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비 날개 나노 구조의 두 가지 기능에 대한 실험적 분석 제시
- 지구 온난화로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탄소 중립 냉각 기술로서 큰 기여 예상
서울대학교 공과대학(학장 홍유석)은 기계공학부 고승환 교수 연구팀과 현대자동차 전자소자연구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나비 날개를 모사하여 색상 및 복사 냉각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기판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기후에 적응하는 것이 자신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진화를 하며 기후에 맞춰 살아오고 있다. 예를 들어, 추운 지방에 사는 북극곰은 털이 많아 체온 유지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막 여우의 귀는 북극 여우의 귀보다 큰데, 이는 큰 귀가 열을 몸 밖으로 뿜어 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많은 생명체들은 털의 유무, 몸집 크기 변화와 같은 단순한 열 소산(heat dissipation)의 방법을 통해 체온을 조절할 수 있다.
한편, 많은 종류의 나비는 이와는 다르게 독특한 방법으로 체온 조절을 한다. Archaeoprepona demophon이라는 나비 종의 날개는 독특한 나노 형상의 구조를 통해 수동적 복사 냉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여기서 수동적 복사 냉각(passive radiative cooling)이란, 주입되는 복사에너지보다 방출되는 복사에너지가 많아 그 차이로 인해 열이 빠져나가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이다. 대개 ‘수동적’이라는 말이 ‘능동적’이라는 말보다 부정적인 어감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지만, 여기서 ‘수동적’은 기존의 냉방 장치와는 다르게 따로 추가적인 에너지(예를 들면, 전기에너지)를 주입하지 않고 냉각 성능을 보인다는 것을 뜻한다.
복사 냉각 성능 뿐만 아니라, 나비 날개는 무지개 빛깔의 색상을 구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변 환경으로의 위장이 가능하여 자기 자신을 포식자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즉 나비는 생존을 위한 진화의 방법으로 수동적 복사 냉각 성능과 색상 구현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택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나비 날개의 나노 구조를 모사하여 색상 구현이 가능하고 복사 냉각 성능이 보이는 기판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해당 기판을 통해 표준 컬러 프로파일 (sRGB)의 91.8%를 커버할 수 있는 색상을 구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기 온도와 비교할 때 최대 8.45 °C 온도 강하를 보이는 우수한 냉각 성능을 자랑하였다.
공동연구팀은 나노 수준의 다공성 구조와 주기적인 격자로 이루어져 있는 나비 날개의 구조에 주목하였다. 먼저, 다공성 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존의 방법은 기공 크기를 정확하게 조절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리카 나노 입자를 이용한 용액 공정을 통해 보다 쉬운 방법으로 기공의 크기를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또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클린룸 기반의 리소그래피 방법에서 벗어나, 레이저 간섭 리소그래피를 이용하여 나노 수준의 주기적인 격자 구조를 개발하였고, 이러한 두 가지 방법을 결합하여 나비 날개의 나노 구조를 모사할 수 있었다.
고승환 교수는 “이번 성과가 전세계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탄소 중립 기술에 걸맞는 연구로서, 전기가 없어도 냉각 성능을 구현하는 수동적 복사 냉각 기술 개발에 대한 귀중한 자산과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리고 냉각 기술 뿐만 아니라, 나노 구조에 의한 색 발현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현대자동차 및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 재료과학 분야 학술지인 ‘Nanoscale horizons’ 저널에 2022년 6월 19일에 게재되었다. (Biomimetic reconstruction of butterfly wing scale nanostructures for radiative cooling and structural colo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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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정영주 박사과정 / 02-880-1681 / jungyj2551@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