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기계항공공학부 최해천 교수, 날치가 나는 비밀 밝혀

2010. 11. 29.

기계항공공학부 최해천 교수, 날치가 나는 비밀 밝혀

‘나는 물고기’ 날치는 최대 40초 동안 시속 70km로 400m를 날 수 있다. 제비날치의 경우 폭이 15cm인 양 지느러미를 활짝 편 뒤 수면에서 수 cm 떠 행글라이더처럼 미끄러지듯 난다.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날치의 나는 비밀을 10일 발간된 영국 과학학술지인 ‘실험생물학저널’에 발표했다.

날치의 비행에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첫 번째는 날치의 날개 역할을 하는 가슴지느러미(앞날개)와 배지느러미(뒷날개)의 각도다. 제비날치는 몸통을 수평으로 눕혔을 때 가슴지느러미 앞쪽이 12∼15도 위로 솟구쳐 있고, 배지느러미 역시 2∼5도 위를 향한다. 서울대 생체모방공학연구실 박형민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각도 차로 두 지느러미 사이에 흐르는 공기의 속도가 일시적으로 빨라져 비행기를 띄우는 힘인 양력(揚力)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날치의 글라이딩 비행은 날갯짓을 하지 않고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하다. 날치가 높이 날면 멀리 갈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너무 높이 날면 양력으로 작용하던 가슴지느러미 아래 공기가 가슴지느러미 위로 소용돌이처럼 말려 올라온다. 이를 ‘와류’라고 한다. 와류 현상은 공기저항을 증가시켜 멀리 날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2∼3cm로 낮게 날 때는 와류가 줄어든다. 가슴지느러미 위로 오르기 전에 수면과 부딪쳐 저항이 줄어드는 ‘지면효과(ground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바람이 나오는 풍동실험실에서 날치가 나는 높이에 변화를 줘 공기저항을 측정한 결과 높이가 2.6cm일 때 공기저항은 13cm에서보다 20% 적었다”고 말했다. 제비날치가 13cm 높이로 100m를 날았다면 2.6cm에선 120m를 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교수는 “제비날치는 초파리나 벌 같은 곤충보다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다”며 “날치의 날개 구조가 수면에서 5m가량 뜬 상태로 이동하는 ‘날아다니는 배’ 위그선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그선 역시 지면효과를 이용해 날기 때문에 제비날치의 비행 방식이 유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전투기가 숨 가쁘게 움직이며 적기(敵機)를 교란하려면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는 능력이 필요하다.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이상임 연구원은 “까치의 날개 구조를 적용하면 비행기의 방향 전환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올해 5월 연구를 시작했다.

까치 날개 길이는 40cm가량 된다. 주목할 부분은 까치 날개 앞쪽 측면에 있는 ‘작은 날개깃’이다. 작은 날개깃은 사람의 엄지손가락처럼 앞으로 돌출된 부분이다. 이 연구원은 “날개깃의 길이는 전체 10%에 불과하지만 공기저항을 조절해 까치가 방향을 빠르게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나무가 빽빽한 숲에 서식하는 까치는 장애물을 피해 날아다니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까치의 날개 구조가 무인항공기의 날개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고 가벼운 무인항공기 특성상 날개깃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비행 조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풍동실험으로 까치 날개의 기능을 공기역학적으로 분석하고 2013년에는 실제 비행체 설계에 적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