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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떠나는 이들에게_ 최영찬 교수

2008.09.02.

가난하고 힘없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를

최영찬 교수IMF 때만큼이나 경제가 어렵고 80년대처럼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때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의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는 않을 것 같아, 교수로서 안쓰러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이 모두 사회에 나가 자기 몫의 일들을 충분히 감당해 낼 것으로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 탁월한 능력과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능력은 세계 어느 대학생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며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세상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는 특혜를 의미합니다. 부와 권력을 얻는 것이 성공의 기준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인들만큼 그 기준을 충족하기 쉬운 집단은 없을 것입니다. 얼마전 우리대학 동문인 정부의 경제수장이 부처내에 법대동문이 많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발언을 하여 사회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공정한 시장경쟁을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그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벌과 지연을 당연시하는 것은 어쩌면 오늘 우리 사회와 대학의 자화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여러분부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과 지연의 특혜를 인정하지 않고 정정당당히 노력하여 자신의 역할을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동문인 안철수 사장을 존경합니다. 의대를 나와 의사로서의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자신의 능력과 열정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벤처기업을 만들었습니다. 나는 여러분 모두 그러한 능력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정부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불법 투기와 탈법 증여, 논문표절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청문회에서마저 귀신이 한 일이라고 스스럼없이 얘기하는 이들이 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참담해지는 마음을 누를 수 없습니다. 태안주민들에게 엄청난 재앙을 일으키고도 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 없는 거대그룹 삼성의 떡값을 주고받은 사람들 중에 서울대 출신이 제일 많다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만 열면 법과 질서를 얘기하면서 스스로는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해서까지 돈과 권력을 움켜쥐려는 그들을 차마 동문이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까? 이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딛는 여러분들은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진실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동문인 박원순 변호사를 존경합니다. 그는 어려운 군사독재시절 우리 대학에 입학하고서 졸업을 하지도 못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안락한 삶을 마다하고 힘없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5월에 시작된 촛불집회가 어느덧 100회를 넘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촛불졸업생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입시지옥과 먹거리 불안에 몰린 어린 중고등학생들이 시작한 촛불이 그동안 우리사회가 관심을 주지 않았던 많은 문제들을 어둠 속에서 드러내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열정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눈길을 두지 않았던 해묵은 문제들을 저 촛불처럼 환히 밝혀내어, 힘없고 가지지 않은 사람들을 배려하고 모두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일에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공부일등, 출세일등의 서울대 동문들은 우리 사회가 많이 보아 왔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우리들의 이웃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자랑스런 동문이 돼주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울대를 졸업하는 여러분들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서울대학교 대학신문 기고, 2008.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