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周)나라 이래 남북조시대 양(梁)나라에 이르기까지 중국 문단의 주옥같은 시문 750편을 골라 문체별로 묶은 ‘문선(文選)’을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가 국내 처음으로 완역해 ‘문선역주’(소명출판) 10권으로 선보였다. 고대 한문의 어휘와 전고(전례와 고사), 용례의 보고인 문선이 완역됨에 따라 중문학 한문학뿐만 아니라 고대 한문 어휘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기 527∼529년 사이에 출간된 문선은 중국뿐만 아니라 한반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고구려의 대학인 경당(경堂)과 통일신라의 국립대학인 국학에서도 기본 교재로 채택했다. 조선시대 서거정은 ‘문선’의 체제에 따라 ‘동문선’(東文選·동쪽의 문선이라는 뜻)을 편찬했다.
문선은 한문학에서 중요한 위치였음에도 분량이 많은 데다 난해한 문장도 많아 지금까지 완역되지 못했다.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의 김영문 김영식 양중석 염정삼 강민호 연구원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1차 번역을 하고 서울대 중문학과 허성도 송영준 유종목 오수형 이영주 교수가 교열을 맡아 완성했다. 2년 6개월에 걸쳐 번역한 분량은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이번에 색인집 1권을 포함해 10권 분량으로 출판했다.
중국 남조(南朝) 양(梁) 무제의 아들로 황태자였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의 주도로 편찬된 문선에는 시(詩)와 문(文)뿐만 아니라 시와 문의 중간 형태인 부(賦) 등 130여 작가의 39개 문체가 수록돼 있다. 수와 당을 거치면서 문선이 이름을 얻으면서 이를 연구하는 선학(選學)이 태동하기도 했다. 당초에는 30권으로 나왔지만 수당시대 문선에 대한 연구가 늘면서 주석을 포함해 60권으로 늘었다.
서울대 중국어문학연구소는 고대의 주석본과 현대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 번역본을 모두 참조해 문맥상 가장 타당한 번역을 골라 실었다. 대표 번역자인 염정삼 연구원(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은 “한글을 사용하는 새로운 학문 세대가 한문 원전을 연구할 때 참조할 수 있는 번역과 해석의 전범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연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