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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수상자 인터뷰 – 이재민 교수(법학과)

2021.06.08.

서울대학교는 매해 창의적이고 활발한 연구 활동을 통해 탁월한 연구실적을 낸 교수 10명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수상자 중 한 명인 법학전문대학원 법학과 이재민 교수는 국제법 분야의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며 주요 국제학술지 기고와 학술 활동을 통해 그 학술적 성취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UNCITRAL (UN국제상거래법위원회) 워킹그룹, WTO 보조금 협정 전문가 위원회 등 다양한 국제기구 전문가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한국제법학회 국제이사와 상임이사, 서울국제법연구원 편집이사, 한국국제경제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국제경제법학회장을 맡고 있다. 꾸준한 학문적 업적을 인정받아 2016년 한국국제경제법학회 학술상, 2019년 대한국제법학회 ’현민 국제법학술상’등을 수상하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이재민 교수의 학술연구교육상 수상 소감을 들어보고 그의 연구에 대해 더 깊게 알아보고자 하였다.

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을 수상한 이재민 교수(법학과)
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을 수상한 이재민 교수(법학과)

이재민 교수님, 2020학년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 연구부문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0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 연구부문 수상을 하게 되어서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보다 큰 연구 업적을 남긴 분들이 법과대학에도 많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제가 이 상을 받게 되어서 여러모로 쑥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격려의 뜻이 담긴 상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열심히 해서 법학 분야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연구를 했으면 합니다.

학사, 석사, 박사, J.D.(법학박사), LL.M(법학석사)까지 쭉 법학을 공부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법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와 많은 법 분야 중에서도 국제법을 전공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법이 굉장히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적으로도 그렇고, 국제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법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 사회의 질서를 규율하는 규범들인데, 이런 규범들의 내용과 의미, 형성되는 방법과 이유, 그리고 어떤 규범에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있어야 사회가 스스로를 바로잡고 번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다닐 때부터 외국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대학교 시절에 중앙 도서관에 가서 TIME이나 Newsweek과 같은 외국 신문을 읽던 기억이 납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된 지금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에는 꽤 파격적이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법이 한 국가 안에서뿐만 아니라 제가 관심 있던 국제 사회, 국가들의 관계에서도 오히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간 사회 전체를 규율하는 것이 법이고, 그 법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면, 국제사회 전체를 규율하는 규범은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어 국제법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외교 통상부와 워싱턴 소재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시 학계로 돌아오시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이러니하게도, 1992년 서울대 법대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을 때에는 법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외무고시를 봐서 외교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법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국제법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외교부 조약과로 발령이 나게 되었습니다. 조약과에서 일하면서 법이 국제관계와 한국의 외교 정책에서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법의 중요성을 전반적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법학자보다는 외교관으로서 국제법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법대 석사, 박사 과정을 외교부에서의 일과 병행하며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J.D.도 비슷한 맥락에서 취득하게 되었는데, 많은 국제법 원칙과 판례의 기반인 영미법 제도를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법체계와 문화가 다른 국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로스쿨 과정을 마친 후에는 실무 경험을 통해 국제법 및 국제분쟁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더 쌓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국제기구, 국제사법기구, 국제재판소와 같은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국제분쟁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 로펌에서 전문 지식을 얻는 노선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실무 경험을 공익을 위한 조금 더 깊이 있고 체계적인 연구로 녹여내고 싶었기 때문에 기회가 생겼을 때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비록 제 직장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저는 여전히 제가 원래 하고자 했던 것들을 지금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법과 외교를 접목해 국제관계, 외교적인 문제를 법적인 측면에서 해결하는 것, 그리고 법적인 측면에서 외교적 문제를 바라보는 것에 대한 질문을 계속 제시하고 그에 대한 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계신 연구에 대한 설명과 이 연구가 현재 갖는 의의나 중요성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 연구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혼돈스러운 상황들을 법규범의 렌즈를 통해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미중 분쟁, 한일 분쟁, 북핵 문제, 일방주의의 세계적 확산, 디지털 경제의 도래,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등이 대표적이죠. 저는 국제법의 한계에 대한 현실주의 국제관계학자들의 비판에 대해 공감하지만, 다양한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다른 학문 분야의 한계를 법학자로서 동시에 인식하고 있습니다. 제 희망은 이러한 차이점들을 종합하여 국제사회를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연구하고 글로 써서, 국가들이 준수하는 법규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답하는데 기여하는 것입니다.

국제정치의 법제화가 계속되고 국경 없는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국제법과 국제규범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국제법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향후 국제법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국제법이 실제로 국가들의 행동이나 의사결정 방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대중들의 눈에 가장 띄는 몇 안 되는 위반 사례들 때문에 ‘국제법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할 때만 지켜지는 것’이라는 의심이 생기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은 정확한 평가가 아닙니다.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국가가 대부분의 상황에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가 보아온 다자주의 체제의 해체와 일방주의의 부상은 상당 부분 현실 정치에 입각한 이기적인 국가들의 국제 규범 불이행보다는 국가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적절한 규범 자체의 부재가 원인입니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급속한 변화를 국제규범이 따라가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해 규범의 공백이 생긴 것인데,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영역과 인공지능입니다. 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지금 국제법이 다루어야 할 주요 과제입니다.

향후 연구자, 교육자로서의 계획을 여쭙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의 동료 학자 및 연구자들과의 학술 교류와 소통을 통해 국제법 연구에 기여하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이 분야에서 서울대학교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제사회의 규범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글로벌 공익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한국 법학 연구자들의 위상도 높이고 싶습니다.

연구자이지만 동시에 한 명의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거리감이 없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제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의 이름을 다 외우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수업이 학부 교양 수업인데, 법학이 아닌 다른 여러 가지 영역에서도 국제 사회와 국제 규범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습관과, 각 분야의 리더가 되었을 때 국제법과 같이 장기적인 기준을 정립하는 것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인 서울대 학생들과 국제법 분야의 후학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내외 상황이 여러모로 어려운 이런 때일수록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사회가 바라는 것이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한 걸음씩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학생기자
김민주(정치외교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