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경·전영호팀 ‘메시1’ 규명, 사람 기아상태 알려주는 신호전달물질 존재 확인
박테리아는 먹을 것이 없어지면 스스로 성장을 멈춘다. 생존을 위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1969년 미국의 마이클 카셸 박사와 조너선 갤런트 박사는 박테리아의 하나인 대장균 생존전략에 ‘구아노신4인산’(ppGpp)이라는 신호전달물질이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박테리아에는 있는 ‘피피지피피’나 유사물질이 동물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동물들은 진화하면서 스스로 먹이를 찾게 돼 기아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사라진 것일까?
국내 연구진이 동물들에게도 박테리아처럼 기아신호전달 체계가 존재하며, 이에 관여하는 신호전달물질이 생성될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서울대 정종경 생명과학부 교수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전영호 책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지금까지 미생물과 식물에서만 확인된 기아신호전달물질의 분해효소가 사람을 포함한 고등동물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논문은 <네이처>의 자매지 <네이처 구조분자생물학>에 게재됐다.
박테리아는 영양분이 차단돼 기아 상태가 되면 살아남기 위해 ‘기아반응’을 한다. 그 과정은 렐라(RelA)라는 인산화 효소가 구아노신2인산과 구아노신3인산을 인산화시켜 ‘피피지피피’를 합성하면, 이 물질이 리보핵산 중합효소(아르엔에이 폴리메라제)에 들러붙어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 발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박테리아는 영양 고갈 상태가 호전되면 이번에는 ‘스폿’(SpoT)이라는 탈인산화효소로 ‘피피지피피’를 분해해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동물에서 ‘피피지피피’와 같은 구실을 하는 물질을 찾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대신 엑스레이 결정학을 이용해 박테리아의 기아신호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 ‘스폿’과 유사한 3차원 구조를 가진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 단백질은 구조뿐만 아니라 기능도 ‘스폿’과 비슷했다. ‘후생동물 스폿 상동체1’(메시1·Mesh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팀은 메시1을 제거한 초파리 애벌레와 정상 애벌레의 성장을 비교한 결과 알에서 깬 지 하루 정도까지는 성장 속도가 비슷하지만 사흘 뒤에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메시1이 제거된 애벌레는 정상보다 성장이 훨씬 느렸다. 사람의 메시1 또한 박테리아의 ‘피피지피피’를 분해시킨다는 것도 실험해냈다.
정종경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영양 결핍이나 영양 과다로 생기는 당뇨나 암 등 질병과 비만 등 대사질환의 원인과 발병 작동 원리를 밝히는 데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호 책임연구원은 “사람이 영양 부족으로 받는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고 성장을 조절하며 외부환경에 적응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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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경·전영호팀 ‘메시1’ 규명, 사람 기아상태 알려주는 신호전달물질 존재 확인
2010.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