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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무총장 인터뷰, '국제화는 학문분야별로 다양하게 추진해야'

2007.09.03.

이장무 총장이장무 총장은 취임 1주년을 기념해 가진 서울대 대학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화는 단순히 '영어강의를 강제하고 수치를 늘리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며, 단과대에 맞는 국제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학문 분야별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이루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장무 총장과 대학신문 편집장의 대화를 들어보자.

▲총장에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을 평가해 보자면.

지난 1년은 장기발전계획 수립 등을 통해 세계적인 서울대로 도약하는 비전을 서울대 구성원들이 공유한 기간이었다. 지난 1년간 역점을 둔 정책은 장기발전계획 수립, 국제화프로젝트 추진, 학제적 교육ㆍ연구시스템 마련을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장기발전계획서를 수립ㆍ발표했고 지난 1년간 100여개 대학과 새로 협정을 체결했다. 또 학제적 교육ㆍ연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학문 융합의 요람이 될 차세대융합기술원, 국제과학복합연구단지와 같은 멀티캠퍼스 조성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연계전공, 학생설계전공 등과 같은 행정적 제도도 마련했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을 둘 계획은.

장기발전계획 등을 통해 공유한 서울대 발전상을 현실화하는 데 집중하겠다. 학문 분야에서는 우리가 꾸준히 추진해왔던 기초학문의 중점적 육성에 가장 높은 순위를 둘 예정이다. 또 각 학문별 지난 30년간의 교과과정 변화를 조사해 그 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찾겠다. 또 국제캠퍼스 조성, 해외석학 초청 등 서울대의 국제화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유례없는 대규모 인원을 투입해 장기발전계획을 마련했다. 어떤 배경이 있었나.

미국은 유연한 교육ㆍ연구시스템을 통해 세계 대학의 흐름을 주도하게 됐다. 서울대 역시 한국 최고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와 경쟁하는 체제를 갖출 목적으로 70여명의 교수ㆍ직원이 계획안을 수립하게 됐다.

▲장기발전계획의 골자는 무엇인가.

장기발전계획은 2025년까지 서울대가 세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다. 첨단분야 연구와 학제적 교육ㆍ연구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2015년까지 최소 30개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며 2025년에는 아시아 최고 거점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를 위해 국제교류 활성화, 교육과 연구 혁신, 행정서비스 개선, 멀티캠퍼스 조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장기발전계획을 토대로 총장 재임 동안 해야 할 4개년 실행계획을 별도로 만들어, 학문 분야별로 계획ㆍ실행 과제를 각 단과대에 전달했다.

▲아직 사업의 경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미 추진단계에서부터 서울대를 대표할 만한 많은 구성원이 참여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장기발전계획을 논의해 왔다. 각 단과대는 물론 평의원회, 교수협의회에도 여러 차례 의견을 물어 계획에 반영했고 그 내용을 토대로 공청회를 열어 계획안을 세웠다. 장기발전계획 수립과정에서 충분히 공유가 됐다고 본다.

▲취임 당시 ‘국제화된 서울대’를 목표로 삼았다. 서울대의 국제화 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서울대는 종합대학인 만큼 단과대에 맞는 국제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국제화는 학문 분야의 특성에 맞게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이같은 국제화 방향은 눈에 보이는 속도는 느릴지라도 궁극적으로 확산속도가 훨씬 빠르다.

서울대는 국제하계강좌, 국제 실시간 공동강의, 복수학위 등 다른 대학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방식의 국제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이번 학기에는 ‘노벨상급’ 석학 겸직교수를 3개월 정도 초빙해 학생과 교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외국어강의 비율, 외국인 학생ㆍ교원 비율 등 양적 평가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외국어강의 비율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국제화를 평가할 때 영어강의 비율ㆍ외국인 학생 비율을 수치로 단순화해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국제화라는 것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서울대는 국제화 과정에서 외국어가 외국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필수적인 도구이기 때문에 외국어강의를 장려하고 있으나 몇몇 대학교와는 달리 일률적으로 외국어강의를 하라고 강제하지 않는다. 서울대는 영어강의 등 외국어강의를 양적 평가를 위해 시행할 생각은 없다.

▲발전기금 3천억원 모금 공약이 있었다.

동문과 학부모로부터의 발전기금 출연을 장려해야 한다. 기업으로부터의 출연이 전체 출연액의 10%에 불과한 해외 대학과는 달리 서울대 발전기금의 기업 의존도는 88%에 달한다. 경기에 따라 모금액수의 변동이 클 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 동문 가운데 명망있는 인사 몇 명을 선정해 발전기금위원회를 구성했으며 9월에는 동문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설 예정이다. 또 발전기금 출연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분들에게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자체적인 재원확충방안은?

올해 여름 정부가 대학의 지적 자산을 이용해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킴에 따라 연구팀을 꾸려 가칭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칭화대가 칭화홀딩스라는 기술지주회사를 만들어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서울대 기술지주회사는 앞으로 서울대의 기술을 응용해 대학의 재정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사회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물론 대학의 지나친 상업화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법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성공적인 법인화의 전제는 대학 자율성 보장에 있다. 대학의 자율은 대학 운영의 자율과 대학의 재정적 자율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정부의 법인화안은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 대학 자율성 확보와 객관적인 평가가 조화롭게 이뤄진다면 각 대학들은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싱가포르 등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지금의 법인화안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서울대는 법인화가 언제 성사되든 대학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신장해 나갈 생각이다.

▲올해 등록금 인상폭이 컸다. 등록금 인상을 우려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현재 서울대 등록금은 1년에 평균 540만원으로, 단순비교하긴 힘들지만 세계 유수 대학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가급적이면 등록금을 과격하게 올리기보다는 완만하게 인상하겠다. 정부의 지원과 외부의 지원을 최대로 이끌어 내도록 하겠다. 또 내년 고등교육예산이 1조원 추가됐는데 이를 이용해 장학금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계층선발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학에는 학문, 문화, 인종, 교육, 지역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층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계층선발제를 도입하려면 먼저 학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가정환경 등 학업성적 외적인 면도 입시선발에 포함시키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이들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사회적 신뢰를 바탕으로 자리잡아 선발자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2007. 9. 1
대학신문 http://www.sn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