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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의 명암, 코로나19가 던진 질문과 남은 희망을 이야기하다

2021.01.12.

다사다난했던 2020년, 서울대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강의 전반이 사전 녹화 방식이나 zoom을 활용한 비대면 상황에서 진행되었고, 학교에서 진행되는 각종 행사가 온라인 환경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취소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뒤바뀐 올해는 교수들에게도 처음 겪어보는 일의 연속과도 같은 한해로 다가왔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여러 서울대 구성원들을 만나 202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소감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를 만나 교수로서 보낸 한 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

이준환 교수는 2011년 서울대에 부임한 이후 언론정보학과 연합전공 정보문화학의 교육과 연구를 위해 힘쓰고 있으며, HCI(Human-Computer Interaction)를 전공한 컴퓨터과학 연구자이다. 이 교수는 “항상 디지털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다룰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최근에 비대면 상황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의 HCI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연구 분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교수는 대화형 에이전트 연구에 주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시대 이전부터 진행되어 온 연구이지만 비대면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대화형 에이전트 기반의 상호작용(인터렉션)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대화형 에이전트 연구란 챗봇과 같이 대화를 통해 컴퓨터 시스템을 조작하는 연구를 의미한다”며 “최근에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변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준환 교수는 자기 전공 분야에서는 ‘비대면’이라는 주제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키오스크의 보급이나 모바일 중심의 은행 업무 등을 예시로 들며 비대면 서비스, 비대면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와 그 적용은 이미 오랫동안 발전되어 온 분야라고 설명하면서도 “다만 코로나19가 이러한 비대면 환경을 짧은 시간에 극한까지 몰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관련한 기술적 진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그 한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오히려 코로나19 시대가 ‘비대면’ 또는 ‘온라인’이 항상 최선이 아님을 일깨우고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고민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준환 교수는 교수로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코로나19 시대가 일으킨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우선 연구와 관련해서 이 교수는 “아무래도 사람을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HCI 연구의 특성상 많은 사람과 접촉하여 니즈를 파악하고 평가를 수행해야 하는데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니 많은 연구가 축소되거나 중요한 부분을 생략한 채로 진행되어 안타까웠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대학원생의 연구 지도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원래 대학원생들과 매주 개인 미팅을 꼭 진행했었는데 방역단계가 올라가면서 줌미팅으로 대체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다른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공유되고 연구의 폭이 깊어질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의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는 코딩이나 HCI 등 전공 분야의 교육이 이미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게 익숙했다는 점 때문에 아주 큰 변화는 없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대면 접촉이 아예 불가능해진 상황 때문에 학생들에 대한 세심한 지도가 어려웠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한다. 이준환 교수는 “코딩 수업은 특히 학생들 간의 이해도의 편차가 큰데 코딩이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며 “보완해나가야 할 문제인 동시에 비대면 수업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HCI 수업의 경우 팀별 토론이 중요한데 비대면 환경에서 좀처럼 토론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던 것 같다”며 “팀별 편차가 확연히 드러났고 교수자가 팀별 토론에 같이 참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 교수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와 동영상 강의, 그리고 채팅 도구와 브레인스토밍 도구 등 새로운 수업 방식과 새로운 도구들에 대한 경험치가 쌓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대면 수업으로 다시 전환할 수 있을 때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조화로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뀐 환경으로 인해 새롭게 배운 점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을 보낸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준환 교수는 “올해를 인류의 자만에 대한 경고를 던진 한 해이자 인류의 과학 기술에 대한 도전의 한 해라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역시 과학 기술로 이겨내겠지만 과학 기술에 대한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고민해보게 되는 일 년이었다”고 답했다. 이준환 교수는 에드워드 홀의 공간학 논의(Proxemics Theory)를 인용하며 “코로나19 시대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친밀한 거리와 개인적 거리가 사라졌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스스로 편리함 때문에 스스로 포기했던 많은 ‘거리’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고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이 깨달음을 ‘잃어버린 거리에 대한 소중함’이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새해의 계획과 서울대 구성원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이준환 교수는 “2020년과 큰 차이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며 “사회대 기획부학장으로서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고 학생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세상을 어떻게 즐길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서울대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말을 위해서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스위트홈’의 한 대사를 인용한 의미심장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 교수는 “드라마의 대사가 큰 공감과 용기를 주었다”며 다음의 대사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누가 그러더군요. 가장 진한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지는 거라고. 작은 가능성도 희망이니까.”

서울대 선임 학생기자
이경인(국어국문학 석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