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정보시스템 설계·개발 기술 활용해 책 맞춤 넷플릭스 기능 구현
- 국내 작가 지원, 해외 독자 수요 충족, 미래 도서 방향 제시 예정
▲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한 ‘유북(YouBook)’의 대표 이미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이하 서울공대)은 스마트도시공학전공 유기윤 교수 연구팀이 드라마나 영화를 전 세계 언어로 서비스하는 넷플릭스처럼 국내 작가의 책을 13개 언어로 자동 번역해 해외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전자책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약 600편의 한국 드라마 및 영화가 190개국에서 호평을 받으며 서비스되고 있다. 한국의 영상 콘텐츠가 세계적 히트를 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이유는 국내 작품을 15개 언어로 번역해 전 세계에 제공하는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영향이다. 드라마나 영화의 기반은 스토리, 즉 글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책 역시 전 세계의 열광적인 관심을 끌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역시 플랫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는데, 책을 위한 넷플릭스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 ‘유북(YouBook)’이 서울공대의 GIS/LBS 연구팀(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Location Based Service Laboratory)에 의해 개발됐다. 스마트시티 전문가이자 팀 리더인 유기윤 교수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기능을 책에 맞추어 구현한, 세상에 없던 플랫폼’을 내놓은 것이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작가들은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책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직접 작가들을 만나보니 공학자들이 도와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이 과제에 한 번 도전해보기로 결심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유북에서 작가가 쓴 책은 출판과 동시에 전 세계 13개 언어로 자동 번역된다. 연구팀은 플랫폼 자체를 다국어 기반으로 설계해, 각 언어권 독자가 자신의 모국어로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또한 우수한 번역 품질을 유지하는 건 물론이고, 각 언어권의 고유한 문화적 맥락과 방언, 표현 방식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롭게 번역하는 데 중점을 뒀다. 아울러 그 언어권에서 금기시되는 내용이 포함된 경우, 번역을 생략하거나 우회하는 방식으로 번역하는 등 문화적 민감성을 반영한 번역 전략도 유북에 적용됐다.
그리고 연구팀은 넷플릭스에서 시청자 반응을 기반으로 시즌을 제작하는 방식을 이 플랫폼에 반영해 책의 분량을 줄였다. 우선 한 시즌을 공개한 뒤 시청자 반응을 분석해 후속 시즌 제작 여부를 결정하는 넷플릭스처럼, 유북에서도 수백 페이지 분량의 책 대신 열 페이지 정도의 미니북을 먼저 출간한다. 이후 ‘좋아요’ 클릭수처럼 독자의 긍정적 반응이 많으면, 그 다음 미니북을 출판하는 방식이다.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몇 년간 긴 분량의 책을 저술해야 하는 작가에게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고, 더 많은 실험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또한 미니북의 페이지들은 각각 분리되어 검색되거나 연결되기 때문에 자유롭게 뒤섞여 만들어진 새로운 조합의 내용도 읽을 수 있다. 즉 각각의 미니북은 독립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갖춘 ‘네트워크 책’이다. 아울러 독자들은 ‘천만 권이 넘는 다양한 책을 읽은 석학’이 구현된 인공지능(AI) 캐릭터와 함께 미니북 내용에 대해 토론하며 지식을 쌓을 수도 있다.
이 같은 플랫폼의 개발에는 수십 년간 스마트시티 연구에 천착해온 GIS/LBS 연구팀이 부동산·차량·위성 정보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도시 정보시스템을 설계 및 개발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원천 기술이 주효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들을 유북이라는 새 목표에 대입한 뒤,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보완하는 동시에 정교한 시스템을 설계하고 성능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사람이 번역한 듯 자연스러운 표현을 구현하는 고도화된 언어처리 기술, 저자·독자·페이지 간 관계를 정밀하게 연결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확률적 베이지안 네트워크(Probabilistic Bayesian Network) 기술, 그리고 200억 개 이상의 페이지로 구성된 신경망에서 0.4초 이내에 정확한 검색 및 추천 결과를 도출하는 시맨틱 매칭(Semantic Matching) 기술을 활용해 ‘책을 위한 넷플릭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유북은 단기적으로 국내 작가를 지원하고 해외 독자의 잠재 수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기윤 교수는 “이제 한국의 책도 드라마나 영화처럼 전 세계 190개 국가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플랫폼 개발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저명한 기술 철학자 케빈 켈리(Kevin Kelly)의 예측처럼 미래의 책이 우리 곁에 왔다. 유북 개발을 계기로 우리 작가들의 크나큰 잠재력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길 바란다”고 전했다.
▲ 서울대학교 스마트도시공학전공 유기윤 교수
[참고사항]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에 ‘유북’을 입력하거나 링크(https://youbook.biz)를 클릭하면 ‘유북’ 플랫폼을 체험할 수 있다.
[문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스마트도시공학전공 유기윤 교수 / ki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