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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한민국 헌법

2020.08.07.

2017년에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서울대 교수들의 인기 강의를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강연 프로그램이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를 줄여 ‘서가명강’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정치·사회·역사·철학·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명강의를 여러 플랫폼을 통해 대중 일반에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매주 열리는 현장 강연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가명강의 다채로운 콘텐츠가 제공되고 있다. 2019년부터는 강연과 오디오를 통한 콘텐츠를 재구성한 ‘서가명강 시리즈’가 도서로도 출간되고 있다.

서가명강에서 헌법을 주제로 강의를 한 이효원 교수(법학전문대학원)/출처: 서가명강 Youtube 채널
서가명강에서 헌법을 주제로 강의를 한 이효원 교수(법학전문대학원)/출처: 서가명강 Youtube 채널

지난해 6월, 서가명강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인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가 출간되었다. 이효원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의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으로, 이 교수는 헌법 및 통일법 분야에 있어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히며, 헌법적 가치와 실천 사이에서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이 교수는 사법연수원을 거쳐 법무부 특수법령과 검사, 대구지검 부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부장검사)을 역임하는 등 14년간 검사로 활동했으며,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법과대학과 연방헌법재판소 등에서 연수하며 기본법과 통일 과정에서의 법적 쟁점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학교 안팎에서 활발한 연구 및 교육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 교수와 이번 서가명강 시리즈 저서에 관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효원 교수는 “헌법이 어렵고 추상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국민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쯤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가명강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를 서술할 때에는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첫째, 헌법의 조문이나 내용보다는 헌법이 내포하고 있는 핵심적 가치를 소개하고자 했다. 구체적이고 까다로운 법조문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아낸 것이다. 둘째, 객관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인 가치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공유하고자 했다. 이 교수는 “헌법적 가치도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역사적 현실에서 부단히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두 번째 주안점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출간된 책의 내용 자체를 톺아보기보다는, 책에 담긴 헌법적 가치의 의미를 최근 한국 사회에서의 사례에 적용해보는 데 중점을 두어 진행되었다. 이효원 교수는 “국가는 서로 다른 인간들이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가는 공동체이고, 가치의 갈등과 충돌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헌법은 이러한 가치의 충돌을 조정하고 공존하는 규범적 기준과 방향을 제시한 것이지만, 그 구체적인 방법과 정도는 특정한 사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공개 를 예시로 한 간단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 교수는 “대립하는 양자를 변증하여 극복해야 한다”며, 얼핏 개인의 사생활이라는 가치와 공동체의 건강권 또는 국가의 안전이라는 가치가 충돌되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를 꼬집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헌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양자의 가치를 모두 존중하며 변증법적인 극복을 해낼 방안을 찾아내는 데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을 ‘방역에 성공한 나라’로 꼽으며 생긴 ‘K-방역’이라는 별칭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다. 방역 성공의 요인에 대해 언론에서는 주로 ‘큰 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행동 양식을 통제하기 용이한 ‘큰 국가’가 코로나 사태에 대해 다른 주체들보다는 더욱 잘 대처할 수 있었다는 설명으로, 심지어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는 ‘큰 국가’가 다시 득세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출되고 있다. 이효원 교수는 이에 대해 “헌법은 늘 국가가 개인의 생활에 어느 정도로,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며 “헌법은 개인의 밀실인 사적 영역에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광장으로 끄집어내는 것을 통제하는 것을 늘 경계한다”고 말했다.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큰 국가’ 또한 민주주의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권력을 쥔 소수에 의해 다수의 권리가 침해되는 문제는 헌법을 통해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효원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 사회에 대해서, “대한민국의 미래상은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대한민국의 오늘은 불안하고 갈 길이 멀고 험난해 보이지만, 최소한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는 헌법에 잘 나타나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가 더욱 급변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 교수는 향후 변화하는 모습에 따라 현실을 반영하는 법률의 제정과 헌법해석의 변화도 수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덧붙여, 인터뷰의 말미에 기자가 질문한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 이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정책은 법을 통해 실현하고, 법에 의해 제한된다”며 “어떠한 전공이든지 최소한 법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양으로서의 법 공부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통팀 학생기자
안소연(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