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개월 맞은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한창 아이디어가 샘솟고 정열적으로 연구할 30대 과학자들이 연구비가 없어 허송세월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신진 과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한국연구재단 오세정(58·사진) 이사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 달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직을 휴직하고, 3년 임기의 이 자리를 맡았다. 잘 나가던 물리학자에서 연구 행정가가 된 그에게 한국 과학계의 현실과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교육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연구재단은 한 해 3조원의 연구비를 대학과 연구소 등에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진 과학자의 연구 환경이 그렇게 열악한가.
“그렇다. 유학 갔다 돌아온 과학자들은 실험장비를 구비하는 데도 5년 정도 걸린다. 처음부터 연구시설이 있는 곳에 정착하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만 하면 될 텐데 실험장비를 마련하느라 힘을 빼는 꼴이다.”
- 누가 그것을 해결해줘야 하나.
“과학자를 채용하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1차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국가의 지원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연구 성과가 나오기 어렵고, 노벨 과학상도 요원해진다. 연구재단에서도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다.”
- 우리나라는 노벨 과학상 수상에 목 말라 있다.
“우리나라가 기초과학을 지원한 것이 겨우 20~25년 됐다. 100여 년 동안 기초과학을 육성해온 일본과도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연구 환경을 추격형이 아닌 창조형으로 바꾸고, 신진 연구자들을 육성하면 10년 안에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 우리나라 과학계는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3년 전 광우병 파동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과학자들이 좀더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민이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이런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과학자가 나서야 하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과학자들의 ‘소극적 책임 회피’는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 과학계에서 실패한 연구를 찾기 어렵다.
“간혹 실패한 연구도 있었겠지만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풍토 때문에 ‘성공’으로 포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성실하게 연구를 했는데도 실패한 경우는 수용해야 한다. 즉, 그런 실패에 대해 벌점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 연구 성과에 대한 평가가 가장 중요하고 한다.
“연구는 과제 선정에서부터 결과물에 이르는 전 과정이 평가된다. 그래서 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과학계 구석구석에는 양(量)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질(質)을 중시하는 쪽으로 흐름을 바꿔야 한다.”
- 한국연구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앞으로 중점 추진 방향은 무엇인가.
“미국 연구재단(NSF)이 추구하는 것처럼 연구의 자율이 보장되고 창의성이 꽃필 수 있는 ‘연구의 이상향’을 만드는 데 한 몫을 하고 싶다.”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