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과 박희병 교수, 도도한 중인(中人) 이언진의 시집 완역한 “저항과 아만” 출간
18세기 중인(中人) 신분으로 스물여섯 나이에 요절한 시인 이언진(1740~1766)은 연암 박지원이 쓴 '우상전'을 통해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순 임금의 치맛자락이란 뜻의 '우상(虞裳)'은 이언진의 자(字)이다.
이언진은 1759년 역과에 급제하여 중국에 두 번, 일본에 한 차례 다녀왔다. 1763년 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오면서 그는 사대부 사회에까지 문명(文名)을 날리게 된다. 그는 일본에서 뛰어난 문재(文才)를 발휘하며 현지 학자들에게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당대 양반 지식인들은 그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이번 통신사행에 역관 이언진이라는 자가 있는데, 나이는 스무 살 남짓이며, 문장으로 이름을 떨치고 귀국했다더군요. (과거에는) 외국에서 홀로 문명을 날린 역관배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이로 보면 세도(世道)가 낮아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박준원의 편지)
저자(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이언진이 남긴 시집 〈호동거실(居室)〉을 처음으로 완역하고 이에 대해 상세한 평설을 붙였다. 저자에 따르면 이언진의 시는 저항과 아만(我慢)으로 수렴된다.
'아만'은 불교용어로 자기를 믿으며 스스로 높이는 것을 말한다.
'(전략)/나는 나를 벗하지 남을 벗하지 않는다/시인으론 이백과 동성(同姓)/그림으론 왕유의 후신'. 이언진은 자신을 중국 최고의 문인 이백과 왕유에 견주고"나를 벗하지 남을 벗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강한 자의식을 보여준다.
저자는"이언진에게 있어 저항과 아만, 이 둘은 분리할 수 없게 결합되어 있다. 그의 저항은 아만에서 나오며, 아만은 저항의 내적·심리적 원천"이라고 평가한다. 이언진의 시집을 번역한 《골목길 나의 집》도 함께 출간됐다.
2009. 11. 28
서울대학교 연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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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과 박희병 교수, 도도한 중인(中人) 이언진의 시집 완역한 “저항과 아만” 출간
2010.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