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내릴때 발생하는 전기 인버터로 모아 설승기교수 “전력 75%까지 재사용 가능”
유가 폭등으로 에너지 위기 경보가 발령됐다. 정부는 영업시간 외에는 조명을 끄도록 하는 등 강제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하지만 건물마다 설치된 ‘전기 먹는 하마’인 엘리베이터가 골치다. 고층건물에서는 끌 수도 없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고 홀짝층 운행을 해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엘리베이터 운행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에너지 다이어트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 쓰고 난 전기 재활용하는 인버터
현대엘리베이터는 설승기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팀과 함께 사용한 전력을 75%까지 재사용하는 ‘전력회생형 인버터’를 개발해 현장에 적용했다.
엘리베이터는 거대한 고정도르래와 유사하다. 줄 한쪽 끝에는 승객이 타는 공간인 ‘카(car)’가 달려 있고 다른 쪽 끝에는 무게가 카 최대 정원의 50%가량 되는 ‘추’가 있다. 도르래가 있는 중간 부분에는 줄을 끌어당기는 모터인 ‘권상기’가 있다. 권상기는 발전기처럼 작동한다. 무거운 것을 끌어올릴 때는 전기를 써서 모터를 돌리지만 내려 보낼 때는 모터가 돌아가는 힘에 의해 전기를 생산한다. 설 교수팀은 이 전기를 모으기 위해 권상기 옆에 인버터를 설치했다. 설 교수는 “승객 1명이 카를 타고 올라가는 경우 상대적으로 무거운 추가 내려가기 때문에 전기가 생산된다”며 “전력회생형 인버터를 이용해 이것을 재사용할 경우 승객이 가득 탄 채로 올라가는 것보다 오히려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돈 현대엘리베이터 기술연구소장은 “전력회생형 인버터가 효율적이긴 하지만 설치비용이 일반 제품에 비해 5% 정도 더 비싸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내리는 층 같은 사람끼리…시스템 효율화로 절약
운행하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가 여러 대일 때 내리는 층이 같은 사람끼리 동일한 차량을 타도록 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코스모타워 등 도심 빌딩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누를 때 ‘위’나 ‘아래’ 방향을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가고자 하는 층을 입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같은 층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탄 엘리베이터가 와서 멈춘다. 중간에 멈추지 않고 운행 횟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전력소비를 20% 정도 줄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칼리파 같은 초고층 빌딩들은 카 2개가 2층 버스처럼 위아래로 붙어 함께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전력소비를 줄이기도 한다. 타고 내리는 사람이 많은 1층과 2층 승객을 동시에 운송하는 식이다.
김남강 오티스 엘리베이터 코리아 초고층 프로젝트팀 팀장은 “운송량이 많고 승객들의 목적 층이 같은 경우 운송효율이 크게 향상된다”며 “전력소비를 4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