비해 10배 이상 빠른 흡수를 관측하였다.
  • 특히 초흡수의 속도는 광자수가 작을수록 일반흡수의 속도에 비해 빨라짐을 관측하였다. 이러한 성질은 광신호처리, 천문관측 등에서 약한 빛을 측정하는데 유용하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초흡수는 고효율로 빛을 원자에 흡수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 혹은 화학에너지로 바꾸는 빛 에너지 수확에 유용하다. 향후 그린 에너지 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
  • 초흡수 과정에서 빛의 위상이 원자 양자중첩상태의 위상으로 전이 되기 때문에 양자 메모리 및 양자 인터페이스 등에 응용되어 양자정보처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초흡수는 동일 시간동안 일반 흡수보다 더 많은 빛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약한 신호의 감지에 탁월하다. 향후 광신호 처리, 천문관측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설명]

(그림1) 초흡수 구현을 위한 실험(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을 위한 광학적 설계) 모식도
(그림1) 초흡수 구현을 위한 실험(초방사 현상의 시간역행을 위한 광학적 설계) 모식도

y축 방향으로 날아가는 원자(주황색 총알모양)는 대부분 나노구멍 격자 막(회색 체스판 모양)에 가로막히고 일부 원자들만 구멍을 통과한다.
구멍을 통과한 원자들은 상태 제어용 레이저(초록색 빛)에 의해 강한 빛을 방출할 수 있는 초방사 상태(양자중첩상태)로 준비된다.
준비된 원자들이 z축 방향으로 위치한 공진기(투명한 유리모양)를 통과하면서 공진기 내부의 빛(파란색)을 흡수하며 초흡수가 일어난다.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 빛을 방출하는 초방사 현상을 역행하여 빛을 흡수하는 초흡수를 실험적으로 구현해 낸 것이다.

그림 및 그림설명 제공 : 서울대학교 안경원 교수 연구팀

(그림 2) 초흡수의 근거
(그림 2) 초흡수의 근거

a. 공진기 안에 원자를 양자중첩상태로 준비하면 초방사가 발생한다(파란색 그래프). 초방사의 신호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반면 공진기에 입사광을 주입하고 원자상태의 위상을 조절하면 초방사의 시간 역과정, 즉, 초흡수를 발생시킬 수 있다(빨간색 그래프). 초흡수는 시간의 제곱에 비례하여 감소한다. 완전히 빛을 흡수하여 더 이상 흡수할 빛이 없으면 초방사가 발생한다. 빨간 점선은 원자 없이 공진기에 입사광을 주입할 경우 시간에 따라 빛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여준다(공진기 감쇄현상). b. 바닥상태로 준비된 원자는 일반흡수를 일으켜 신호가 지수함수적으로 줄어드는 (파란색 그래프) 반면 양자중첩상태로 준비하고 위상을 조절한 원자는 이차함수꼴로 신호가 줄다가 특정시점에 완전한 흡수(붉은색 그래프), 즉 초흡수를 일으킨다. 같은 실험조건에서 일반흡수를 통해 초흡수와 동일한 수준의 흡수를 얻기 위해서는 약 7배 정도의 더 많은 원자가 필요하다.

출처 : Nature Photonics, DOI: 10.1038/s41566-021-00770-6
라이센스 :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그림설명 : 서울대학교 안경원 교수 연구팀

(그림 3) 초흡수가 원자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근거
(그림 3) 초흡수가 원자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근거

초흡수 과정에서 일정 시간동안 흡수되는 광자수를 원자수에 따라 측정한 결과. 흡수된 광자수가 원자수의 이차함수 꼴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방사가 원자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광자를 방출하는 것처럼, 초흡수가 원자수의 제곱에 비례하여 광자를 흡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 Nature Photonics, DOI: 10.1038/s41566-021-00770-6
라이센스 :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4.0/
그림설명 : 서울대학교 안경원 교수 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