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치료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mRNA 백신을 더욱 효과적이고 안정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석좌교수 연구팀이 밝혀냈다.
* mRNA(messenger RiboNucleic Acid) : 전령 리보핵산,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는 DNA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역할 수행
김 교수 연구팀은 mRNA 백신의 세포 내 전달과 분해를 제어하는 단백질 군을 찾아내고 그 작동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44.7)에 4월 4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코로나19 백신으로 대표되는 mRNA 기반 기술은 감염병 대응뿐 아니라 암 백신, 면역 및 유전자 치료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여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특히, mRNA 합성 기법과 체내 전달 물질인 지질나노입자* 개발을 통해 mRNA 기술은 혁신적인 치료 플랫폼으로 성장하였다.
* 지질나노입자 : mRNA를 보호하고 세포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나노크기의 지질기반 입자
그러나 치료용 RNA가 체내에서 어떻게 작동ㆍ조절되는지 구체적인 기작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의 주역인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는 mRNA 백신의 효능 혁신과 상용화를 이끌었지만 무엇이 효능을 높였는지, 원리가 무엇인지는 분명치 않았다.
* N1-메틸수도유리딘(N1-methyl-pseudouridine, m1Ψ) : 유라실 염기의 화학구조를 변형한 유기분자로 선천면역반응을 회피하는 특성 보유, 지질나노입자 함께 코로나19 백신의 핵심물질
이에 IBS 연구진은 mRNA를 제어하는 세포 내 인자들을 찾아내고자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녹아웃 스크리닝을 면밀하게 진행했다.
mRNA 치료제의 효능을 높이고 부작용을 없애려면 mRNA가 세포로 유입ㆍ조절되는 인자와 활용되는 과정을 이해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 크리스퍼(CRISPR) 녹아웃 스크리닝: CRISPR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개별적으로 녹아웃(제거)한 후 특정 형질이나 세포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분석하는 기술
- 이번 연구에서는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포함한 CRISPR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mRNA 백신을 조절하는 세포 인자를 유전체 수준에서 스크리닝
그 결과 연구진은 발견①mRNA가 세포 내로 전달ㆍ유입되는 데 필요한 핵심 단백질 인자들과 조절 경로를 밝혀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세포막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 분자는 mRNA를 감싼 지질나노입자와 결합해 세포 내 유입을 촉진한다. 이를 통해 지질나노입자는 세포내 소포체로 들어가게 된다.
* 황산 헤파란(Heparan sulfate, HSPG):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황산화된 당단백질, 병원체 감염과 나노입자의 세포 부착 등 외부 물질이 세포 내로 유입되는 데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
그리고, 양성자 이온 펌프 ‘V-ATPase’는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시키고 지질나노입자가 양전하를 띄도록 하여 소포체 막을 일시적으로 파열시키는데, 이 막이 깨지면서 mRNA가 세포질로 방출, 단백질로 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V-ATPase(Vacuolar ATPase): V형 ATP 가수분해효소, 양성자 이온을 소포 내부로 펌핑ㆍ산성화시키며. pH를 조절하여 세포 신호 전달, 물질 수송 등 다양한 세포 과정을 지원
연구진은 발견②RNA 치료제에 대한 주요 억제 인자와 함께 외부 RNA의 침입을 경보하는 양성자 이온의 중요한 역할도 최초로 발견하였다.
세포질 내 ‘TRIM25’ 단백질이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제거한다. 이 단백질은 소포체 막이 파열되면서 방출되는 양성자 이온에 의해 활성화되며, 외인성 RNA에 특이적으로 표적ㆍ결합하여 다른 절단 효소 및 보조 단백질과 함께 RNA를 빠르게 절단하고 분해한다.
* TRIM25 :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선천성 반응을 조절하는 RNA 결합 단백질이자 연결효소
아울러, 연구진은 발견③mRNA를 결합ㆍ제거하는 TRIM25 단백질이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에는 그 결합력이 현저히 감소하여 mRNA를 절단ㆍ분해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던 요인과 원리를 이해하게 된 것이다.
노도영 원장은 “이번 연구는 mRNA 백신의 세포 내 작동 원리를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mRNA 치료제의 효능과 안정성을 한 단계 높여갈 이론적 토대가 마련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빛내리 단장은 “양성자 이온이 면역 신호 전달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세포의 방어 기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혀 RNA뿐 아니라 면역, 세포신호 분야에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의 의의를 덧붙였다.
[연구내용 보충설명]
mRNA 합성과 지질나노입자 기술의 발전으로 mRNA 치료제의 잠재력이 널리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mRNA 치료제가 세포 내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mRNA가 다양한 세포 인자들을 활용해야 하며, 동시에 세포의 방어 기전을 회피해야 한다.
연구진은 고품질 mRNA 제조 기술과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결합하고 이를 크리스퍼 스크리닝에 적용해, mRNA 백신의 전달 효율과 안정성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들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황산 헤파란과 양성자 이온 펌프가 mRNA 전달을 촉진하는 반면, TRIM25 단백질이 mRNA 백신의 기능을 저해하고 절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과정에서 N1-메틸수도유리딘이 TRIM25를 억제해 mRNA의 효능과 안정성을 높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N1-메틸수도유리딘은 코로나19 mRNA 백신의 성능을 향상해 202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았으나, 작동 기전은 불분명했었는데 이번 연구로 그 궁금증이 풀린 것이다.
또한, 양성자 이온이 mRNA의 전달과 분해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RNA 분야와 면역 분야에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mRNA 치료제의 작용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mRNA 치료제의 개선에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연구 과정]
이번 연구는 ‘mRNA 백신을 맞을 때 mRNA가 내 몸으로 들어오면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mRNA가 세포 안에서 만들어지고 조절되는 원리는 수십 년간 심층적으로 연구됐지만, mRNA 백신과 같이 인공적으로 만든 RNA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경우 어떤 분자적 사건들이 벌어지는지는 놀라울 정도로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그래서 연구진이 직접 연구해 알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연구를 시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RNA 합성 기술을 최적화해 RNA를 고품질로 만들어 내고, mRNA를 세포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를 만드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렇게 만든 mRNA를 제어하는 인자를 찾아내고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스크리닝을 진행해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한꺼번에 테스트해 mRNA 백신의 조절 단백질들을 찾아냈다. 찾아낸 단백질들을 하나하나 검증하고 그들이 작용하는 분자적 원리를 밝혔다.
[어려웠던 점]
실험의 난도가 높아서 실험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무엇보다 mRNA를 고품질, 고순도로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시험관 내 RNA의 합성, 정제, 품질검증, 염증 반응 확인 기술 등을 최적화했다. 또한, 이혁진 교수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지질나노입자 기술을 도입해, mRNA가 세포들에 균일하게 전달되도록 하여 스크리닝의 신뢰도를 높였다.
이번 연구 과정에서 양성자 이온이 RNA 결합 단백질을 제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뜻밖의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인간 세포질 환경에서 양성자 이온이 신호 전달 역할을 함을 밝힌 최초의 사례다. 예상치 못한 실험 결과를 얻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확인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워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한 결과 예상치 못한 발견을 했다.
[성과 차별점]
이번 연구 결과는 mRNA 백신과 같은 치료용 RNA가 세포에 의해 외부 침입자로 인식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핵심 조절 인자로 밝혀진 황산 헤파란, V-ATPase, TRIM25는 모두 바이러스 감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발견은 치료용 RNA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지질나노입자를 이용한 mRNA 전달 시스템을 바이러스 RNA의 모델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mRNA 치료제의 주요 억제 인자로 밝혀진 TRIM25를 조절하면 RNA 치료제의 효능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상용화된 mRNA 백신에 적용되는 N1-메틸수도유리딘은 또 다른 RNA 치료제 플랫폼인 환형 RNA(circular RNA, circRNA)에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N1-메틸수도유리딘이 항원 단백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도 있다. 따라서 N1-메틸수도유리딘을 사용하는 대신 TRIM25의 활성을 조절하는 방식의 전략은, 다양한 RNA 치료제의 효율성과 안정성, 안전성을 향상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양성자 이온이 TRIM25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는 기존 RNA 센서들이 특정 패턴을 인식하는 방식과는 차별화된다. 세포가 내인성 RNA와 외인성 RNA를 구별하고 침입자에 대한 방어 기전을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를 제공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규명된 양성자 이온의 역할은 향후 RNA 면역 반응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연구계획]
TRIM25가 선호하는 RNA의 특징을 이해하고 TRIM25가 외인성 mRNA를 인지하는 원리를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TRIM25를 피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양성자 이온이 TRIM25를 활성화하는 원리를 밝힘으로써 양성자 이온을 통한 세포 제어 기전을 이해하고자 한다.
[연구결과]
Exogenous RNA surveillance by proton-sensing TRIM25
Myeonghwan Kim, Youngjoon Pyo, Seong-In Hyun, Minseok Jeong, Yeon Choi, and V. Narry Kim
(Science(2025), https://doi.org/10.1126/science.ads4539)
[그림설명]
[그림1] mRNA 백신의 세포 조절 경로를 탐구하기 위한 크리스퍼 녹아웃 스크리닝 전략
- ①유전체 수준의 크리스퍼 녹아웃 스크리닝 라이브러리. 19,114개의 인간 유전자를 표적하는 개별 가이드 RNA(single guide RNA, sgRNA)로 구성돼 있다
- ②mRNA 백신 개략도. 녹색 형광 단백질(GFP)을 암호화하는 mRNA를 합성하여 지질나노입자에 봉입한 후, 크리스퍼 라이브러리로 녹아웃된 세포에 전달했다. 일반 염기와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 mRNA를 각각 이용해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 ③GFP mRNA 전달 및 형광 분석. 녹아웃된 세포에 GFP mRNA를 전달한 뒤, GFP 형광이 높은 세포(GFPHigh)와 낮은 세포(GFPLow)를 분류했다. 이후 시퀀싱을 통해 각각의 세포에서 녹아웃된 개별 유전자를 밝혀냈다.
- ④스크리닝 결과 개략도. mRNA 백신의 전달 및 발현을 촉진하는 핵심 인자(황산 헤파란 합성 경로 및 V-ATPase 소단위체)와 억제 인자(TRIM25)를 규명했다. 특히, 변형 mRNA에서는 TRIM25가 관찰되지 않아, 변형 염기의 억제 회피 효과를 시사한다.
[그림설명]
[그림2] mRNA 백신의 주요 세포 조절 경로와 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 효과의 분자 기전
- ①mRNA 백신의 세포 전달 및 발현 조절. 세포막에 있는 황산 헤파란이 지질나노입자의 세포 내 유입을 촉진하며, V-ATPase 양성자 이온 펌프가 소포체 내부의 산성화와 소포체 막의 파열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지질나노입자에 감싸진 mRNA가 단백질로 발현되기 위한 세포질 환경으로 방출될 수 있다.
- ②TRIM25에 의한 외인성 mRNA 억제. 소포체가 파열될 때 함께 방출된 양성자 이온에 의해 TRIM25가 활성화되어 외인성 RNA를 특이적으로 인지하고, 추가적인 인자들과 함께 신속한 RNA 분해를 유도한다. 이는 소포체를 통해 침입한 외부 물질에 대항하는 세포의 pH-의존적 방어 기전으로 작용한다.
- ③N1-메틸수도유리딘 변형 염기의 효과. 변형 염기는 TRIM25의 RNA 결합력을 낮춰 TRIM25의 외래 물질 감시와 억제로부터 mRNA가 회피하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외인성 mRNA에서 발현되는 항원 단백질량을 증가시켜 mRNA 백신의 효능을 향상시킨다.
자료제공: IBS 기초과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