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자 상태 정밀 생성을 위한 기술 개발의 방향성 제시 -
[연구필요성]
우주론적 상상에서 출발하여 1980년대 처음 제시된 결점 생성 기작의 핵심적인 예측이 초유체에서 현재까지 관측된 바가 없다.
[연구성과/기대효과]
본 연구에서는 초유체 상전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결점 생성 기작의 정량적 예측을 중성원자 양자 시뮬레이터에서 처음 관측하였다.
[본문]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광활한 우주는 자그마한 점에서 출발했다. 이를 빅뱅 이론이라고 하며, 하나의 점이 팽창을 거듭하여 현재 우주가 되었다. 자연스레 많은 물리학자들이 원시 우주의 팽창, 즉 빅뱅에 따른 결과 및 잔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T. W. B. Kibble은 원시 우주의 팽창 및 냉각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결점(topological defect)들이 생성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1980년대 들어, 이 같은 우주론적 상상을 당장 실험실에서 관측할 수 있는 초유체(superfluid) 상전이(phase transition)에서 살펴보자고 제안한 사람이 W. H. Zurek이다. 이 둘의 이름을 딴 보편적인 결점 생성 기작을 키블-주렉 기작(Kibble-Zurek mechanism)이라고 부른다.
키블-주렉 기작의 핵심적인 예측을 키블-주렉 멱법칙(scaling)이라고 한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빨리 상전이를 할수록 더 많은 결점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는 초유체 상전이에서 처음 예견되었으며, 해당 법칙의 보편성 덕분에 다양한 물리계에 적용될 수 있다. 키블-주렉 기작이 처음 제시된 이후로 액정, 액체 헬륨, 초전도체, 극저온 양자 기체, 이온 덫, 리드버그(Rydberg) 원자 배열, 강유전체 등 다양한 물리계에서 연구가 되어 왔다. 하지만 정작 실험적인 어려움에 봉착하여 초유체 상전이에서 키블-주렉 멱법칙이 명확하게 관측된 바가 없다.
본 연구에서는 중성원자 양자 시뮬레이터를 이용하여 초유체 상전이에서 나타나는 키블-주렉 멱법칙을 처음 관측했다. 여기서 나타나는 결점은 양자 소용돌이(quantum vortex)다. 서로 다른 실험 변수인 온도와 상호 작용의 세기를 각각 바꿨을 때, 자발적으로 생성되는 양자 소용돌이의 개수가 실험 변수를 바꾸는 속도에 대해 보편적인 키블-주렉 멱법칙을 보인다는 것을 관측했다. 해당 결과는 초전도체, 액체 헬륨, 중성자별 등의 다양한 형태의 양자 유체(quantum liquid)에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키블-주렉 기작은 최근 급부상하는 양자 정보 과학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상호작용하는 양자 시스템의 바닥 상태를 높은 충실도로 구현하는 것은 단열 양자 컴퓨팅(adiabatic quantum computation)과 양자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데 중축을 담당한다. 본 연구는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양자 시스템에서 키블-주렉 기작의 정량적인 연구를 제시하여 결점이 발생하지 않는 바닥 상태를 빠른 속도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결과]
Universal Kibble-Zurek scaling in an atomic Fermi superfluid
Kyuhwan Lee, Sol Kim, Taehoon Kim, Yong-il Shin
(Nature Physic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7-024-02592-z)
초유체 상전이가 발생할 때 자발적으로 양자 소용돌이(quantum vortex)가 형성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처음 제시된 지 40년 만에 초유체에서 자발적 결점 생성에 대한 정량적인 관측이 이루어졌다.
- ○초유체 : 초유체란 한 번 흐르기 시작했을 때, 마찰없이 무한정 흐를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흐르는 입자가 전하를 띠면 이를 초전도체라고 한다.
- ○양자 소용돌이 : 양자 소용돌이란 양자화된 각운동량을 갖는 소용돌이를 의미한다. 이는 초유체에서 나타나는 결점의 한 형태이며, 솔리톤(soliton)과 같은 다른 형태의 결점도 초유체에서 관측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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