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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연구성과

연구성과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 연구팀

히치하이킹 행동의 분자 기전을 밝히다

2022. 4. 13.

- 한-스웨덴 공동연구 10년의 결실, 신경세포의 특성 결정 기전 규명 -

[연구 필요성]
  • -다양한 신경세포들이 제각각 특별한 성질을 가지는 것이 신경계의 원활한 작동에 아주 중요함. 지금까지 다양한 신경세포들, 특히 같은 종류로 보이는 신경세포들 간에 각각 독특한 성질을 가지게 되는 기전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였음
  • -본 연구에서는 예쁜꼬마선충의 히치하이킹 행동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IL2 신경세포의 특성을 결정해 주는 조절인자를 규명함으로써 특정 신경 세포의 특성을 결정짓는 과정의 이해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음
[연구성과/기대효과]
  • -본 연구에서는 IL2 뉴런의 특징을 나타나게 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조사하는 유전학적 연구를 수행한 결과, 예쁜꼬마선충에서 섬모세포의 총체적 발생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주된 조절 유전자(daf-19) 의 새로운 유전자 동형 (isoform)을 동정함
  • -본 연구는 단일 뉴런 고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분화 유전자 조절 체계를 최초로 규명하였음.
  • -또한, 특정 뉴런에 새로운 기능과 성질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유전자가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쓰이고 있는 유전자들 중에서 일부만을 수정하여 새로운 기능을 하게 만드는, ‘진화의 기회주의적 속성‘ 만으로도 충분함을 대표적으로 보여 준 사례가 됨.
  • -본 연구 결과로 섬모성 뉴런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들(ciliopathy)에 대한 이해 수준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함.

[본문]

□ 본 연구의 과학적 중요성 및 의미
  • 예쁜꼬마선충은 열악한 환경에서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전략인 ‘닉테이션 (nictation) 행동’을 함. 이 행동은 예쁜꼬마선충의 다우어 (dauer) 유충이 몸을 세운 채로 흔드는 행동으로, 주변의 다른 개체 (달팽이, 쥐며느리 등)로 옮겨가 그들을 타고 번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히치하이킹 (hitchhiking) 행동임.
  • 닉테이션 행동에는 많은 뉴런 중에서 특별히 IL2 뉴런이 중요함을 밝혔으나 이 뉴런이 어떤 면에서 특별한지를 알지 못했음.
  • 본 연구에서는 IL2 뉴런의 특징을 나타나게 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찾아내고 그 원인유전자를 조사하는 유전학적 연구를 수행함.
  •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에서 섬모세포의 총체적 발생에 중요하다고 알려진 주된 조절 유전자인 daf-19 의 새로운 유전자 동형 (isoform)이 동정됨.
  • 이러한 결과는 특정 세포에 새로운 기능과 성질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유전자가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자리에서 쓰이고 있는 유전자 중 일부를 수정하여 새로운 기능을 하게 만드는, ‘진화의 기회주의적 속성‘ 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음.
  • 본 연구에서는 뉴런으로서의 특징을 부여 → 섬모형 뉴런으로서의 특징 부여 → IL2 뉴런으로서의 특징 부여라고 하는 단계별 조절인자의 작용 경로도 총체적으로 규명해 냄으로써 단일 뉴런 고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발생 체계를 최초로 체계적으로 규명하였음.
  • 이러한 뉴런 특이적인 조절 기전은 예쁜꼬마선충 뿐 아니라 인체의 다양한 기능을 하는 섬모성 뉴런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얻는지, 뉴런 특이적인 유전자들을 어떻게 전사하는지 그 조절 기전 규명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됨.
  • 더 나아가 섬모성 뉴런에서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들(ciliopathy)에 대한 이해 수준을 더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함.
  • 이 연구의 성과는 생명과학 연구 분야의 세계적 국제 학술지 Cell의 자매지인 Cell Reports에 2022년 4월 12일 게재됨.
□ 본 연구의 국제 협력연구로서의 중요성
  • 본 연구는 2012년 공동교신저자인 이준호 교수가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에 연구년으로 1년 체류하면서 시작된 연구임
  • 카롤린스카 의과대학은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으로서 예쁜꼬마선충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는 기관임.
  • 카롤린스카 의대의 Peter Swoboda 교수는 오래전부터 daf-19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전 연구를 해 오던 연구자임. 그런데 이준호 교수가 2012년에 수행한 블라인드식 돌연변이 동정 연구에서 공교롭게도 daf-19 유전자가 스크린에서 걸려 나오는 우연의 일치가 일어남
  • 그 이후 1저자인 안승엽 박사가 스웨덴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협력연구를 계속하였고 그 결실이 이번 논문으로 맺어지게 됨.
  • 본 연구의 진행과정에서 한국연구재단의 한-스웨덴 국제협력연구 지원이 큰 역할을 했음. 한-스웨덴 국제협력의 성공적 사례의 하나가 될 것임.

[연구결과]

The C. elegans Regulatory Factor X (RFX) DAF-19M module : a shift from general ciliogenesis to cell-specific ciliary and behavioral specialization

Soungyub Ahn, Heeseung Yang, Sangwon Son, Hyun Sik Lee, Dongjun Park, Hyunsoo Yim, Hee-Jung Choi, Peter Swoboda, Junho Lee
(Cell Reports, in press)

인간을 비롯한 진핵생물들은 외부 환경을 인지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섬모라는 세포기관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경우, 시각, 후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에서 외부의 자극을 수용할 때 섬모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섬모를 가진 다양한 세포 중에 섬모성 신경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섬모성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인한 다양한 질병들 (ciliopathy)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고 있다.

본 연구진은 약 10년 전에 예쁜꼬마선충의 종 보존을 위한 특이 행동인 ’닉테이션 (nictation)‘의 기전을 연구해 발표했다. 예쁜꼬마선충이 개체수 증가와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해 생존에 열악한 환경이 되면 기존의 발생 단계를 대체하는 ’다우어 (dauer)‘라는 유충이 되는데, 이 다우어는 자신의 몸을 세운 상태에서 흔드는 행동을 한다. 이때 선충은 주변의 다른 동물들에 옮겨탈 수 있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선충은 번식을 위한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즉, 닉테이션 행동은 예쁜꼬마선충이 새로운 환경을 찾기 위한 ’히치하이킹 (hitchhiking)‘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는 닉테이션 행동을 위해 예쁜꼬마선충의 섬모성 신경세포인 IL2 신경세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IL2의 어떤 특징이 닉테이션 행동에 결정적인지 자세히 알 수 없었다.

닉테이션 행동을 위한 IL2 신경세포 고유의 특징을 찾기 위해, 본 연구진은 IL2 신경세포의 특징을 부여하는 원인 유전자를 조사하는 유전학적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예쁜꼬마선충에서 모든 섬모성 신경세포의 발생에 관여하는 조절 유전자 daf-19의 새로운 유전자 동형 (isoform)인 daf-19m을 발견했다. 원래 daf-19m은 IL2 신경세포가 아닌 남성 특이적 신경세포에서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IL2 신경세포에서 daf-19m과 그 조절 유전자들이 모듈을 이루어 IL2 신경세포에 기능을 부여한다는 사실과 daf-19m이 하위의 조절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한, daf-19m과 그 조절 유전자들이 닉테이션 행동에 중요한 사실 역시 확인했다.

본 연구를 통해 ’개체의 단일 신경세포가 어떻게 정체성을 획득하며 또 그것이 어떻게 개체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연구진은 개별적인 신경세포의 발생 체계를 연구해 체계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다. 특히, 본 연구는 인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섬모성 신경세포들이 고유한 정체성과 기능을 가지는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특정 세포의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유전자의 일부만 수정한 채 생명체가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진화적 관점에서 살펴봤을 때 개체가 새로 유전자를 탄생시켜 기능을 부여하는 것 보다 기존의 유전자와 그 조절 기전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라 해석할 수 있고, 이른바 ’진화의 기회주의적 속성‘을 뒷받침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용어설명]
  • -섬모 (Cilia): 진핵생물의 일부 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세포기관. 운동성 기관의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원생생물의 경우 유생의 표면에 존재해 유영하는 데 사용되고 고등 동물의 경우에는 점액이 붙은 입자를 이동시키거나 외부의 자극을 수용해 개체 내의 신경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예쁜꼬마선충에서는 외부의 자극을 수용하는 일부 신경세포에만 섬모가 존재하는데, 이를 섬모성 신경세포라고 한다.
  • -RFX 전사인자 (Regulatory Factor X transcription factor): 섬모의 발생과 발달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전사인자. 고등 동물의 경우는 여러 기관에 다양한 RFX 전사인자들이 존재해 다양한 섬모성 세포들의 발생을 조절하고 있으나, 예쁜꼬마선충은 단일 RFX 전사인자인 daf-19 만이 존재한다. RFX 전사인자의 하위 유전자는 프로모터 부위에 RFX 전사인자를 인식하고 직접 붙을 수 있는 독특한 조절 부위가 존재하며, 이 부위를 매개로 RFX 전사인자가 하위 유전자를 조절한다.
  • -유전자 동형 (Gene isoform): 유전체 상의 같은 위치에서 전사된 유전자이지만, 전사 시작 위치 (Transcription start sites; TSSs), 단백질 코딩 DNA 시퀀스 (Coding DNA sequences; CDSs), 비번역 부위 (Untranslated regions; UTRs) 등의 차이가 있어 기능상의 차이가 예상되는 유전자. 비록 유전체의 변이가 없지만, 비교적 단순하게 다양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이 출현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진화적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이 필요할 때 적은 변화로 큰 기능적 변화를 이끄는 경제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 -다우어 (Dauer): 예쁜꼬마선충의 발생상의 한 시기. 전형적인 예쁜꼬마선충의 발생은 성체가 되기 전에 네 번의 유충의 시기 (L1, L2, L3, L4)를 거치지만, 개체의 밀도가 높거나 먹이가 부족하고 고온의 환경에 노출되면 L1 유충은 일종의 휴면 상태인 다우어 유충의 발생 단계로 진입한다. 다우어는 입이 막혀서 입으로 박테리아를 섭취할 수 없고, 매우 두꺼운 큐티클 (cuticle) 층을 가져 스트레스에 잘 버틸 수 있는 단계가 된다. 다우어는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특정 상황에서는 닉테이션 이라는 독특한 행동을 통해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에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림설명]

그림 1: DAF-19M 전사인자와 그 하위 단백질들에 의해 조절되는 닉테이션 행동
그림 1: DAF-19M 전사인자와 그 하위 단백질들에 의해 조절되는 닉테이션 행동

예쁜꼬마선충에서 RFX 전사인자는 daf-19이 유일하지만, daf-19는 총 4가지의 유전자 동형이 존재하고 그 중 하나인 daf-19m이 IL2 신경세포의 특이적인 정체성을 부여한다. 본 연구진은 다른 섬모성 신경세포들에서는 볼 수 없는 daf-19m 유전자의 조절을 받은 5가지의 하위 단백질들 (하위 유전자들이 각각 번역되어 단백질이 된 형태; KLP-6, OSM-9, CWP-4, DDN-2, DDN-3)을 규명했고, 이 단백질들이 다우어 유충의 닉테이션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위의 5가지의 단백질이 IL2 특이적 섬모성 신경세포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었고, 이것은 daf-19m 전사인자에 의해 조절되고 있었다.

그림 2: 본 연구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
그림 2: 본 연구내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그림.

피리부는 소년은 DAF-19M, 그 결과 나오는 산물들은 IL2 뉴런의 특징을 결정하는 유전자 산물들을 형상화한 것임. 그 결과 다우어 (휴면 유충)들이 닉테이션 행동을 통해 히치하이킹하여 새로운 서식지 (오아시스로 표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함을 표현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