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호흡기/순환계 모사로 물을 이용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문제 동시 해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팀이 폐기물이 나오는 기존 고체 필터 대신 물을 이용한 미세 버블 필터를 사용한 친환경 공기 정화 시스템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밀폐된 실내 환경은 산소 감소와 이산화탄소 축적, 그리고 미세먼지와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으로 인한 공기 오염을 유발한다. 이 경우 환기는 외부 오염물질 유입의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보다 고도화된 정화 방법이 요구된다.
기존 공기 정화 시스템의 여과식 필터는 미세먼지 축적에 따른 성능 저하,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같은 분자상 물질 제거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밀폐된 실내에서는 사용이 부적합했다. 또한 주기적으로 청소와 교체가 필요한 필터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로 환경 오염 문제가 불거짐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친환경적 공기 정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에 연구팀은 인체의 호흡기와 순환계의 기체 교환 원리를 모사, 실내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동시에 축적된 이산화탄소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실외로 배출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하는 종합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인체의 순환계와 호흡기관은 외부 오염물질의 유입을 막으면서 혈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세포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는 외부로 배출한다. 이때 폐포와 모세혈관에서 자연스러운 기체 교환이 이뤄지면서 미세먼지의 유입을 차단하는데, 이 과정에서 신장을 통해 노폐물이 배출된다.
이 원리에서 영감을 받은 연구팀은 혈액 순환을 모사한 물 순환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실내 공기의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정상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탄성 필터가 기존의 버블 제작 방식을 사용할 때보다 더욱 작고 균일한 미세 버블을 형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마이크로 버블에 기반한 기체 교환 시스템은 간단한 원리와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장치의 크기 또는 개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도 스케일업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탁상형과 차량용 소형부터 사무실, 회의실 등과 같은 대형 공간까지 적용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에 관해 “여과식 필터 대신 물을 사용한 간단한 원리로 공기 중에 존재하는 오염 입자부터 분자까지 동시에 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터 폐기물 없는 친환경 기술로 기존의 필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지난 10월 10일 재료 분야의 국제 저명학술지 ‘어드벤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실린 바 있다.
(A)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기체 교환과 노폐물 배출 과정의 모식도(왼쪽). 인체와 유사한 구조의 순환식 공기 정화 시스템 구조 모식도(오른쪽).
(B) 물, 기체 교환 장치, 순환 펌프로 이루어진 순환식 공기 정화 시스템의 구성 모습.
(C) 마이크로 버블을 이용한 기체 교환 장치의 구조 및 탄성 마이크로 기공 필터 모습(왼쪽). 실제 마이크로버블 발생 시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오른쪽).
(A) 밀폐된 공간의 미세먼지(PM) 제거 과정 사진(왼쪽). 다양한 미세먼지 크기에 대한 필터 효율 측정 결과(오른쪽).
(B) 밀폐된 공간의 이산화탄소 제거 과정 사진(왼쪽). 물 순환 속도에 따른 CO2 제거 성능 측정 결과(오른쪽).
(C) 호흡에 의한 실내 산소 부족/이산화탄소 축적 문제 확인 및 해결을 위한 동물실험 사진(위쪽). 순환식 공기 정화 시스템 작동 여부에 따른 쥐의 활동량 측정 결과(아래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