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지방대사 조절 메커니즘 밝혀내
생명과학부 김재범 이준호 교수팀은 동물들이 평소 영양분을 지방형태로 저장했다가 먹이가 부족하거나 환경이 나쁠 때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두 교수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 실험을 통해 소포체에 있는 'IRE-1'과 'HSP-4' 단백질이 굶주림 상태를 인식하면 'FIL-1'과 'FIL-2'라는 지방분해 효소가 증가하면서 지방대사물이 분해돼 체내에 영양분이 공급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인 소포체(ER)에 있는 특정 단백질들이 에너지 상태와 지방대사에서 핵심 기능을 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낸 것으로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6일자에 소개됐다.
동물들은 에너지가 충분하면 잉여 에너지를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했다가 먹이 부족 등으로 에너지 상태가 나빠지면 지방대사물을 분해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어떤 경로로 이런 조절이 일어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 유전자 실험을 통해 체내 영양상태 변화를 어떻게 분자 수준에서 인지하고 어떤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반응하는지, 그런 변화가 저해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구조가 간단해 생명과학 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예쁜꼬마선충은 내장 세포가 소화흡수뿐 아니라 포유류의 지방조직에 해당하는 기능도 담당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세포 내 소기관인 소포체에 있는 IRE-1과 HSP-4 단백질이 굶주림 상태를 인식에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이들 단백질에 의해 에너지 부족이 인식되며 FIL-1과 FIL-2라는 지방분해 효소가 증가해 지방대사물이 분해되면서 체내에 필요한 영양분이 공급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IRE-1와 HSP-4는 원래 바이러스 침입이나 환경스트레스 등에 반응할 때 작용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으며 FIL-1과 FIL-2는 IRE-1와 HSP-4에 의해 조절되는 하위 단백질로 연구진이 새로 발견한 것이다.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IRE-1와 HSP-4가 결핍된 예쁜꼬마선충은 굶주린 상태에서도 장세포에 저장된 지방대사물을 활용하지 못해 체내 에너지원이 고갈됨으로써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방대사물을 활용하지 못해 운동성이 떨어진 예쁜꼬마선충은 포도당을 투여하자 운동성이 회복됐다. 이는 기아 또는 굶주린 상태에서 사용되는 지방대사물이 체내에 주요한 에너지 공급원임을 암시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김재범 교수는"예쁜꼬마선충은 사람과 유전적으로 40% 정도 유사하고 포유동물에도 IRE-1과 HSP-4에 해당하는 단백질이 있지만, 이 연구결과가 포유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는 추가실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포유동물에서는 IRE-1과 HSP-4의 기능을 없애면 모두 죽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앞으로 새로 발견한 FIL-1과 FIL-2의 발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히고 포유동물에도 이와 유사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이 있는지 연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