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유전자를 게놈(Genome)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생명체가 순전히 게놈에서만 유래하는 것은 아니다. ‘2번째 게놈’이라는 뜻의 ‘세컨드 게놈(Second Genome)’이 생명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장 속에 사는 미생물로, 비만이나 당뇨 등 성인병에 장 속 미생물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초파리의 경우 장 속 미생물이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이원재 교수·극지연구소 신승철 박사 연구팀은 3일 “초파리의 장내 세균이 인슐린 분비를 조절해 성장을 좌우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 과학저널 ‘Science’에 4일자에 게재됐다.
초파리의 장내 미생물은 7개가 학계에 보고돼 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을 균이 전혀 없는 초파리 유충에 먹인 뒤 성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아세토박터 포모룸(Acetobacter pomorum)이라는 미생물이 없는 초파리 유충은 성장이 더뎠다. 반면 이 미생물이 있는 유충은 정상적으로 성장했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살펴본 결과 아세토박터 포모룸이 인슐린 대사를 활성화시켜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곧 장내 세균이 혈당 조절뿐 아니라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뜻한다.
신승철 박사는 “초파리 장내 세균의 역할이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장내 미생물과 생명체의 관계를 밝히는 데 기초연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