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기원에 중요한 단서가 되는 중간질량 블랙홀을 최초로 확인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우종학 교수 연구팀은 1천4백만 광년 떨어진 왜소은하 NGC 4395 중심의 블랙홀 질량을 연구한 결과가 Nature Astronomy에 6월 10일자(영국 시간 기준, 한국시간 기준으로는 6월 11일 오전 01시)로 온라인 출판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블랙홀들은 태양보다 백만 배 이상 무거워 거대질량 블랙홀로 불리지만, 이번 연구는 그보다 백배 이상 가벼운 중간질량 블랙홀을 왜소은하 중심에서 찾아낸 결과다. 블랙홀의 기원은 블랙홀 연구의 주요한 과제로 남아 있으며,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한 이번 연구결과는 우주초기에 형성된 블랙홀 씨앗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중간질량 블랙홀의 존재에 관해서 오랫동안 논란이 있었다. 블랙홀의 기원은 태양의 수십 배 가량되는 별블랙홀(stellar black hole)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가벼운 씨앗(light seed)’ 시나리오와 거대한 가스구름에서 시작되었다는 ‘무거운 씨앗(heavy seed)’ 시나리오가 경쟁하고 있다. 이번 연구로 확인된 왜소은하 중심의 중간질량 블랙홀은 만일 무거운 씨앗에서 기원했다면 거의 성장하지 않고 초기우주의 원시 블랙홀의 흔적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하와 블랙홀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공동진화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은하의 진화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밝히기 위한 증거들은 여전히 찾는 중이다. 이번 연구는 중간질량 블랙홀의 경우도 은하와 상관관계를 보이며 은하진화에 블랙홀의 역할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반증을 제시하고 있다.
블랙홀은 질량이 작을수록 발견하기 어렵다. 블랙홀의 중력이 미치는 공간이 작아서 지구에서 관측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빛의 메아리 효과를 이용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블랙홀 질량을 측정하였다. 블랙홀에서 광속으로 80분 거리에 있는 가스에서 방출되는 빛이 지구에 80분 늦게 도착하는 메아리 효과를 측정하여 블랙홀 질량을 도출하였다. 연구팀은 한국천문연구원이 국제공동운영하고 있는 구경 8.1m 제미니 천문대와 한국천문연구원의 구경 1m 레몬산 천문대, 미시간 대학의 천문대를 비롯한 전세계 20 여개 천문대를 함께 사용하여 2017년과 2018년 봄에 모니터링 캠페인을 벌였으며, 관측에 성공한 망원경의 자료들을 통해 빛의 메아리 효과를 측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