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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야기

[새로 나온 책] 강석진,『아빠와 함께 수학을』, 해나무, 2005 - 오영숙

2008.04.03.

[새로 나온 책]『과학으로 수학 보기, 수학으로 과학 보기』김희준·김홍종, 2005 - 이덕환

이 책은 수학 교수인 저자가 그의 다소 엉뚱하고 귀여운 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젊은 과학자 상’을 받을 정도로 수학적 업적도 훌륭하지만, 보통 ‘축구공 위의 수학자’라고 불려질 만큼 축구광이기도 한 저자가, 아들이 태어나자마자 그 다음날로 축구공을 사다 준 일부터 시작하여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어떻게 아들을 수학 및 축구로 유인하였으며, 지금 고등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아들과 어떻게 부딪히고 또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 유쾌하고 가벼운 필치로 그리고 있다. ‘48 하나 앞의 수’가 47인지 49인지 아버지와 아들 간의 조율할 수 없는 의견 차이를 다룬 이야기(‘하나 앞의 수, 하나 뒤의 수’),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배분법칙을 이용하여 수학 문제를 푼 꼬마 아들에 대한 벅찬 감동을 다룬 이야기(‘배분법칙’), 해답을 슬쩍슬쩍 보는 어린 아들과 싸운 이야기(‘해답 훔쳐보기’), 고등학생인 아들이 수학 공부를 거부하고 게임에 몰두했다고 아버지가 가출을 감행한 이야기(‘아빠의 가출’) 등을 읽고 있으며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지 않으면서도 아버지의 사랑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가족사를 다룬 것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이 책 속에는 수학을 가르치는 교육자라는 저자의 직업에서 우러나온, 수학 교육에 대한 그만의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 또한 그 노하우의 발전 과정, 즉 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생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각각 나이에 맞는 수학 교육이 잘 드러나 있으므로 자녀 교육에 지대한 관심 있는 부모들이라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친밀감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 게임들을 소개하는 이야기(‘머리가 좋아지는 게임’)이나 초등학교에 맞는 수학책이란 그림이 많고 말로 이루어진 문제들이 많아야 좋다고 저자의 주장을 피력하는 이야기(‘수학책 고르는 법’) 등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솔깃하게 할 것이다. 비행기에서 만난 기내 서비스 팀장님의 간청에 고등학생이 수학 공부를 할 때 필요한 몇 가지 노하우를 적은 이야기(‘수학을 잘 하는 비결?’)나 수학에 있어서 공식이 차지하는 위치를 다룬 이야기(‘구구단과 공식’) 역시 수학 공부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강점은 이렇게 수학 교육의 노하우를 다루면서도 저자만의 교육 철학을 잃지 않은 점일 것이다. ‘선행 학습’이 어떻고, ‘공식’이 어떻고, ‘수학 교육은 어째야 된다’는 둥 요즘처럼 자녀 교육에 말이 많은 세상에서 수학 교육의 핵심은 바로 적절한 흥미와 호기심을 스스로 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있음을 저자는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국적 포기까지 운운하며 한국 교육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수학 교육과 한국의 수학 교육이 어떻게 다른가를 조목조목 제시하여 주기도 한다(‘한국 교육과 미국 교육’). 더 나아가 그는 수학 교육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교육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즉 IQ나 EQ 점수에 지나치게 얽매인 사람들이나 영재 교육만 부르짖는 사람들에게도 일침을 잊지 않는다(‘IQ가 높다는 것’, ‘EQ,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병아리 감별법: 우리 아이는 영재일까?’). 이런 비판 정신과 주체적인 교육 철학이야말로 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자산일 것이다. 이 책은 수학 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자녀 교육으로 고민하는 독자들, 요즘의 교육 세태 속에 그냥 휩쓸려 가길 거부하는 독자들에게 특별한 감동과 재미와 더불어 꿋꿋한 교육 철학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