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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너머로 바라보는 성평등: 디지털X젠더X플랫폼 집담회

2021.07.19.

지난 8일(목) 오후 2시 서울대학교 여성학협동과정과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의 공동주최로 ‘디지털X젠더X플랫폼’ 3차 집담회가 열렸다. 여성학협동과정과 여성연구소는 한국 여성학의 정립 및 교육을 위해 각각 1999년과 2001년에 설립된 이래 여성 문제에 대한 현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왔다. 학술 활동의 일환으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집담회에는 교육, 법률,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성평등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높였던 외부 인사들이 초청되어 연사로 활약했다. 지난 5월에는 “학교 교육의 성 정치학”을 주제로 경기도교육연구원 이혜정 연사의 강연이 있었다. 6월에는 “〈사이보그가 되다〉:연립과 환대의 미래는 가능할까?”를 주제로 책 〈사이보그가 되다〉의 공동저자인 김초엽 소설가와 김원영 변호사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3차 집담회에서는 홍찬숙 책임연구원(여성연구소)이 발표를 맡았으며, 배은경 교수(사회학과·여성학협동과정)가 토론에 참여했다.

2021년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여성연구소 집중집담회 〈디지털X젠더X플랫폼〉의 포스터 이미지
2021년 서울대 여성학협동과정, 여성연구소 집중집담회 〈디지털X젠더X플랫폼〉의 포스터 이미지

갈등을 관통하는 프레이밍의 정치를 이해해야

“성 대결 프레임: 복잡한 불평등의 단순화와 남성 동성사회 회복의 유혹”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집담회의 사회를 맡은 김수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젠더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 이번 집담회를 통해 논의하고자 한다”며 집담회의 의의를 밝혔다.

발표자인 홍찬숙 책임연구원(여성연구소)은 이념, 세대, 계급이 얽힌 불평등의 현실이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라는 단일한 프레임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실을 우선 지적했다. 특히 홍 연구원은 갈등에 대한 세대별 인식 통계결과를 바탕으로, 중장년층의 경우에는 세대와 이념을 주요 갈등 요인으로 인식한다면, 유독 20대와 30대에서만 성을 가장 심각한 갈등 요인으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세대별로 상이하게 나타나는 갈등인식에 대해 ‘*프레이밍의 정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성 불평등 경험에 바탕을 둔 20대 여성들의 공적·정치적 목소리가 커지고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자 이에 관심을 갖게 된 젊은 세대들은 세대·이념·계급 등의 복잡한 요인으로 촉발된 사회갈등을 ‘젠더 갈등’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조명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사회 갈등을 다양한 방향에서 볼 수 있도록

홍 연구원은 복잡한 불평등을 젠더 갈등으로 단순화하려는 사회적 경향이 온라인의 담론과 현실 정치를 통해 더욱 확대되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성 불평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방식의 발화가 나타나고 오프라인으로 논조가 그대로 옮겨갔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도 오프라인으로 옮겨온 담론을 의식하면서 젠더 갈등의 프레임을 정치적 전략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원은 가부장제의 쇠퇴와 세대 갈등을 젠더 갈등 프레이밍 현상의 배후로 지목했다. “사회적으로 가부장제의 쇠퇴가 요구되면서도, 현실에서 젊은 남성들은 여전히 윗세대에 의해 가부장제적 남성성을 요구받고 있다”며 가부장제 쇠퇴와 압박을 동시에 경험하는 모순적 상황이 억울함과 분노라는 ‘감정’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집담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젠더 갈등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강우승(정치외교학부·15) 학생은 “인식 속 갈등과 현실 속의 불평등을 구분하는 능력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박민경(식품생명공학부·19) 학생은 “세대 갈등과 연결해 성 대결 프레임을 이해하는 통찰이 인상적이었다”며 “하나의 갈등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X젠더X플랫폼 집담회에서는 디지털 이슈를 바탕으로 현실 속 성평등에 대한 폭넓은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다. 다음 4차 집담회는 “게임과 인터넷 관통하는 공통된 정서: 여성혐오”를 주제로 7월 21일 오후 4시에 진행될 예정이며, 서울대 구성원 메일로 제공된 사전 신청 링크를 통해 집담회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성평등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구성원이라면, 집담회에 참가하는 것은 어떨까. 성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학내외 인사들의 강연과 토론을 통해, 관련 사회문제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프레이밍 효과: 같은 문제라도 사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

서울대 학생기자
김세민(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