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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학과 한택진 학생, 한국海(동해) 표기된 18C 지구본 첫 발견

2010. 11. 10.

외교학과 한택진 학생, 한국海(동해) 표기된 18C 지구본 첫 발견

우리대학 대학생이 집요한 노력 끝에 동해가 한국 바다임을 입증해 주는 18세기 지구본을 발견했다.

동해가 명기돼 있는 지구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동해와 한국해가 동시에 표기돼 있는 만큼 동해 명칭을 둘러싼 한ㆍ일 간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외교학과 3학년 한택진 씨는 스페인 명문 살라망카대학 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지구본 사진을 공개했다. 이 지구본은 영국인 존 세넥스와 벤저민 마틴이 1757년 제작한 것으로 현재 동해 위치에 라틴어로 `MARE COREA(한국해)`와 `MARE ORIENTALE(동해)`가 분명하게 병기돼 있다. `MARE COREA` 중 E와 C 부분이 희미해져 있지만 누가 보더라도 한국해를 지칭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구본은 높이 90㎝, 지름 66㎝ 크기 로코코 스타일이며 경도 24도로 나뉜 지도를 나무와 금속을 섞은 둥근 판형에 붙여 완성했다.

한씨에 따르면 대학 역사박물관 측은 이 지구본이 당시에는 최신 항해ㆍ관측 기술을 통해 매우 정교하게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존 세넥스는 1721년 제작한 인도ㆍ중국 지도에도 `EASTERN SEA(동해)`라고 표기해 국내에서 주목을 받았던 영국 왕실 지리학자다.

국내 학계와 시민단체도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구본이라는 새로운 유형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동해 표기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희대 혜정박물관 오일환 교수는"지구본은 지도보다 입체적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보다 치밀한 정확성을 요했을 것"이라며"특히 유서 깊은 살라망카대학에서 이 같은 자료를 확보했다는 것은 공신력 측면에서도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같이 진귀한 사료가 발굴된 것은 한국 외교관이나 문화재 전문가가 아닌 한 대학생 집념에 해서였다. 지난해 8월부터 살라망카대학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던 한씨는 한 수업에서 벌어진 한국해ㆍ일본해 관련 논쟁에서 동해 명칭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오기가 발동한 한씨는 대학 내 역사도서관에서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기로 마음먹었다.

탐험가 콜럼버스가 수학한 곳으로 유명한 살라망카대학은 프랑스 소르본대, 이탈리아 볼로냐대, 영국 옥스퍼드대와 동시대인 13세기에 설립돼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로 스페인 최고 명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구텐베르크 시대 출판물과 양피지 필사본 성경 등 희귀 고문서를 다량 소장하고 있어 동해에 관한 자료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료 확보가 쉽진 않았다. 역사도서관 내 유물보관소는 살라망카대학 교수들과 일부 대학원생에게만 출입이 허용될 정도로 접근이 까다로운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려 6개월에 걸쳐 집요하게 도서관장을 찾아가 왜 지구본을 확보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끈질기게 설득했다. 심지어 영국과 아르헨티나, 스페인 간 영토분쟁 지역이었던 포클랜드까지 거론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도서관장은"이처럼 집요한 학생은 처음"이라며 두 손을 들었다. 교환학생 기간이 모두 끝나고 귀국을 앞둔 지난달 중순 드디어 유물보관소에서 출입 허용과 촬영 허가를 얻어냈다.

유물보관소를 뒤지던 한씨는 결국 지구본을 찾아냈다. 그는"지구본에서 한국해와 동해가 동시에 표기된 것을 발견했을 때는 너무 흥분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힘들 정도였다"며"터무니없는 일본 측 주장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10여 년 전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를 이끌고 있는 박기태 단장은"서양 고지도 조사는 많이 이뤄졌지만 지구본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다"며"외국에서 시판되는 대부분 지구본에 일본해가 단독 표기된 상황에서 고 지구본 동해 표기 확보는 일본해 표기를 시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