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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대법관, 서울대 후배들에게 솔직한 강연

2007.09.12.

- 김영란 대법관(법학 75학번) "여성 리더 초청 강연"

김영란 대법관서울대 여성연구소는 서울대 여학생들에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여성 지도자상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여성 리더 초청 강연”을 열었다. 9월 10일 그 첫 연사로 김영란 대법관을 초청, 몇 걸음 먼저 대한민국의 여성지도자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영란 대법관은 배석·단독판사를 거쳐 고등법원 배석판사로 근무했고 이후 재판연구관(조세팀장), 사법연수원 교수(가족법, 조세법)를 역임한 후 대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중 2004년 8월 대법관에 임명되어 현재 4년째 일하고 있다.

“사람들은 법조인들이 말을 참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가장 말을 못하는 사람들에 가깝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그녀는, 평생 직업을 가져야하고 법과대학을 다녔으니 그에 따른 자격은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법조인의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임관 후에는 법관에 대한 롤 모델도 없었고 직업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도 그리기 어려워 당혹스러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김대법관은 여성 인력이 수적으로만 증가하거나 제한된 분야에만 몰리는 현상도 지적했다. 공정한 시험 성적으로 직업을 결정하는 분야에 여성 인력이 많이 쏠리는데, 이는 시험 외에 여성의 자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고 다양한 평가 방법이 고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판 진행에서 여성 법관에 대한 선입견은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긍정적인 체험담도 털어놓았다.

질의응답 시간, 법대에 들어간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는 물음에 김대법관은 “굉장히 후회를 많이 했다. 적성에도 안 맞는 것 같았고… 사실은 지금도 후회할 때가 없지 않다”고 솔직히 답해 법대 학생들의 호응을 받았다. 그녀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왕따 재판’을 꼽았다. 왕따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의 부모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했는데, 피해 학생의 선천적인 기질을 이유로 배상액을 낮춘 1심 판례를 상고심에서 변경했다면서, “타고난 성격이 ‘왕따’를 당하거나 피해 배상액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배상액을 높였다”고 평소의 소신을 밝혔다.

김대법관은 여성 법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여성의 치밀함과 섬세함을 통해 내부 조직 변화의 촉매자로서, 주류사회의 시스템과 문화가 양성이 평등하고 정의롭게 바뀌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후 “여성리더초청강연”은 10월 8일 정옥희 두산 캐피탈 전무, 10월 22일 강금실 변호사, 11월 5일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초대, 현재와 미래 여성지도자들의 만남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2007. 9. 12
서울대학교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