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서울대에서 '조교'로 살기

2007.08.31.

교수, 학생, 교직원 사진학교에는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교수, 학생 그리고 교직원. 그런데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동급 최강, 일당백의 인물들이 있다. 바로 조교, 이른바 Teaching Assistant! 교수와 학생들 뒤치다꺼리부터 매뉴얼 10권으로도 부족할 만큼 많은 일을 하지만 영원히 교직원일 수는 없는 그들…"

요새 학생들, 뭔가 다르다?
OO온(이하 온) _ 요새 학생들은 정말 궁금한 게 많아요. 제가 학부 때에는 수업 시간에 질문한다는 걸 상상도 못했거든요? 경제학부 수업이 사람이 많은 탓도 있겠지만… 그런데 요새는 쉬는 시간까지 선생님들을 붙들고 질문을 하더군요.
OO서(이하 서) _ 아마 학점 때문일 거에요. 요즘 친구들은 학점 진짜 좋잖아요? 그 학점 받으려면 그렇게 안 할 수가 없죠.
OO분(이하 분) _ 혹시 이해찬 세대 이후 세대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 때부터는 미분도 안 배웠다던데… 그러면 공대 수업은 물론 경제학 배우기도 어렵잖아요.
서 _ 아니, 뭐 꼭 그런 건 아니구요… 물론 제가 이해찬 세대라서 옹호하려는 건 아니지만 ^^ 그러고 보니 제가 막내로군요, 오늘은…
분 & 온 _ (야유성으로) 좋으시겠어요.
서 _ (약간 비굴하게) 하지만 저도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없는 건 아니에요. (다시 결연한 어조로) B-를 받은 학생들이 재수강하려고 오히려 C+를 달라고 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온 _ 시험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이지만, 지금 학부생들은 시험 에티켓에도 문제가 있어요. 시험 감독을 들어갔는데, 75분짜리 시험에서 화장실을 가겠다잖아요? 그것도 80명 중에 30명이 넘게… 감독 둘 중에 한 명은 화장실만 보내다가 끝났어요.
분 _ 언어교육원을 찾아오는 학생들을 보면 대학생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이 있어요. 홈페이지에 자세히 안내가 되어 있어도 엉뚱하게 수강 신청을 하거나 전화를 해서 하나하나 물어봐요. 또 승급 인터뷰를 위해서 출석률이 70%가 넘어야 된다고 하면 엄청나게 따져요. 예를 들어 결석이 3.5회까지 허용된다고 하면, 그게 3회인지 아니면 반올림해서 4회인지… (썩소) 그렇게까지 인터뷰를 보고는 다음 학기에 등록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서 _ 좋게 보면 자기주장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이라고 봐야겠죠.

서비스 정신, 필요한 것은 알지만…
분 _ 예전에 학생 입장에서 언어교육원을 찾았을 때에는 불만이 많았어요. 안내실에 들어가도 아무도 안 쳐다보더라구요 T.T 하지만 막상 거기 앉아 있다가 보니까 저도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눈을 마주치면 제 담당이 되잖아요? 사실 하던 일이 있는데…
온 _ 조교실에 들어가서 인수인계를 마치자마자 대청소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웬 쓸데없는 서류, 예를 들면 2년 전 수강 신청 초안지까지 다 쌓여 있더군요. 그래서 버리려고 했더니 선배 조교가 큰일 난다는 거에요. 연말에 감사 나온대요.
서 _ 저는 수업조교 하면서 본부에서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퀴즈 답안지 하나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온 _ 며칠 안했지만 사실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려면 끝이 없을 것 같아요. 안 하려고 들면 또 철판을 깔 수도 있고… 솔직히 학생 입장에서는 조교랑 친한 게 좋을 듯해요. (으쓱해서) 장학금 정보도 듣고,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의뢰도 조교실로 오니까요.
분 _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르잖아요? 선생님들은 사실 관계를 확인하시지만, 그 뉘앙스라는 게 미묘하잖아요… 조교들 한 마디에 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좌우되니까요.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승지도 되고, 내관 노릇도 할 수 있어요.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온 _ 학부 때까지 보던 것과 대학원 이후에 알게 된 선생님의 모습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요, 물론 제 경험은 아니지만… (일동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학부생은 일종의 소비자이자 고객이라고 생각을 하시지만, 대학원생은 같은 생산자라고 생각하시지 않나 싶어요.
서 _ 공대에서는 벤처 기업을 겸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까 그런 마인드가 더 강하죠. 어쨌든 월급을 받으니까요 :) 때로는 회사 일만 하고, 자기 연구는 못하는 선배들도 있었어요.
분 _ 가끔씩은 속된 말로 시다바리가 된 기분도 들지요. (정색을 하고) 저는 특수기관이라서 그런 경우는 없지만, 학과에서는 가끔 그렇잖아요? (다시 일동의 의혹어린 눈길 집중) 옛날에는 그게 선생님들께서 자기 사람을 키우는 과정이었다는데, 요새도 그렇게 챙기고, 지원해주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온 _ 그래도 급할 때 생각나는 건 결국 지도교수님이더라구요. 당장 추천서가 필요한데, 누가 선뜻 써 주시겠어요? 처음에는 허드렛일을 한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다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시간이었던 듯해요.

진정한 프로페셔널 조교의 조건
서 _ 선배들 말을 들어보면 그래도 요새 조교나 TA는 대우가 많이 좋아졌다고 해요. 몇 년 전까지는 TA가 한 달에 12만원밖에 못 받았다고… 등록금 면제도 없었다면서요?
분 _ 작년부터 재학생이 조교를 못 하게 되었잖아요? 수료생이나 졸업생만 할 수 있는데, 사실 누가 서울대 졸업하고 계약직 조교로 일하겠어요… 결국 교직원화되는 셈인데, 사실 조교가 직장인 마인드로는 하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 돈 받으면서 어떻게 선생님들과 학생들 뒤치다꺼리를 하겠어요. 다 선후배라는 의식과 애정이 있으니까 가능하지요.
온 _ 퀴즈 답안지 채점도 굉장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이라고 봐요. 그것을 관련 전공자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겠어요? 수업 조교나 학과 조교가 행정 업무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관련 학과의 학생이 아니면 제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분명히 있어요.
분 _ 교내 여러 기관의 업무 수준이나 강도로 학교 밖에서 일을 하면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아직 학생 신분이고, 학교 안에서 일을 하니까 그 정도 보수를 받으면서 업무 외적인 자질구레한 일까지 하지요. 그리고 그나마 같은 학교 선후배니까 규정 내에서 유연하게 도와드리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온 _ 자신의 돈과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조교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들에게 단순히 직업의식만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결례라고 생각해요. ‘프로페셔널’이라는 단어의 범위를 넘어서는 수많은 조교들이 오늘의 학교를 만들어왔고, 지금도 지키고 있으니까요.

낮에는 일에 시달리고, 밤에는 자신의 공부에 치이는 조교들… 힘들고 서럽지만 교수의 칭찬 한 마디, 학생들의 음료수 한 캔에 기운을 낸다. 850명 서울대 조교, 모두 파이팅!!!

도움을 준 조교들
OO분 (언어교육원 외국어교육센터 조교)
영어교육과 99, 석사 졸업. 언어교육원에서 piqaunt한 조교로 유명하고, 외국인 강사들과 매우 친하다. 동 대학원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OO온 (정치학과 학과 조교)
경제학부 01, 정치학과 석사 수료. 지적이고 수려한 언행으로 교수들의 사랑과 학생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신임 조교로서 업무 파악에 전념 중이다.
OO서 (재료공학부 수업 조교)
재료공학부 02, 석사 과정 재학 중. 성실+근면 모드로 실험실과 수업을 장악했다. 석사 논문 스트레스에 심하게 시달리고 있다.

2007. 8. 31
서울대학교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