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에 의해 빨라진 식물의 성장-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정수종 교수(교신저자), 박훈영 박사(주저자) 연구팀은 위성 관측을 이용한 육상 생태계 분석을 통해 지난 40년간 기후변화가 북반구 고위도 지역 식물의 성장을 빨라지게 했다는 것을 최초로 밝혔다. 이 결과는 급격한 온난화에 대하여 북반구 대규모 식물 생태계가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사례이다. 본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환경생태 학술지 Global Change Biology에 2020년 9월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기후변화는 육상 생태계의 계절적 변화 양상을 크게 바꾸고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라 식물 개화일 등이 보다 이른 봄에 나타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을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개화일 등을 앞당길 뿐만 아니라, 초봄의 잎눈 시기부터 여름철 성숙기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인 성장과정에 영향을 주어 잎이 자라나는 속도를 바꿀 수 있다. 특히 심각한 수준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북반구 냉대 기후 지역의 숲, 초원 등은 온도, 일사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 다양한 변화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북반구의 광대한 영역에 분포하는 식물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는 것이 쉽지 않아, 식물이 자라나는 속도가 기후변화에 의하여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정수종 교수 연구팀은 위성 관측 자료(엽면적지수)를 활용하여, 1982년부터 2016년까지 35년 동안 북반구 중위도 및 고위도 지역을 대상으로 봄철 식물이 자라나는 속도, 즉 식물 성장 속도를 계산하고 그 장기적인 변화를 분석하였다. 이를 통하여 기온, 일사량, 강수량,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이 식물이 자라는 속도와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 기후변화가 봄철의 식물 성장 속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규명하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식물 성장은 해가 갈수록 점차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변화는 유라시아 북부 지역 (1.0% mon-1 decade-1)보다 북미 북부 지역 (1.8% mon-1 decade-1)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북미의 경우, 더워진 봄철 기온 및 상승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식물 성장을 빠르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라시아의 경우, 봄철 기온, 이산화탄소 농도, 일사량 증가가 식물 성장을 돕는 방향으로 작용하였으나, 그 효과는 북미 대비 약하게 나타났다. 이는 최근 유라시아 식물의 초봄 개엽시점이 크게 앞당겨졌기 때문으로, 앞당겨진 개엽시점이 기후변화로 인하여 빨라진 식물 성장 과정을 많은 부분 완화시켜 준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결과는 기후변화, 특히 기온 상승 및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고위도 냉대림 및 초원에 분포하는 식물의 성장을 빠르게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보다 빠른 식물 성장은 식물 활동의 강화, 즉 탄소 흡수 능력, 증발산량 등 식물-기후 상호작용이 기후변화에 따라 더욱 강화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나아가, 본 연구결과는 북미 지역의 식물과 유라시아 지역의 식물이 서로 다른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라시아 지역의 식생의 경우, 기후변화를 겪을 때에 성장과정이 지나치게 빨라지지 않도록 초봄 개엽시점을 앞당겨 성장 속도의 변화를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북미 식물의 경우, 이와 같은 완화전략을 보이지 않았으며 기후변화에 따라 생장속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향후 지속될 기후변화에 따라 고위도, 특히 북미 북부 지역의 식물 생장 과정, 그리고 이와 연관된 식물-기후 상호작용이 매우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신진연구 지원사업 및 중견연구 지원사업 그리고 서울대 창의선도 신진 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