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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수상자 인터뷰 - 임명신 교수(물리천문학부)

2021.03.08.

서울대학교는 매해 독창적이고 탁월한 연구를 통해 해당 학문분야의 발전에 현저한 기여를 한 교수 10명을 ‘서울대학교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올해의 수상자 중 한 명인 물리천문학부 임명신 교수는 우리나라 관측천문학 연구의 발전에 크게 힘써왔으며, 2017년에 새로이 탄생한 다중신호 천문학 연구 분야를 이끌면서 금의 기원이라는 두 개의 중성자별 합병 현상이 어떤 환경에서 발생했는지 알아내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그 외에도 초기우주 퀘이사 발견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200여 편의 SCI급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하였다. 그 업적을 인정받아 2017년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과학자상, 2019년 한국천문학회 학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을 수상한 임명신 교수(물리천문학부)
2020 학술연구교육상(연구부문)을 수상한 임명신 교수(물리천문학부)

관측천문학에 전념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릴 적부터 공상과학만화를 통해 접한 우주의 모습이 신비로워서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 우연히 서점에서 과학 서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책은 아닌데, 지적 외계 생명체와 교신하는 법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모색하는 학회 발표들을 묶어 놓은 책이었습니다.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공상과학이 공상이 아니라 과학이고, 우주 관측 연구를 통해 그런 일을 실제로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쪽 길로 들어섰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에는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얻은 자료에서 추출한 은하의 크기를 토대로 은하진화 모델을 연구하였습니다. 최신 자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관측천문학이라기보다 이론천문학이었죠. 관측천문학을 제대로 한 것은 박사 후 연구원으로 캘리포니아대학 천문대에 근무할 때입니다. 그때 하와이 마우나키아섬에서 당시 세계 최대 광학망원경인 켁망원경으로 먼 은하의 스펙트럼을 관측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십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의 스펙트럼을 망원경으로 얻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그 후로 컴퓨터 안에서 우주를 재구성하는 이론보다는 실제 우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를 보듯이 우주의 과거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관측천문학 연구에 더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주초기부터 현재까지 은하와 블랙홀, 별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새로운 관측기법이 등장해서 우주의 동영상을 찍어서 우주의 역동적인 모습을 연구하기도 하고, 중력파, 중성미자 등 빛이 아닌 다른 신호를 통해 천체를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다중신호천문학이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중력파 신호 등을 관찰하여 블랙홀 형성이나 중성자별의 합병 현상과 같은 다양한 천문현상을 살펴보는 연구죠.

교수님은 연구를 하시면서 어떠한 감정을 느끼나요?

우주는 무궁무진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연구주제가 고갈될 법도 한데, 우주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거든요. 항상 새로운 문제를 저희에게 던져주는 도전적인 연구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관측기법이 나타나면서 우주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는 것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빛의 속도가 유한하기 때문에 우주에서 멀리 본다는 것은 우주의 과거를 본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에 재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우주 대부분의 공간은 지구와는 달리 저온의 진공 상태라는 큰 차이가 있는데, 우리는 우주의 오아시스라 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곳에 태어난 행운아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이런 행운을 최대한 누리면서 하루하루 소중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좋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서는 사물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꾸준히 연구하는 성실함, 그리고 실패를 해도 다시 도전하는 도전정신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과학적인 지적 능력을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있으면 좋은 연구자가 되기 비교적 쉽겠지만, 호기심과 성실함, 그리고 도전정신이 없이는 좋은 연구자가 되기는 힘듭니다. 반대로 호기심, 성실함, 도전정신이 넘치는 사람은 매우 뛰어난 지적 능력을 물려받지 않았더라도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남보다 매우 특출하게 지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항상 궁금해하고 노력하면서 연구해왔기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특별히 말하고 싶은 것은 자연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항상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알아낸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앞으로 어떤 일을 알아내면 좋을 것인지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추길 바랍니다.

교수님이 지금까지 해온 연구 중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모든 연구가 정이 가고 자랑스러워서 뭐라고 하기가 어렵네요. 대학원 때 시작한 은하진화 연구도 은하의 모양과 크기로 은하진화를 연구하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이라 무척이나 정이 가는 연구입니다. 특히 그중에서 타원은하진화를 연구한 것을 사람들이 많이 인정해 주어서 자랑스럽네요. 제가 박사를 받은 직후에 중력렌즈 현상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밝혀내는 연구를 했는데, 노벨상 받은 비슷한 연구보다 1년 먼저 결과를 발표한 것이라 정이 가고 내심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연구입니다. 중력렌즈 현상이라는 것이 가지는 기법의 한계 때문인지 연구결과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고요. 서울대학교 부임하고 나서는 우리나라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여 여러 연구를 하였는데, 여러 퀘이사를 발견한 연구와 이번에 상을 받은 다중신호천문학 연구가 자랑스러운 연구결과입니다.

교수님께서 연구에 푹 빠지신 것이 느껴집니다. 혹시 연구 외에 또 다른 취미가 있나요?

질문 내용이 연구라는 취미 말고 다른 취미가 있느냐라는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 연구를 취미처럼 하는 것이 맞고요, 그 외에도 여행을 가거나 맛있는 음식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얼마 전에는 백종원 골목식당 촬영을 집 근처에서 한다고 해서 점심시간 때 부랴부랴 그 중 한 식당을 찾아갔었죠. 덕분에 골목식당 TV에 제 모습도 나왔었고요. 어릴 때에는 과학교양서적 읽기, 우표 수집, 프라모델 만들기 등이 제 취미였습니다. 프라모델은 아직도 간간이 만들고 있고요. 학생 때 선배가 제가 프라모델 만드는 것을 보고 프라모델 말고 우주모델을 만들라고 놀린 적도 있네요. 영화도 좋아해서 넷플릭스도 즐기고 있습니다. 집에서 고양이, 거북이 키우는 것도 재미있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구, 또는 미래 계획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고 싶은 연구는 많습니다. 중력파와 빛 신호를 동시에 내는 중성자별과 블랙홀 충돌 현상을 발견하고 싶고, 또 우주 초기 퀘이사라는 천체에서 블랙홀이 성장하는 과정을 밝혀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관측시설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에 대학원 시절부터 해온 은하진화 연구도 더 심도 있게 해서 최초의 은하가 탄생하는 과정을 밝히고도 싶고요.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아니지만 외계행성에 생명체가 있는지, 그리고 태양계 외곽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행성이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도 참 재미있어 보여서 기회가 생기면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일들 욕심나는 대로 계속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네요.

서울대 학생기자
김지수(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