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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의학의 어제와 오늘, 서울대 수의학박물관 개관식을 다녀오다

2020.11.12.

지난 10월 26일 월요일, 서울대 수의과대학(81동)에서 서울대 수의학박물관의 개관식이 진행됐다. 수의학박물관은 서울대 수의과대학 73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하여 수의학의 인류사적 기여와 그 의미를 알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개관식에 참여한 오세정 총장은 현장을 “1947년 설립 이래 국가 수의학 교육의 발전과 융합인재 육성이라는 목표에 매진해 온 대학의 역사와 성과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기록하기 위한 귀한 자리”라고 평하며 “이번 수의학박물관 개관으로 최고 수준의 성과를 통해 세계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고 있는 수의과대학의 전통과 가치가 우리의 자랑거리가 되고 후학들에게 면면히 이어져 내려갈 것”이라고 박물관 설립의 의의를 강조했다.

서울대 수의학박물관 개관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수의학박물관 개관식에서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 구성원에게 전하는 수의학의 참 의미

박물관 총괄 기획자 천명선 교수(수의학과)의 개회사와 함께 행사가 시작되었다. 천 교수는 “13년 전, 개교 60주년을 맞은 2007년부터 박물관을 설립하려 했지만 추진이 쉽지 않았다”며 “박물관을 개관하기까지 강력하게 설립을 추진한 집행부의 노력과 국내외, 그리고 작고하신 졸업생 가족 모두의 지원이 있었다”는 감사의 인사로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축사를 맡은 수의대 학장 서강문 교수(수의학과)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작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수의학협회(AVMA)의 인증을 받은 국제적 교육 기관이 되었다”고 축하하며 “또 하나의 터닝 포인트인 수의학박물관 설립을 통해 수의대의 비전을 대내외에 더 널리 알려가겠다”고 말했다.

정성대 수의과대학 동창회 수석부회장은 임동주 동창회장의 축사를 대독하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만이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수의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수의학박물관이 수의학도뿐 아니라 타 학문을 전공하는 학생과 교수들에게도 수의학의 참된 의미를 새길 수 있게 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 프로탄바이오 대표 조제열 교수(수의학과)는 “수의학박물관이 더 규모 있게 발전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서울대 동문들에게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감사패 수여식 후, 모두의 환호 속에서 박물관 개관을 공식 선언하는 테이프 커팅식이 진행됐다.

서울대 수의학박물관 전시실 중 전시 수장고의 모습
서울대 수의학박물관 전시실 중 전시 수장고의 모습

수의학박물관 미리보기

테이프 커팅식 이후 천명선 교수의 해설과 함께 박물관 참관이 이뤄졌다. 참관은 왼편 큰 벽에 붙은 수의과대학 연표를 따라 역사를 되짚어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1947년 서울특별시 종로구 연건동에서 시작된 서울대 수의과대학은 2년제 학부 교육과정으로 출범했으며, 1949년 제1회 졸업생을 배출했다. 1951년 한국 전쟁 중에도 피난지 부산에서 전시연합대학을 꾸릴 정도로 교육에 매진했다. 그 증거로 비좁은 부산 국립가축위생연구소의 우사 안에서 실험을 하는 당시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55년에는 미국 국무부와 국제개발처(AID)의 지원으로 교수와 조교들에게 유학의 기회가 주어져, 관련한 선구적인 연구 성과를 제출할 수 있었다.

박물관에는 수의과대학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1950년대 흑백 사진 속 수의과대학 학생들의 모습, 농촌 동물 진료 봉사 사진 등을 둘러볼 수 있었다. 박물관을 둘러보던 한 백발의 노교수는 사진 속에서 봉사활동 모자를 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여기 내가 왜 있지?”라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시기에 한국의 상황을 세계에 알린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후 서울대 수의학과의 교수로 병리생물학 연구의 초석을 닦은 석호필 선생의 유품 전시관도 박물관의 한 코너로 기획되어 있었다. 석호필이라는 이름은 ‘돌처럼 의지가 굳고(石), 호랑이처럼 강하며(虎), 어려운 사람을 도울 줄 아는(弼)’ 사람이 되겠다는 뜻을 담아, 영문 이름인 스코필드와 비슷한 한국어 음을 활용하여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1959년 대한민국에 영구 귀국한 그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병리학 교수로 재직하며 여생을 장학활동, 한국인의 인권 신장을 위한 사회 운동에 헌신했다. 박물관에서 그가 생전에 사용한 지팡이와 생활용품, 일기장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수의과대학의 연구에 사용되는 실험 도구를 한데 모아놓은 전시도 준비되어 있었다. 동물 생체 실험 키트, 측량계, 동물 근육 운동을 기록하는 기계인 키모그래프 등 실험 도구가 모여 있다. 도구들은 현대의 첨단 과학 도구들과는 다른 낯선 모습이었고, 녹슨 황동색의 빛깔만큼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옆으로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최신 연구 결과가 전시되어 있었다. 조제열 교수가 지난 2007년 설립한 바이오테크 기업 프로탄바이오의 연구 성과가 특히 눈에 띄었다. 폐암을 비롯한 여러 질병의 진단 키트와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병 신속 진단 키트의 개발이 주된 내용이었다.

수의과대학 지난 73년간의 성과와 자긍심을 담은 박물관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역할과 의의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등의 동물매개 감염병에 대응하며 지금도 공중보건에 값진 기여를 하고 있는 수의학계의 이야기가 앞으로도 박물관에 풍성히 채워져 가기를 기대한다.

소통팀 학생기자
고예문(교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