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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사회봉사

2008.06.26.

또다른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사회봉사

또 다른 깨달음과 배움의 시간-사회봉사

지난 한 학기, 사회봉사 과목을 통해 학교 밖으로 나가 봉사활동을 펼쳤던 서울대인들을 만나본다. 봉사도 하고 학점도 따고 일석이조의 새로운 경험이라고 가볍게 시작했던 사회봉사과목. 그러나 주변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직접 접하면서, 더 많은 고민과 배려를 배우고, 더 욱 성숙해진 서울대 학생들. 경험 이상의 것들을 얻어왔다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느꼈던 뿌듯함과 고마움을 같이 나눠보자.

미래교실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게 됐어요
정수명 (수의대 05)

지난 한 학기동안 관악사회복지관의 ‘미래교실’이라는 곳에서 선생님으로 봉사 활동을 했다. 미래교실은 맞벌이부부나 재가가정의 아이들 중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아침 열시부터 오후 여섯시까지 보살피는 곳이다. 나는 지도선생님을 보조하여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 이곳에서의 나의 활동이 과연 충분히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1차적인 필요조차 충족되지 못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얼마나 많은데, 중산층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만큼 복지활동에 여유가 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이런 의문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복지혜택을 받는 가정의 형편이 아니라, 아이들이 아직은 어리고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정성껏 만든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먹으면서 공부며 독서에 도움을 받고, 자신의 문제들을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곳, 복지관이 있고 나와 같은 봉사자가 있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사회생활에 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걸 깨달고 난 뒤, 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고민하는 입장에서 아이들을 대하며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화가 나서 씩씩대며 선생님을 때리려는 아이는 그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부드럽게 웃으면서 차근차근히 잘못된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타일러 주었다. 또 내성적이어서 체육시간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아이와는 함께 책을 읽으며 친해졌고, 아이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공부를 싫어하고 산만하여 나에게 가장 많이 혼났던 아이는 미래교실 최고의 춤꾼이었다. 댄스수업 때마다 선생님들의 칭찬을 독차지 하던 그 아이에게는,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교육받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대학을 설명해주면서 공부에도 흥미를 갖고 열심히 하도록 지도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대하려고 노력했더니, 아이들 모두 긍정적인 가능성과 나름의 사려깊음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선생님으로서 봉사를 했지만, 선생님이기 보다는 친구처럼 아이들과 지내며 소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구나 갖고 있는 가능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배웠고,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잊어버리기 힘든 소중한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사랑의 집짓기 해비타트’, 그 안에서 단체 운영 요령을 배우다
김흔진 (외교 02)

나는 사회봉사 과목을 통해, 한국 해비타트에서 개인후원 행사 기획을 맡았다. 해비타트 내에는 다양한 봉사 분야가 있었고, 여러 대학에서 사회봉사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모여 조를 짜서 진행하였는데, 개인후원 팀은 4-5명씩 두 조로 나눠서 활동을 진행하였다. 개인 후원 팀이 하는 일은 개인 차원의 기부나 자원봉사 등 지속적이고 활발한 개인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사를 기획하는 일이었다. 주로 사무실에서나 조별로 따로 만나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구체화해서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발표하는 식으로 활동이 진행되었다.

많은 사회봉사 영역 중에서도 개인후원을 신청한 이유는, 다른 형태의 후원이나 자원봉사는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지만 자원봉사단체 내에서 실제로 그 단체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싶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게 되더라도 이러한 사전지식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그 참여 의지나 지속성 측면에서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몰랐던 것을 많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해비타트 사무실 내에서 모인 활동 자체는 많지는 않았지만, 해비타트에서의 오리엔테이션과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직접 해비타트 자체 내의 개인ㆍ기업 후원 행사, 예를 들어 패션쇼 행사나 카드사와의 연계를 통한 기부 프로그램 등의 기획과 진행을 보면서, 해비타트 역시 보통 기업처럼 행사나 프로그램의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원봉사 단체들은 그 목적이나 활동의 성격이 비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 운영이 다소 비효율적일지 모른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조금이나마 옆에서 실제 활동모습을 보고나서는 그러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이번이 졸업학기였는데, 졸업 전에 사회봉사과목을 수강해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다. 사회봉사과목이 아니라면 이런 성격의 활동은 개인적으로는 체험해보기 힘든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의 활동을 계기로 앞으로 사회에 나가서도 미약하나마 어떤 식으로 사회에 환원을 할 것인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려고 한다.

사회봉사, 교과목은 끝났지만 봉사활동은 앞으로도 쭉~
장민성 (물리천문 07)

한 학기동안 관악사회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유달리 어린 아이들을 좋아해서 대학 입학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들 중 하나가 어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것이었다. 뜻밖에 기초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사회봉사교과목을 통해 이런 바람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고마웠다. 비록 장애인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처럼 고되고 손이 많이 가는 봉사활동은 아니었지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우선 요즘 어린이들만의 문화와 생각에 대해서 알게 됐고, 내 어린시절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의미 있었다. 또, 내가 아이들에게 부모님이나 또래 친구들과는 다른 역할을 하면서 이전에는 하기 힘들었거나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제공해준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쉽게 아이들과 코드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내 어린 시절과 비교하여 요즘 아이들이 공유하는 문화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배우게 해주어야겠다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내가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얻는 것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아이들의 말동무가 되어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내가 아이들의 생각에 질문도 해보고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으로 판단되는 것들에게 대해서는 바른 방향으로 유도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이들이 배운다는 느낌보다는 아이들의 대답과 반응으로부터 내가 아이들에 대해서 배우고 알아간다는 느낌이 더 컸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지금보다도 아이들과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지만, 봉사가 끝나면 아이들과 만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말 평가회 후 공식적으로 사회봉사교과목이 종강 하더라도, 꾸준히 아이들과 계속 만날 생각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보람되고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2008. 6. 26
서울대학교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