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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시민항쟁의 현장 속에서 다시 생각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2021.05.24.

지난달 27일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주관의 “미얀마의 인권과 민주주의” 강좌가 시작됐다. 현재 미얀마에서 민주주의 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시의성을 고려해 예정보다 앞당겨 열린 이번 강좌는 4월 27일 첫 강좌를 시작으로 6월 1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6시부터 8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이번 강좌는 코로나19의 확산을 고려해 줌(Zoom)을 통한 실시간 원격강의로 구성된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열린인권강좌 〈미얀마의 인권과 민주주의〉안내 포스터
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열린인권강좌 〈미얀마의 인권과 민주주의〉안내 포스터

불완전한 국가 정체성 속 탄생한 군부와 시민의 격렬한 대립

여섯 차례의 강좌는 공통으로 미얀마의 인권 문제와 민주주의를 다루지만, 각각 다른 세부 주제로 구성된다. 첫 강연자로 나선 아산정책연구원의 이재현 선임연구원은 미얀마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며 시민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미얀마가 불완전한 국민국가로 출발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도 작은 분쟁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영국이 식민 통치를 위해 강화한 ‘억압자 버마족, 피억압자 소수민족’의 대립구조가 불완전한 국가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여러 소수민족을 통합해 하나의 완전한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명분 아래 등장한 것이 현재의 군부라며 현 사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두 번째 강연자인 전북대 동남아연구소의 김희숙 전임연구원은 ‘미얀마 시민 불복종 운동의 전개 양상과 의미’라는 주제로 올해 2월에 미얀마 공무원들의 파업으로 시작된 군부에 대한 시민 불복종의 과정 전반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군부가 체포보다 죽이는 것을 더 쉽게 여긴다”라며 급격한 사망자 수의 증가를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나 학생 사망자가 나오면서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고 결국 전 계층에서 전국적으로 시위가 폭발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군부의 진압이 더욱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현재는 시위대 역시 무력 대응으로 노선을 변경한 상황이다.

갈등과 인권유린의 현장, 더 넓은 연대를 위해

세 번째 강연은 ‘소수민족과 함께 하는 미얀마 인권과 평화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가 진행하였다. 이 기자는 미얀마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버마족과 샨, 카렌 등 여러 소수민족을 소개하며 그들 간의 갈등을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그는 현재 다양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에는 친군부 성향의 단체와 반군부 성향의 단체가 공존하고 있다며 소수민족 문제와 현 쿠데타와의 연결점을 짚었다.

네 번째 강연은 ‘국제 민주주의–인권 위기로서의 미얀마 사태’라는 주제로 홍문숙 부산외국어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홍 교수는 미얀마를 두고 벌어지는 미-중간 패권 다툼에 대해 미국의 경우는 인권 보호와 민주주의 수호 원칙을, 중국의 경우는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고 정리했다. 동시에 문제 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할 국제기구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회원국들에도 미얀마 군부와 비슷한 군부가 존재하고, UN 역시도 중국과 러시아의 지속적인 반발로 효과적인 제재를 도출하기 어려워 미얀마 인권 침해에 대해 제대로 태도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의 끝부분에서 그는 오히려 “미얀마처럼 비슷한 군부가 존재하는 ‘규율 민주주의’ 국가들이 사태 진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 초에 시작된 미얀마의 민주주의 운동이 현재 더욱 격화되고 있음에도 시위의 장기화로 국제사회의 관심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금 미얀마 시민항쟁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 사안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해결책을 모색해본다는 점에서 본 강좌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6월 1일에 열리는 마지막 강좌는 강연이 아닌 좌담회의 형식으로서, 미얀마 유학생들로 이루어진 ‘미얀마 청년연대’의 유운 활동가가 초청돼 더욱더 생생한 현장과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https://hrc.snu.ac.kr)

서울대 학생기자
이채연(국어국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