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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교수 정년식

2007.03.14.

교수 정년식

서울대학교는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문화관(73동) 중강당에서 홍기창(영어영문학과) 등 교수 24명에 대한 정년식을 가졌다.

이날 정년식에는 가족과 학생 등 300여명이 찾아와 교수님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이장무 총장은 송별사에서 "우리가 평소에 존경하고 자랑으로 삼았던 24명의 교수들은 우리에게 삶의 지표를 제시했던 분들이라 이번 정년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며 "정년을 맞이하는 24명의 교수들은 수십 년간 서울대와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이어 "정년 교수들은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발전의 토대가 되는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다"며 "남보다 앞선 이론을 내놓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연구들을 이제는 다른 분야와 연계해 더 큰 발전을 이루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는 정년교수 대표인사에서 "학교를 떠나도 서울대의 학문의 깊이를 계속해서 눈으로 볼 것"이라며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더 발전해 세계로 도약하는 서울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년교수 명단

▲인문대: 홍기창(영어영문학과), 신수송(독어독문학과), 오금성(동양사학과), 유인선(동양사학과)
▲사회대: 황수익(정치학과)
▲자연대: 김성기(수리과학부), 김경태(화학부), 문우일(지구환경과학부)
▲간호대: 이은옥(간호학과)
▲공대: 윤종규(재료공학부), 이정인(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김창효(원자핵공학과)
▲법대: 송상현(법학부)
▲사범대: 전인영(국민윤리교육과)
▲생활대: 최혜미(식품영양학과)
▲수의대: 김선중(수의학과)
▲음대: 김성길(성악과)
▲의대: 김기환(의학과), 김우기(의학과), 이정상(의학과), 정홍근(의학과)
▲행정대학원: 김광웅(행정학과), 노화준(행정학과)
▲치의학대학원: 고재승(치의학과)

2007. 2. 28


<정년교수 대표 인사: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

‘큰 하나’가 되고자

탐구적 지성과 자유의 전당인 서울대학교와 제가 인연을 맺은 지가 내년으로 만 50년, 반세기가 됩니다. 1958년에 입학했는데, 그 때는 참 옛날이지요, 서기西紀를 안 쓰고 단기檀紀를 썼습니다. 단기 4291년이었으니까 학번이 1224번으로 그 해 4월에 입학했습니다. 조교를 거쳐 교수가 된 것은 대학 졸업 10년 후인 1972년이었습니다. 그 동안 존경하는 은사님들의 가르침에 힘입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이 되어 준 사람들 중에는 가족이 있고, 동료교수들, 조교들, 그리고 궂은 일 마다않고 도와준 직원들과 열심히 공부하며 수강한 학생들이 있습니다. 교수로 있으면서 국내외 다른 곳에서 잠시 일한 적이 있어 일생일업一生一業이라고자랑할 수 없고, 또한 멈춰야 만족할 수 있다는 지지지족知止知足도 실행 못했지만 정관靜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많은 은혜를 입었고 그래서 큰 빚을 진 곳이 서울대학교입니다.

지난여름 ‘복잡계 과학’이라는 계절 강의를 청강하면서 또 리더십 강좌에 외부 강사들을 초빙하면서 새삼 느낀 것이 강의 수준이었는데, “나도 저 강사처럼 강의를 잘했을까? 아니었겠지. 그렇다면 어쩔까?” 반성해 본 적이 있습니다. 평생 연구하고 강의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고백하고 다시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이제 그런 기회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제 전공이 아닌 다른 학문에 대한 외경畏敬의 마음이 부족했고, 공동체 조직생활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았던 일들도 반성꺼리의 하나입니다. 교수의 직격職格을 지키지 못한 때가 있었습니다.

학교를 떠나도 저희들은 서울대학교의 학문적 깊이와 폭, 그리고 장래의 가능성을 희망의 눈으로 여겨 보게 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는 지금 세계로 뻗어나가는 학문과 예술의 활력이 넘쳐흐르는 자랑스러운 보고寶庫입니다. 여기에 분과 학문 간의 장벽을 조금씩 허물면서 시학詩學과 미학美學으로 디자인된 옷을 더 입히면 그 수준은 몇 단계를 훌쩍 뛰어넘을 것입니다. 어지러운 나라가 지탱되는 힘이 이 상아탑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모두가 압니다. 그렇다고 자만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대학을 아름다운 창조의 요람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의 공간으로, 기존 학문과 질서를 존중하고 전통을 지키는 도량으로 이장무 총장님을 위시한 여러분들이 애쓰며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제 과학기술의 변화가 그 속도며 크기가 예 같지 않아 이포크 6단계에 이르면 인간은 비생물학적 존재가 되면서 지능은 지금의 1조배에 달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미구에 사이보그는 물론 신인류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품성학이나 여러 학문과 부딪칠 것입니다. 대학모습이 이대로 유지될지,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새삼 생각하게 만듭니다. 대학도 ‘양자 패러다임’조차 넘어 과거의 틀을 깨고 융합과 통섭通攝의 길로 가야 할 것입니다. 마침 지난 해 개교 60주년이 계기가 되어 총장께서 ‘미래학문과 대학을 위한 범대학 콜로키엄’을 후원하셔서 그 일환으로 제가 이미 발표한 미래대학 편제에 더하여‘21세기 지식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3월 29일에 발표할 예정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가을에는 오세정 교수팀이 미래대학을 디자인 해 낼 것입니다.

저희들은 자유를 갈구하는 일방, 규칙의 틀에 묶여 지냈습니다. 이제 벗어납니다. 파킨슨 법칙에서는 R-3이라고 해서 3년 전부터 벗어날 준비를 하라고 합니다. 저는 우물거리며 또한 두렵기도 해서 금단의 충격도 줄일 겸 R+3이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정당화시키는 법칙을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더 두려운 것은 갈망하는 자유가 자칫 허상은 아닌지, 현실과 상충되는 가상의 세계는 헤쳐갈 수 있겠는지, 그리고 하나의 파리한 푸른 점에 불과한 지구 안에서 우주 밖은 물론 우주 안도 제대로 못보고 진리 탐구한다고 계속 착각하면 어찌 될 지입니다.

저는 여러 표현 중에 율곡栗谷과 만해萬海가 썼던 묘합妙合이라는 단어를 즐겨 씁니다. 한번 만났다, 헤어졌다, 또 다시 만나면 ‘큰 하나’가 된다는 뜻인 이 묘합이 오늘 저희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떠나지만 다시 만나는 날 우리는 매우 ‘큰 하나’가 될 것을 소망합니다. 저희들은 나력裸力과 잔향殘香으로 버티겠습니다. 그러면 총장님이 추구하는 변혁의 틀 안에서 학교는 ‘큰 하나’로 융성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만큼 아름다운 교정, 이성적 분위기, 자랑스러운 학문의 요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평생을 가르쳤으니 이제 다시 처음 시작했던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봄이 익기 시작한 관악에 가끔 찾아와 숭엄崇嚴한 학풍을 폐부 깊숙이 들여 마시고 전공하지 않았던 모르는 분야의 연찬硏鑽에 더 귀 기울이며 가야 할 융합학문融合學問의 오솔길을 느긋하게 걷고 싶습니다.

제 말씀을 평생 은혜 입은 대학에 바치는 헌시獻詩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제목은 <그대 영원하니>입니다.

작은 불씨
지펴
모락모락
연기 일더니
꺼질 듯 꺼질 듯
한때
그러다 말다
다시 타
큰 불꽃
활활 타오르는
진리의 빛

그대
영원하니
관악에 온 누리에
높게 널~리

그 동안 정말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7년 2월 28일
김 광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