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데도 소용이 없을 것 같은 분변을 분석해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의 생태를 파악해 주목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이항 수의과대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대구 금호강과 신천 등에서 채집한 12개 수달 분변의 DNA를 초위성체(마이크로 새틀라이트) 마커와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등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서로 구별이 가능한 7개 유전자형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분변 DNA를 통해 대구시내 하천 지역에 적어도 7마리 이상의 수달이 사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또 암수를 구별하고 혈통 관계도 일부 밝혔다.
초위성체는 동식물 DNA에서 짧은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조를 말한다. 특정 초위성체를 미리 파악해 `마커(식별자)`로서 확보해두고 분석 대상 DNA 서열과 비교ㆍ대조하면 유전자형 일치 여부를 빨리 확인할 수 있다. PCR는 DNA 가운데 원하는 부분을 복제해 증폭하는 분자생물학적 분석 기법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7마리 가운데 3마리는 수컷, 3마리는 암컷이었다. 다만 한 마리의 성은 뚜렷하게 구분하는 데 실패했다.
이와 함께 한 쌍의 수달은 형제ㆍ자매거나 부모ㆍ자식인 근친관계로 나타났고 또 다른 한 쌍은 이복남매 관계였다. 외국에서는 수달 분변을 통해 DNA를 분석하고 개체수와 암수를 구분하는 방법이 활용됐지만 국내에서 발표된 것은 처음이다. 수달처럼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은 직접 포획하지 않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서식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항 교수는 "분변에는 미생물이 많아 DNA가 쉽게 분해되고 양도 적기 때문에 DNA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는 게 어렵다"며 "반복적인 유전자 추출로 신뢰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수달 7마리의 유전적 다양성을 나타내는 `평균이형접합률`은 0.602로 프랑스(0.59) 독일(0.65) 스페인(0.64) 포르투갈(0.61) 오스트리아(0.57) 헝가리(0.64) 등 유럽 각국 조사 결과와 비슷했다. 이들 나라에서 서식하는 유라시아 수달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수달의 종과 같다.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