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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과학] 나노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영향 / 남좌민

2008.04.03.

[미래를 여는 과학] 나노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영향 - 남좌민

나노(nano)란 그리스어에서 기원한 말로 “난쟁이” 또는 “아주 작다“라는 뜻을 가졌으며, 실제로 과학기술에서 얘기하는 나노물질 또는 나노구조란 일반적으로 1-100 nm (10-9 미터) 사이의 크기를 가지는 초미세 물질 또는 구조를 얘기한다. 즉 이렇게 작은 물질과 구조를 다루는 분야가 나노과학기술 분야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초미세 구조를 다룬다고 해서 다 나노과학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좀 더 정확히 나노과학을 정의하자면, 큰 크기(bulk)로 존재하는 물질이 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이 됨으로 인해 새롭고 유용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가져야 하고 이러한 나노구조물을 원하는 크기, 모양, 조성으로 만들고 조작 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우리는 비로소 나노과학을 제대로 연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나노물질의 특성 중에 가장 첫 번째로 주목할 만한 특이사항은 그 작은 크기일 것이다. 1 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미터이다. 이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일 정도로 가늘고, 물벼룩보다 100만배 더 작으며, 우리 몸의 기본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단백질과 DNA등과 비슷한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극도로 작은 크기는 나노물질들이 여러 가지 구조(우리 몸의 세포를 포함) 내부로의 침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한 이러한 나노물질들과 크기가 비슷한 생체 내부의 여러 가지 물질들 (단백질, DNA 등) 과 용이하게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우리 몸 내부의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나노물질에 기반을 둔 나노과학기술은 기존에 존재하는 물질과는 다르게 이러한 미세한 나노물질이 가지는 여러 가지 특수한 물리화학적 특성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나노물질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때문에 크게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금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금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눈에 볼 수 있는 크기에서는 모양과 크기에 상관없이 밝고 빛나는 노란빛을 띠고 있으나 1-100 nm 사이의 크기로 존재할 경우에는 입자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띠게 된다 (15 nm의 구형 금나노입자 용액은 와인색깔을 나타낸다). 이렇듯 나노미터 크기로 작아지게 되면서 물질은 커다란 성질의 변화를 겪게 된다. 나노물질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단위부피당 가지는 엄청난 표면적이다. 즉, 여러 가지 다른 물질과 반응을 할 수 있는 면적이 커지므로 그만큼 효과적으로 빠르게 상호작용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나노입자를 조절함으로 인해 색깔이 변하는 현상 등을 이용한 기술은 중세시대 성당의 창문(stained-glass)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 유리창들은 실제로 금, 은 나노입자의 양을 조절함으로 인해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깔로 채색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시대의 예술가들이 이것이 나노기술이라는 것을 알고 사용한 것은 분명히 아니겠지만 말이다. 최근 들어서는, 여러 가지 소설이나 영화 등에도 나노기술은 자주 나타나는데, 고전 영화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원작에 기반하여 만들어진 “Fantastic Voyage", 그리고 좀 더 최근 영화인 ”Inner Space"에서 초미세 선체를 타고 사람 몸속을 다니는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영화 “스파이더맨”에서의 악당 Dr. Octopus는 나노선을 통해 로봇팔을 자신의 의지대로 조절하는 장면을 볼 수 있으며, 영화 “터미네이터 3“에서 신형 터미네이터의 핵심기술이 나노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묘사된다. 이외에도 나노입자를 이용한 기술의 유용성과 이러한 기술의 위험성을 그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각 마이클 크라이튼의 "Prey"라는 소설도 있다.

우리가 나노기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은 영화나 여러 가지 서적에 나오는 초미세 나노로봇(nanobot)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직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는 나노로봇(nanobot)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은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나노로봇을 만들기 위한 기초 부품을 만드는데 주력을 하고 있는 정도라고 보는 게 더 맞다. 그러나 나노로봇을 만드는 게 나노과학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이외에도 나노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가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은 수도 없이 많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이러한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실제 상품으로 개발된 것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의 기술을 이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주로 화장품, 세탁용품 등등의 생활용품에 주로 적용이 되어 상품화가 되고 있다. 물론 단지 더 나은 생활용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하며 나노과학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노과학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은 새로운 과학기술 및 산업의 혁명적 발전을 기대하면서 나노과학기술 연구에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미국의 예를 들자면, 2001년 클린턴 정부에서부터 지금 2007년 부시정부까지 6.5 billion dollar(한국 돈으로 환산하자면, 약 6조원) 이상이 나노과학기술 연구에 투자되고 있다. 물론 이는 여러 가지 사설기관이나 기업이 나노과학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연구비 그리고 다른 정부기관에서 지급되는 연구비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리차드 파인만이 1959년에 미국 물리학회 모임에서 ”There is Plenty of Room at the Bottom"이라는 표현을 쓰며 앞으로 나노과학기술이 미래의 기술을 주도할 것이라는 내용의 강연을 하면서 이 분야의 개념이 확립되기 시작하였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 나노과학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몇십년이 지난 1980년대 이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가지 나노물질 합성과 이러한 물질들을 분석하는 기술들이 함께 발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에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과학기술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을 끼치고 있으며 그 응용분야는 실로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나노기술이 가장 크게 응용이 될 분야는 전자와 의학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전자제품은 훨씬 더 정밀해지고 작아질 것이고,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초소형 고성능 다기능 전자제품들이 탄생할 것이다. 생명과학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나노패턴 기술을 이용해 인간의 유전자 정보를 정확히 제대로 해석할 수 있게 해 줄 작은 human genome chip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microarray[수백 마이크로미터의 유전자(DNA) spot들로 이루어진 유리칩] 기술로는 이러한 인간의 모든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칩을 만들면 테니스 코트 정도의 커다란 크기가 되므로 실제로 응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노패턴을 형성하는 기술로 이러한 인간 유전자 칩을 만들면 작은 동전 정도의 크기로 작게 만들 수 있으므로 그 응용범위가 아주 넓어지고 사용이 용이하게 될 것이다. 의학의 발전도 나노기술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인데, 기존의 기술로는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초기, 정밀 진단 및 치료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노입자를 이용해 원하는 곳에 더 정확히, 더 빠르게, 더 많은 양의 약(합성된 약, 유전자 등)을 전달 할 수 있을 것이며, 여러 가지 불치병들(암, 치매 등)을 생체 기능성 나노입자가 가지는 신호증폭 기능을 이용해 아주 초기에 진단함으로써 이러한 병을 예방하거나 쉽게 치료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새로 주목해야 할 분야로 digital healthcare를 들 수 있다. 이는 사람 몸에 붙일 수 있는 아주 작고 미세한 칩을 나노기술에 기반 하여 만들고 그 칩을 통해 여러 가지 생체내의 물질의 수치(단백질, DNA, glucose 등)를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달함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훨씬 많은 정보를 병원 측에서 전달할 수 있고 모니터 할 수 있음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는다든지 쓰러지는 경우와 같은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막을 수 있게 해주고, 훨씬 더 개개인에 맞게 그리고 정확하게 진단 및 치료를 가능케 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나노기술의 문제점들일 것이다. 한 예로 나노물질의 우리 몸에서의 독성을 들 수 있다. 나노물질은 크기가 작아서 우리 몸의 여기저기에 쉽게 침투가 가능하고 반응성이 큰 경우가 많으므로 인간의 몸에 좋은 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해로운 여러 가지 반응도 촉진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 후에 사용이 되어져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나노물질들의 사용에 의한 환경오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늘 주의를 하며 사용이 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분명히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아직 가능성과 응용분야가 가장 큰 여러 가지 분야(전자공학 및 의학)에서 나노과학기술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으나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삶의 전반적인 변화에 가장 큰 주역이 나노기술이 될 것이라는 사실과, 우리는 이 기술을 인체나 환경에 끼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하여 늘 같이 연구하면서 발전시켜 나가야 된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