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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불편한 진실: 앨 고어의 긴급 환경 리포트』엘 고어, 김명남 옮김 - 성하영

2008.04.03.

[서평]『불편한 진실: 앨 고어의 긴급 환경 리포트』엘 고어, 김명남 옮김 - 성하영

우리는 무지 때문에 궁지에 몰리는 게 아니다. 문제는 잘못된 확신이다 (마크 트웨인)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무사안일주의의 환경적 안전 불감증 속에 살고 있다. 때문에 <불편한 진실>에서 이야기하는 진실은 누군가에게는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일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진실들 가운데 편안하고 받아들이기 쉬운 진실이 얼마나 될까? 특히 환경문제가 곧 우리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가장 받아들이기 어렵고, 싫은 진실일 것이다. <불편한 진실> 책에서 말하는 진실은 분명 불편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또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임이 분명하다. 이 책에서는 우리에게 크게 세 가지 불편한 진실을 보여 주고 있다.

첫째, 지구 온난화 현상을 그저 주기적인 현상으로 단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책에서는 오늘날 기후가 예전과 다른 것이 역사 이래 주기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지구 대기의 CO2 증가로 인한 이상 기후인지 확실하게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지구 온난화 회의론의 입장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담배회사가 담배와 폐암과의 상관관계를 부정했던 것처럼 석유회사와 에너지 업계들이 지구온난화를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계속적인 논쟁의 장으로 남겨주고 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둘째, 환경을 지키면 경제는 무너진다는 이분법적 생각을 비판하고 있다. 책에서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와 일본의 자동차 회사를 비교하면서, 경제성장과 환경문제가 반비례 곡선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나아가 지구가 살아남지 못하는데, 경제 성장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반문하고 있다. 세 번째는, 우리 모두가 학교나 환경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하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불편한 진실>은 지구온난화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 자료와 앨 고어의 삶과 정치에 대한 에피소드식 이야기로 구성된 책의 구조와 방대한 사진, 그래픽 자료는 무겁고 지루하기 쉬운 내용을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며, 우리의 관심을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책의 화자, 즉 앨 고어라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환경과 관련된 공부를 했고,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하도록 처음으로 제안한 로저 레벨 교수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후 그의 정치적 항로는 환경운동과 평행선을 걷게 되며, 환경적 이슈를 정치, 정책에 포함시키려는 노력들이 이어졌다. 부시와 선거에서 패배한 후 그는 본격적으로 환경문제에 뛰어들게 된다. 이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1000회 이상의 슬라이드 강연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경고하였는데, <불편한 진실>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책을 넘기면서 70년대만 해도 빙하로 덥혀 있던 킬리만자로의 빙하가 사라지고, 알프스, 페루, 파타고니아의 빙하도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유럽은 혹서로 3만 5천명의 인명을 잃은 반면, 인도 뭄바이는 37인치의 강수량이 기록되었다. 데워진 해수는 태풍의 덩치를 키워 2004년 일본은 10차례나 태풍을 치렀고, 2005년 미국은 ‘카트리나’라는 허리케인을 만나 많은 인명, 재산 피해를 남겼다. 지구는 점차 더워지고 있으며, 2005년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되었다. 빙하가 녹아 줄어들면서, 빙하 녹은 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세계 인구의 40%가 갈증에 시달리고 있고, 높아진 수면으로 네덜란드, 상하이, 플로리다는 침수의 위기에 처해있다. 한편 전염병 매개체가 사는 땅이 넓어짐에 따라 전염병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모든 내용을 책 속에서 생생하게 보게 된다.

앨 고어는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더 이상 정치적, 경제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질 수 없으며,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의 근본적이고 도덕적인 반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1968년, 1972년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고 연약한 모습이었다. 지구를 사랑하는가? 이 아름다운 지구를 계속 유지하고, 또한 우리 미래 세대에 남겨주고 싶은가? 이를 위해 우리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 책이 그 진실을 대답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