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한 장소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좋은 환경을 찾아 이동하면서 생명력을 높인다.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조개가 오리 다리에 붙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예로 들며 특정한 종이 퍼져 나가는 현상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종의 확산(dispersal, 또는 이동)이라 불리는 이런 현상이 신경세포의 기능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팀은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다세포 생물을 연구해 단일세포 수준에서 `확산` 현상을 규명했다고 14일 밝혔다. 흙에서 박테리아를 먹고사는 예쁜꼬마선충은 선충류에 속하며 길이 1㎜ 정도의 작은 벌레다. 단순한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 신경세포 연구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이 선충은 평소 몸을 바닥에 붙이고 기어다닌다. 하지만 먹이가 부족하거나 주변에 다른 선충들이 많아 굶주릴 때나 온도가 적당하지 않아 생존이 어려워지면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몸 전체를 들어올린다. 이 행동을 `닉테이션(Nictation)`이라고 하는데 주변 다른 동물에 부착될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다른 생물에 붙은 채로 다른 서식지로 이동한다.
연구팀은 닉테이션을 신경세포 수준에서 분석한 결과 예쁜꼬마선충의 `IL2 뉴런` 이라는 신경세포가 이런 행동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유전자 조작으로 `IL2 뉴런`을 제거한 선충은 부적합한 환경에서도 반응하지 않다가 IL2 뉴런을 복원시킨 선충은 닉테이션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신경 네트워크가 어떻게 행동을 조절하는지 종합적으로 밝혀내는 데 중요한 단초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Nature Neuroscience`(IF:14.191) 14일자에 게재됐다.
<매일경제> 11월 15일자 인용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