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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블랙홀 관측으로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다

2020.09.11

샤샤 트리페 물리천문학부 교수
샤샤 트리페 물리천문학부 교수

지난해 우주에 관한 엄청난 비밀이 한 꺼풀 더 벗겨졌다. 구글과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후원하는 ‘과학계의 오스카상’ 2020 브레이크스루상 기초물리학 부분에서 수상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The Event Horizon Telescope Collaboration) 팀은 2019년 인류 최초로 블랙홀 그림자 이미지를 촬영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유치원 때부터 우주가 품고 있는 거대한 비밀에 호기심을 느끼며 천문학자의 꿈을 꾼 샤샤 트리페 교수. 347명이 함께 공동연구를 펼친 EHT 팀의 일원으로 이 상의 의미와 앞으로의 우주에 대한 연구 계획을 들려준다.

사건지평선망원경(EHT) 팀이 2020 브레이크스루상 기초물리학 부문에서 수상하셨죠. 축하드립니다. 이 상의 의미를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브레이크스루상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초과학 부문에서 굉장히 큰 상이죠. 제가 알기로 이 상은 원래 노벨상 등 다른 유명한 상들을 보완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노벨상의 경우 수상자를 3명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이 상은 EHT 팀처럼 큰 규모의 팀 단위로도 수상할 수 있어요. 현대 과학 연구가 여러 팀 단위의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반영하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노력한 수백 명의 과학자가 쏟은 공로를 모두 인정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 역시 오랜 시간 노력해왔는데, 그 노력이 이렇게 인정받게 되어서 너무 기뻤습니다.

지난해 EHT 팀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블랙홀 그림자 이미지를 촬영하셨는데요. EHT 프로젝트의 블랙홀 관측 연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한 천체입니다.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블랙홀과 다른 어떤 것과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때 블랙홀의 강한 중력은 블랙홀의 외부 경계면을 지나는 빛을 휘게 만드는데, 이를 관측하여 블랙홀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보면 이 빛들이 블랙홀을 휘감아 하나의 거대한 원을 그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릅니다. 우주에서는 작은 천체지만, 엄청난 질량을 가진 블랙홀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해상도가 필요합니다. 높은 무선주파수를 사용하는 전파망원경을 여러 대 연결하면 천체를 더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죠. 그래서 전 세계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서 8개의 망원경이 동시에 같은 블랙홀(M87)에서 나오는 전파를 관측하고, 이를 하나의 슈퍼컴퓨터에 모아 분석했습니다. 망원경이 8개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구가 자전하는 점을 이용하여 더 많은 이미지를 확보했죠. 지구 곳곳에 위치한 8개의 안테나가 각각 하나의 픽셀 같은 역할을 하여 전체 블랙홀의 이미지를 구성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HT 팀에서 교수님께서는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EHT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대학교 안에 있는 전파천문대(SRAO)도 이용될 수 있을까요?

팀 내에서 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현재는 서울대학교 전파천문대(SRAO)가 블랙홀 관측 등에 사용될 수 있게 모델링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SRAO는 현재 블랙홀 관측에 필요한 안테나 등 장비를 이미 구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이 매끄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상태이므로, 가까운 미래에 블랙홀 관측에 사용되는 전파망원경의 반열에 충분히 포함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노벨상급 발견’이라고 평가받는 블랙홀 관측에 대한 과학사적 의의와 교수님 개인적으로 처음 블랙홀 그림자를 포착한 느낌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블랙홀 그림자를 처음으로 포착했을 때 느꼈던 가장 큰 감정은 안도감이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이게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크게 안도했죠. 과학사적 의의에 관해서는 누구한테 물어보느냐에 따라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텐데, 일단 물리학자들의 경우 블랙홀을 직접 관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것이 블랙홀이 정말 실존한다는 증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할 거예요. 저 같은 천문학자는 블랙홀이 실존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많이들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연구를 통해 블랙홀이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주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세계 20여 곳의 연구기관, 347명의 과학자들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역할을 나누어 연구에 참여하고 있나요?

굉장히 복잡해요.(웃음) 세계 각지에 있는 8개의 전파망원경 시설을 연결하여 관측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했어요. 직접 관측을 실행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이들의 연구를 조율하고 연구비도 지원하는 조직도 있고요. 일종의 학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원도 있고, 이사회도 있고, 행정 조직도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봤을 때 전파천문학은 상대적으로 작은 공동체입니다. 전 세계에 몇백 명 정도밖에 없다 보니까, 연구자들끼리 서로 이미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점이 이번처럼 큰 규모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국인 과학자의 경우, 10~15명 정도 있는 것 같아요. 한국천문연구원에 6~7명 정도가 있고, 나머지는 전 세계의 연구소에 퍼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1년 한국에서 강의를 시작한 지 9년이 흘렀습니다. 처음 서울대학교에 오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서울대의 연구 환경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2008년에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년간 프랑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한 후, 다른 기회를 알아보던 중 서울대 천문학부 측에서 교수직을 제안하여 오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 알게 된 지인 중 한국 천문학자들도 몇 명 있었고, 서울대가 좋은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익히 알고 있었기에, 큰 고민 없이 왔습니다. 연구 환경에 관해서는, 서울대는 확실히 좋은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 동료들과 학생들 모두 굉장히 훌륭해서, 서울대학교에서 일하는 게 매우 행복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서울대만이 아니라 한국의 특징일 수 있는데, 연구 지원이 기초 과학보다는 AI와 같은 응용과학 프로젝트에 치중된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는 이미 뛰어난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기초 과학에 대한 지원이 더욱 잘 이루어진다면 연구 역량을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 처음 천문학자의 꿈을 세우셨나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묵묵하게 연구하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유치원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을 많이 읽었어요. 우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신기했죠. 그러다가 중고등학교 때 좋은 수학, 과학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그래서 수학과 물리를 통해 우주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천문학자의 꿈을 꾸게 되었죠. 16~17살 즈음에는 이미 천문학자라는 꿈이 확고해진 상태였어요. 제 연구 분야가 굉장히 매력적인 게, 아직 인간이 우주에 대해서 아는 게 많지 않다 보니 연구하면서 매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서 아직 알아가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이 제게 있어 연구의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것을 많이 알아가고 발견하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평소 수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교수자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학생들이 내용을 실제로 이해할 수 있게끔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꽤 어려워요. 학생들이 여러 공식을 외우고 기억하게끔 하는 것은 비교적 쉽죠. 하지만 학생들이 중요하고 근본적인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려워요. 그런데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할 때 그저 공식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어떻게 그런 공식들이 탄생했고, 그 공식들의 근본에 자리하고 있는 개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둡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봄 학기 수업은 어떠셨나요? 힘드신 점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론 수업을 위주로 하기 때문에 운이 조금 좋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Zoom(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수업하고, 어쩌다 수업을 놓친 학생들도 따라올 수 있도록 녹화본을 올려 두었어요. 꽤 매끄럽게 진행되었고, 별로 힘든 점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학자로서 교수님께서 갖고 계신 연구 계획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려주세요.

현재 저는 학생들과 같이 활동은하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어요. 활동은하핵이 무엇인지 그리고 블랙홀이 자신이 속해 있는 은하와 상호작용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서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이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볼 계획입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것들을 밝혀낼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