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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치유와 열정 - 이효민 동문

2020.02.27

이효민 의학과 97학번
이효민 의학과 97학번

대학병원 의사에서 국경없는 의사회 활동가
남부러운 것 없는, 평범한 삶이었다. 서울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임상교수로 근무하던 의사 선생님은 어느 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밖 다른 삶이 궁금하더라고요. 무작정 의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었어요.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의사직이니 그걸 살리면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찾다가 국경없는 의사회를 알게 됐죠.”

전쟁과 빈곤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곁에서 조건 없는 의료 지원을 제공하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 ‘국경없는 의사회(MSFMedecins Sans Frontieres)’. 이효민 동문은 한국사무소가 세워진 2012년부터 지금까지 활동가로서 세계 곳곳을 누비는 마취과 전문의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수술에 필요한 마취과 의사를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었어요. 인터뷰를 하고, 떠나기로 마음먹고, 다니던 병원에서 6주 정도 휴가를 받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사직서를 냈죠.”

첫 번째 파견 지역은 나이지리아. 모성관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곳이었다. “충격이었죠. 그간 수련받고 일하면서 썼던 대부분의 장비와 약 없이, 제 손과 머리만으로 일해야 했으니까요. 혹시 한국이었다면 이 환자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무력감도 느꼈고요.” 한 달 반, 임기를 마치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아무 생각도 없이 무작정 길 위를 걷고 나니 ‘한 번은 더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영국에서 열대위생의학을 공부한 한 해를 빼고 8년 동안 나이지리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필리핀, 남수단, 파키스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지난해 라이베리아까지 벌써 11번째 파견을 마쳤다.

"아프리카나 다른 저소득국가에서 일하면서 의사라는 일의 가치를 훨씬 잘 알게 됐어요.
제가 하는 작은 일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되는구나, 느끼죠."

누구에게나 자기 삶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24시간 언제 무슨 일이 생기든 이상하지 않은 상황. 어디든 파견 현장의 하루는 밀도 높다. “익숙해졌다 해도 언제나 스트레스는 있지요. 가장 힘들었던 건 교전 지역을 커버한 남수단 프로젝트였어요. 날마다 폭격 소리를 들으며, 매일매일 들이닥치는 총상 환자를 보는 게 쉽지 않았죠. 본부에 요청해서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돌아와 심리상담을 받았어요. 그 이후엔 모든 종류의 전쟁에 반대하게 됐습니다.” 보통 1~3개월, 매년 1~2회 활동가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활동이 끝나면 길게 여행을 떠나거나 파견지에서 사용하는 프랑스어 공부 등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남은 시간은 한국에서 프리랜서 의사로서 일하면서 생활비를 번다. “10년 전만 해도 제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줄 몰랐어요.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의 생활이 참 만족스럽습니다. 시간을 오롯이 제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국경없는 의사회 한국 활동가는 30여 명. 그중 의사는 9명이다. 많은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처음 떠났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묻는 선후배도 늘었다. “저처럼 사직을 결심하고 오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죠. 현장에 바로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에 실무 경험이나 언어 능력 등이 필요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퇴직 후 삶을 계획한다거나 유럽의 병원처럼 한두 달 개인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겠죠.”

학창 시절 그 흔한 배낭여행도, 의료 봉사활동도 관심이 없었다. 다만 이 동문은 때마다 결정의 순간에서 스스로에게 충실한, 보다 옳은 선택을 내리려 노력할 뿐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지금도. 오늘 그렇듯이 미래도.

국경없는 의사회
1971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한 국제 인도주의 민간 의료 단체.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고난에 처하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의료 지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