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가 옛 기록 속에서 찾아낸 우리 음악인 28명의 이야기를 모아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 를 출간하였다.
송 교수는 옛 기록에 한 두 줄 남아 있는 기록 속에서 우리 음악인들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이 헌사를 지었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정조나 세조와 같은 음악을 좋아했던 국왕도 있고, 악학궤범(樂學軌範)을 만든 성현(成俔) 같은 사대부도 있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해금 명인 류우춘, 비파의 달인 송경운, 거문고의 대가 김성기, 여성 가수 계섬과 석개 등도 포함되어 있다.
"실록 같은 공식 기록 속에는 우리 음악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지만, 인물전기인 사전(私傳)의 형태로 기록된 음악인들은 많이 있어요. 짧은 기록 속에서 음악학적 해석과 사회학적 상상력을 더해서 쉽게 풀어 쓰려고 했어요."
18세기 여성 음악가 계섬(桂蟾)은 당대 최고의 가수로 이름을 날렸다. 노래를 배우려는 기생들이 모두 그에게 몰려들었다고 한다. 계섬의 노래는"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는(心忘口, 口忘聲)" 경지였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맞지 않으면 권력자 앞에서도 연주를 거부했던 거문고 명인 김성기(金聖器), 반대로 아무리 비천한 사람이 찾아오더라도 그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해 비파를 들었던 송경운(宋慶雲) 등 옛 음악인의 삶이 마치 영화를 보듯 눈앞에 펼쳐진다. 조카 단종을 쫓아내고 왕위에 오른 세조가 절대음감의 소유자였다는 사실처럼 우리가 잘 몰랐던 역사의 뒤안길도 파헤쳤다.
송 교수는 원래 서양음악을 전공했다. 작곡과 서양음악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 석사과정부터 다시 우리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해 2003년 서울대에서 '정조의 음악정책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덕분에 책에서도 우리 음악인을 이야기하다가 하이든·베토벤·헨델 같은 서양 음악가들을 종횡무진 넘나든다.
송교수는"서양음악이 더 아름답다고 느끼는 건 교육의 문제예요. 아프리카 할아버지에게 아무리 모차르트를 들려줘도 좋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 서양음악은 더 높은 소리, 더 낮은 소리를 내려다보니 자연스럽지 않아요. 우리 음악은 너무 높은 소리, 너무 낮은 소리는 배제해요.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음악이죠."
송 교수는"서양음악은 발걸음의 보폭으로 박자를 가늠하지만, 우리 음악은 호흡과 맥박으로 박자를 매기는 '양식척(量息尺)'을 쓴다"며"발걸음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이지만, 맥박과 호흡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산회상(靈山會上)의 첫 번째 곡인 '상영산(上靈山)'은 아주 느린 음악이죠. 들끓었던 마음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단소나 타악기, 거문고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2009. 7. 1
서울대학교 연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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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연구교수,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출간
2010.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