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서울대뉴스

기숙사에서 만나는 예술 - Art Dorm 〈Enjoy 寓意于物(우의어물)〉展

2021.12.20.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이하 관악사) 900동 지하 1층과 2층 복도에는 ‘Art Dorm’이라는 갤러리가 위치해있다. 이곳은 사생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적 소양을 기르도록 하고자 꾸려졌는데, 2010년에 첫 전시가 개최된 이후 관악사는 미술대학과 협업하여 학생들의 작품을 지속해서 전시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화)부터 12월 6일(월)까지는 〈Enjoy 寓意于物(우의어물)〉전이 진행되었다. △김예찬 △김충선 △박수현 △이단비 △정다은 △정서원 △하수민 학생 등 동양화과 석사과정 재학생들이 모여 총 14점의 동양화를 선보였다.

예술 향유의 부담이 덜어지는 시간

전시 제목인 ‘우의어물(寓意于物)’은 중국 북송 시대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제시한 사상으로, ‘아름다운 사물을 즐겁게 감상하고 사물에 자신의 의지와 취향을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Enjoy 寓意于物〉전은 현대 미술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작가와 감상자가 부담 없이 예술을 즐기도록 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공통적으로 장지에 바다를 표현한 박수현의 〈외옹치〉 (왼쪽)와 정다은의 〈바닷결〉 (오른쪽).
공통적으로 장지에 바다를 표현한 박수현의 〈외옹치〉 (왼쪽)와 정다은의 〈바닷결〉 (오른쪽).

이번 전시에서 감상자는 작품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동양 회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박수현과 정다은 학생은 공통적으로 장지(壯紙)에 바다를 표현했지만, 서로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통해 감상자에게 다양한 예술 경험을 불러일으킨다. 박수현 학생은 작품 〈외옹치〉에서 장지에 모노프린트와 채색을 통해 속초의 외옹치 바다를 그려냈다. 그는 물감이 한지에 부드럽게 스며들도록 하여 바다의 물결이 햇빛을 은은하게 반사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A4용지 정도의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그림 앞에 선 감상자는 마치 속초의 바닷가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편, 정다은 학생의 작품 〈바닷결〉 속 색연필로 표현된 바다의 물결은 곡선으로 부드럽게 나타나면서도 색의 경계가 명확하다. 서로 다른 빛을 내면서 어우러지는 물결 조각들을 표현한 이 그림은 특정한 장소를 가리키지 않음으로써 감상자들이 저마다 바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도록 이끈다. 이처럼 〈Enjoy 寓意于物〉전을 통해 사생들은 작품마다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주목하면서 전시를 즐기고, 이를 계기로 동양화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작가로 참여한 김예찬 학생(동양화과 석사과정)은 “한지라는 전통적 재료 위에 풀어내는 작가들의 현대적인 미각과 개성에 집중하면 전시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며 감상 포인트를 언급했다. 더불어 그는 "사생들이 편하게 전시를 즐기시면서 떠오르는 감상을 있는 그대로 느끼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관악사에 거주하는 강지혜 학생(식품영양학과·20)은 전시를 관람한 후 "같은 동양화인데 작가마다 색채, 구도, 주제 등 화풍이 다 달랐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Art Dorm, 작가와 감상자가 소통하는 예술 공간

Art Dorm은 사생에게 일방적으로 예술작품을 공개하는 장소에 그치지 않고 작가와 감상자가 소통할 수 있는 예술 공간이 되고 있다. 특히 전시장 입구에는 방명록이 있어 감상자는 전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메모로 남기고 작가가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전시에 두 번째로 출품한 김예찬 학생은 "사생들이 작품의 의미나 창작 의도에 관해 남기는 메모들이 나의 그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며 Art Dorm 전시가 작가에게 갖는 의의를 말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작가들이 감상자와 소통할 기회가 줄어든 상황에서 Art Dorm이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한편 강지혜 학생은 갤러리를 방문한 후 “방명록 공간에 의견을 남기면서 전시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던 점은 좋았지만 작가진의 SNS 프로필 링크 이외에 전시 전체의 기획의도,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매 전시에 앞서 개막식이 개최되었는데, 이를 통해 작가와 감상자가 대면으로 만나 전시, 작품, 작가 등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관악사 김지영 조교는 “코로나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음 학기부터는 다시 개막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사생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전했다.

Art Dorm에서는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함께하는 전시 이외에 학내 구성원들의 요청에 따라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이 개최된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휴식 혹은 영감이 필요하다면, 멀지 않은 곳에 Art Dorm이 있음을 기억하자. Art Dorm 갤러리는 '우의어물(寓意于物)’할 수 있는 즐거운 예술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서울대 학생기자
이규림(언론정보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