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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쉬었다 가세요, 관악수목원에 다녀오다

2020.08.28.

긴 장마의 끝자락이었던 8월 중순의 어느날, 서울대 관악수목원에 방문했다. 관악수목원에서는 매주 금요일, 서울대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숲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산림치유 프로그램은 관악수목원에서의 산책과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참여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자는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관악수목원에 방문해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보았다.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경기도 안양시)에서 진행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경기도 안양시)에서 진행되는 산림치유 프로그램

처음으로 가까이서 숲을 느껴보다

비가 잔뜩 내린 직후라 수목원 입구에서부터 풀과 나무 향기가 가득했다. 정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니, 곽종일 산림치유지도사가 반갑게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맞아주었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에 앞서서 간단히 스트레칭이 이뤄졌고, 노간주나무로 만든 기다란 막대기가 참여자들에게 지급되었다. 산행이 처음인 기자에게 이 막대기는 지팡이로서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초록빛의 이름 모를 식물들 사이로 난 길을 조용히 걸어 소잔디원에 도착했다.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 편안하게 앉아 손바닥은 하늘을 바라보게 두고, 다 같이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산들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고,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며 몸이 공기의 통로가 됨을 느꼈다. 명상의 순간만큼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수목원이라고 하면 잘 정돈된 정원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기자가 직접 들른 관악수목원은 자연 그대로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처음 보는 식물과 곤충이 많았다. 곽종일 지도사를 통해 관악수목원의 생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었다. 탱자나무의 열매는 연두색으로 아직 익지 않은 채였고, 누리장나무는 하얀색의 꽃이 예뻤지만 지독한 냄새가 났다. 정말 산딸기 같은 열매를 단 산딸나무도 볼 수 있었다.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반짝거리고 매끈한 파란 벌레들이 광대노린재라는 것도 곽종원 지도사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고, 도토리거위벌레가 나뭇잎에 알을 낳고 잘라 떨어뜨린 나뭇가지도 발견했다. 산초나무 나뭇잎을 곽종일 지도사의 조언대로 양쪽 볼에 붙이는 체험도 해보았다. 산초나무 잎에서 나는 특유의 향이 모기를 쫓아준다고 했다. 정말 효과가 있는 건지, 프로그램 진행 내내 기자의 얼굴은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이후 관악수목원의 가장 깊은 곳인 마음쉼터에까지 올랐다. 곧게 솟은 잣나무로 둘러싸인 숲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딸기와 블루베리로 우린, 곽종일 지도사가 직접 준비한 차를 마셨다.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니 무언가 재빠르게 나무를 타고 오른다. 청설모였다. 높은 나뭇가지 사이를 어찌나 잘 뛰어다니던지, 우리 모두 웃음이 났다. 내려오는 길은 제법 힘이 들었다. 물이 졸졸 흐르는 바위를 건너고 막대기로 풀숲을 헤치며 조심조심 걸어가니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맺혔다. 풀과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지나 탁 트인 언덕에 이르자 발밑에 펼쳐진 숲의 풍경은 감탄스러웠다. 엷은 것에서 짙은 것까지 갖가지 녹색의 빛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잠시 숨을 멈췄다. 내려오는 길 막바지에는 작은 계곡을 만났다. 근처에 있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그 계곡물에 우리 모두 손과 발을 담그고 마냥 즐거워했다.

프로그램 종료 후, 곽종일 산림치유지도사가 나눠준 작은 선물
프로그램 종료 후, 곽종일 산림치유지도사가 나눠준 작은 선물

지친 일상에 쉼표가 되어줄 이곳

헤어지기 직전에 곽종일 지도사가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선물을 건네주었다. 볕에 잘 말린 메타세쿼이아 나무 열매 두 알에 노란 리본이 묶여있었는데, 그 모양이 작고 동그란 솔방울 같아 정말 귀여웠다. 숲의 보물을 손에 꼭 쥐고 나오는 길은 신이 났다. 방학 중에도 온라인 수업을 듣느라 매일 집에만 있다가 이렇게 숲의 기운을 만끽하고 나니 상쾌하고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일상의 피곤한 것들은 잊은 지 오래였다. 이번 산림치유의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숲의 경험을 나누는 게 좋아 5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곽종일 산림치유지도사는 숲을 걷는 내내 행복해 보였다. 곽종일 지도사는 “숲은 누구에게나 사랑과 선물을 주는 그런 곳”이라며 “누구든지 오셔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경험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정취를 한껏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일상에서 쌓인 피곤을 풀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한 숲을 만나보고 싶은 이들 모두에게 관악수목원의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외에도 숲의 곤충과 식물, 동물을 관찰하는 숲해설 프로그램 또한 준비돼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현재는 수목원 이용이 전면 통제된 상황이지만, 상황이 나아진다면 이메일 신청을 통해 10월까지 매주 진행되는 관악수목원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관악수목원에 가게 된다면, 잣나무숲에서는 청설모를 잘 찾아보시라. 운이 좋으면 잣나무 열매를 야무지게 파먹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서의 경험은 올해 가장 신비롭고 놀라운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한다.

(서울대학교 수목원 홈페이지 : http://arbor.snu.ac.kr/)

소통팀 학생기자
불어교육과 남은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