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안내

서울대 소식

뉴스

뉴스

서울대뉴스

[르포] 팬데믹이라는 공포, 지금 여기 우리가 놓인 세계 - 긴급 좌담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회적 충격과 전망’에 가다

2020.03.27.

지난 2월 18일,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장덕진 교수(사회학과)가 발제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아시아연구소 영원홀에서 열린 긴급 좌담회에서 장덕진 교수(사회학과)가 발제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101동)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회적 충격과 전망’을 제목으로 한 긴급 좌담회가 진행됐다. 본 좌담회에는 의학, 사회학, 언론정보학, 정치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토론하는 장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는 갑작스레 등장하여 삽시간에 우리 사회를 마비시켰다. 대비할 새가 없던 코로나19에 대해 전문가 집단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토론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본 좌담회는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좌담회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정종호 교수(국제학과)의 사회로 시작되었다. 정 교수는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에서 초기 전파가 빨랐던 이유를 ‘허브’와 ‘전파자’ 두 가지 요인을 들어 분석했다. 첫째는 ‘허브’ 요인으로, 우한이 중국의 ‘일대일로의 중심’으로 9개의 성과 맞닿은 교통의 요지라는 점이다. 둘째 ‘전파자’ 요인은 우한으로 이주한 다수의 농민공*이 춘절 기간에 우한에서 다른 지방으로 대거 이동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학문적 시각으로 바라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천병철 교수(고려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병리적·역학적 특성에 대해 “SARS나 MERS에 비해 치명률은 현저히 낮으나, 전파력이 독감과 유사할 정도로 높아 클러스터 형성 능력이 매우 강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천 교수는 역학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폭발적인 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지역사회 전파에 대한 강화된 대응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좌담회 다음날인 19일부터 천 교수의 언급처럼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지금까지도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클러스터형 감염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트워크 전문가인 장덕진 교수(사회학과)는 “감염병의 전파는 ‘바이러스+네트워크’로 이루어진다”며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및 치료 못지않게 네트워크 전파에 대한 분석과 대책 수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SIR 전염병 네트워크 모델’과 ‘선택적 진단 및 치료가 불가피할 경우 최적의 선택론’ 등 네트워크 전파와 관련한 논의들을 소개하며 제기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조한승 교수(단국대 정치외교학과)는 “보건은 단순히 개인의 건강과 관련된 영역을 넘어서서, 오늘날 사회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으로 대두되었다”며 국제 거버넌스 수준에서의 대응 및 협력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조 교수는 한중일 3국의 코로나19 대처를 비교하며, 질병관리본부 중심의 단일화 체제, 국제보건규칙 외부합동평가 자발적 검사 등의 근거를 들어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보건 안보 대응을 잘 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과 일본의 보건 안보 협력 의지가 높은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이 주도적으로 동아시아 보건안보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짜뉴스와 왜곡된 프레임 형성으로 인한 불안의 증폭과 무분별한 혐오와 차별에 대한 지적도 수차례 제기됐다. 특히 이준웅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언론의 부실한 팩트 체크, 주류 언론의 노골적인 정치적 해석과 대응, 혐오와 차별을 수반하는 표현의 무차별적 소비에서 찾았다. 이 교수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대처방안을 구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표출하는 불안과 공포는 당연한 일”이라며 “과도한 불안, 혐오에 대한 책임은 각종 프레임을 특정 방향으로 조직한 지식인 집단과 언론에 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에 던진 수많은 과제들

이현정 교수(인류학과)는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사태에서 모든 의사 결정이 한시 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데에 비해, 의사 결정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모든 결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며 딜레마적 상황을 소개했다. 그 예시로 두 차례에 걸친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연기 결정은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를 이용한 판단이 아니며, 애초에 시간적 제약으로 그러한 검증 절차를 거칠 수도 없는 결정이다.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2주 개강 일정이 연기된 데에 대해 서울대 역시 관련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딜레마적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결국 관련한 문제를 돌파해내는 결단력에 있으며, 여러 결정과 판단을 어떻게 내릴 것인지에 대한 사전 논의 역시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윤정 연구원(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은 질병 대응 체계에서 인권이라는 요소가 결여되어 환자와 가족의 신상에 대한 폭력적 노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문제와 같은 감염병 사태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인간의 가축 사육, 밀집된 현대 사회,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로 인한 인간과 야생동물의 접촉 등 감염병 사태의 원인은 인간의 산업화와 현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태를 원헬스**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며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긴급 좌담회를 돌아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단순한 병리적 문제가 아닌 각종 사회적·과학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종합적 해결을 필요로 하는 문제라는 점과 그만큼 각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코로나19와 그로 인한 문제점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전염병 사태가 진행되는 지금과 종식된 이후의 미래를 모두 치열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제기된 문제와 제안된 해결책 각각을 현 사태를 잘 이겨내기 위한 시금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농민공 :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라 새로 형성된 사회계층으로, 기존 농민들이 고향을 벗어나 경제발전지로 이주하여 노동업에 종사하는 농민 출신 노동자를 말한다.
**원헬스 : 자연-동물-사람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서로 지대한 영향을 주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모두가 건강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하는 다학제적 접근을 의미한다.

홍보팀 학생기자
김선형(생명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