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초 연구에 기반하여 무 바람들이를 유발하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제시하다 -
해마다 김장철이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무와 배추의 가격에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무에서는 겉모양에 이상이 없어도 막상 잘라보면 내부가 비고 푸석해지는 바람들이라는 현상이 종종 발견되곤 한다. 품종개량 과정에서 바람들이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육종가들에 의해 진행되었으나, 바람들이의 유전적 원인에 대하여 알려진 바는 없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지영 교수팀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무 육종 전문가인 박수형 연구관과 함께 바람들이를 촉진하는 유전적 요인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진은 바람들이가 잘 일어나는 무 계통을 재료로 삼아 바람들이가 생길 때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하여 찾아내고, 이들 가운데 바람들이 형질과 연관된 유전자들을 추적하였다. 그 결과, 연구진은 바람들이 현상이 활성산소의 증가를 유발하는 환경에서 활성화되는 NAC013이라는 전사조절인자에 의한 세포 사멸을 통해 촉진됨을 규명하였다.
연구 결과, 바람들이가 잘 일어나는 무에서는 NAC013의 활성화가 더 잘 일어나는 유전형이 발견되었다. 이 정보는 바람들이를 예측, 예방할 수 있는 분자마커 개발이나 재배 조건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나 복숭아 같은 과실에서 발견되는 바람들이 현상도 비슷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생리장해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연구진들은 NAC013의 기능을 애기장대라는 기초연구 모델 식물에서 밝힌 다양한 결과들을 무에서의 결과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규명할 수 있었다. 이는 모델 식물의 연구에서 얻은 풍부한 과학적 발견이 실용 연구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에 중요한 지식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연구 사례이다.
본 연구성과는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의 강병철 교수, 가톨릭 대학교의 김상태 교수,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최은영 교수의 데이터 분석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으며, 식물학 분야의 리더 학술지인 The Plant Journal의 온라인 판으로 게재되었다. 본 연구는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에서 지원하는 골든시드프로젝트 채소종자사업단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 ■논문명: Oxidative stress response and programmed cell death guided by NAC013 modulate pithiness in radish taproots
- ■저자: 이지영 교수 (교신저자, 서울대), Nam Hoang 연구원 (제1저자, 전 서울대 이지영 교수 연구실 소속), 박수형 연구관 (제2저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철민 연구원 (공동저자, 서울대 이지영 교수 연구실 소속), 서한나 대학원생 (공동저자, 서울대 이지영 교수 연구실 소속), 김상태 교수 (공동저자, 가톨릭 대학교), 최은영 교수 (공동저자,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강병철 교수 (공동저자, 서울대학교)
[연구결과]
Oxidative stress response and programmed cell death guided by NAC013 modulate pithiness in radish taproots
Nam V. Hoang, Suhyoung Park, Chulmin Park, Hannah Suh, Sang-Tae Kim, Eunyoung Chae, Byoung-Cheorl Kang, Ji-Young Lee
(The Plant Journal, in press)
무 (학명 Raphanus sativus L.)는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는 중요한 뿌리 작물입니다. 무는 모델 식물인 애기장대 (학명 Arabidopsis thaliana)와 같이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진화적으로 두 식물은 무척 가깝습니다. 따라서 애기장대에서 연구된 많은 결과들을 활용하여 무 역시 분자기작 연구를 통한 농업 분야의 모델 뿌리 작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바람들이라는 현상은 무의 상업적 가치를 떨어트리는 중대한 결함임에도 불구하고 이 특성을 제거하기 위한 전통적인 육종방법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무 바람들이의 기작을 이해하기 위해 바람들이가 잘 일어나는 무 계통과 그렇지 않은 무 계통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을 활용하여 비교한 후 바람들이가 생길 때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유전자들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바람들이는 뿌리가 성장하는 동안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목부 유세포 (xylem parenchyma)가 사멸하는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 나아가 바람들이가 잘 일어나는 계통과 그렇지 않은 계통의 차이를 만드는 유전적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양적 형질 위치 (Quantitative trait locus)를 찾는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바람들이가 잘 일어나는 계통과 그렇지 않은 계통 사이에 NAC013이라는 전사조절인자에 (같은 종의 같은 유전자임에도 개체마다 차이가 나는) 다형성(polymorphism)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다형성을 갖고 있는 두 종류의 무 NAC013 (RsNAC013) 대립 유전자들을 애기장대에서 발현시켜 RsNAC013 유전자의 다형성이 그 기능에 차이를 유발하는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바람들이 현상에 차이를 보이는 두 계통 간 RsNAC013 유전자의 다형성이 RsNAC013 단백질에 변이를 만들고, 그 변이가 단백질 활성에 차이를 유발하며 바람들이 현상에 차이를 일으킨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종합하면, 무의 바람들이는 저장뿌리가 비대하는 과정에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도되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뿌리 목부 유세포가 사멸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며 그 과정에서 RsNAC013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모델 식물의 연구에서 얻은 풍부한 과학적 발견이 실용 연구를 더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에 중요한 지식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연구 사례입니다.
[용어설명]
- ○영어로 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라고 불리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은 기존에 사용하던 생어 염기서열 분석과 달리 많은 수의 DNA조각을 병렬로 처리하여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빠른 속도로 많은 양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다.
- ○DNA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mRNA가 합성되는 과정을 전사 (transcription)이라 하고 그 과정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단백질을 전사조절인자라고 한다.
-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들마다 다른 특징을 갖는 것은 개체들마다 다른 유전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분자마커는 특정 형질의 차이를 분자 수준 (DNA 염기서열 수준)에서 식별할 수 있는 마커이다.
- ○영어로는 xylem parenchyma라고 불리는 세포. 물관부를 구성하는 세포 종류 중 하나로 물질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 ○영어인 quantitative trait locus (QTL) analysis에서 번역된 용어.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르지 않고 사람의 키, 몸무게 같은 정량적 측정치로 나타낼 수 있는 형질을 양적 형질 (quantitative trait)이라고 하고 이것은 여러 유전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다. 양적 형질 위치 분석은 유전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특정한 양적 형질, 이번 논문의 경우 바람들이라는 양적 형질을 결정하는 다양한 유전자들의 유전체 내 위치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그림설명]
무 바람들이는 뿌리 생장 과정에서 여러 환경적 스트레스에 의해 만들어진 활성산소 신호가 세포 내 산화, 해독, 세포벽 변형, 사멸 과정 등을 일으키는 유전자들의 발현을 유도, 궁극적으로 목부 유세포가 사멸하여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활성산소의 신호에 반응하여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RsNAC013이라는 전사조절인자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