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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의 정점, 신 빈악파 음악을 만나다

2019.11.26.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후원하고 음악대학 피아노전공이 주최한 ‘2019 서울대학교 국제 피아노 아카데미’(이하 IPA)가 11월 1일(금)부터 6일까지 진행되었다. 주제는 ‘빈의 클래식 음악’으로, 빈에서 활동했던 고전파 음악가들의 레퍼토리는 물론이고 빈에서 활동했던 현대 음악가들, 일명 ‘제2(신) 빈악파’의 레퍼토리까지 폭넓게 다뤄졌다. 음악대학 피아노전공 교수진을 비롯해 신수정 명예교수, 이대욱 교수, 샌프란시스코 음악원의 Yoshikazu Nagai 교수, 비엔나 국립 음대의 Jan Jiracek von Arnim 교수 등 다양한 배경의 음악가들이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2008년도부터 시작된 SNU IPA는 현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세계 각지의 음악인들을 초청해 교류하고 있으며 올해 11회를 맞이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작년 한 번의 휴지기를 거치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재단장하고 음악을 주제로 국제적인 토론과 소통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마스터클래스와 렉쳐콘서트, 콜로키움과 피아노과 학생 전공 정기 연주회(Winner’s Concert)가 아카데미의 마무리로서 진행되어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낭만주의에 작별을 고하다, 신 빈악파의 태동

이번 IPA의 큰 특징은 신 빈악파 또한 제1 빈악파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졌다는 점이다. 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 등으로 구성된 신 빈악파의 경우 그 음악이 상대적으로 난해한 점 때문에 베토벤이나 하이든 등의 제1 빈악파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지 않다. 하지만 신 빈악파의 음악사적 의의 등을 고려해 이번 IPA에서는 신 빈악파 음악도 심도 있게 다루었다.

특히 4일에 있었던 콜로키엄에서 신 빈악파 레퍼토리가 주요하게 다뤄졌다. 신 빈악파 음악을 대표하는 곡인 쇤베르크의 ‘Suite Op. 25’,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Op. 1’, 베베른의 ‘피아노 변주곡 Op. 27’ 등이 소개되었다. 이러한 신 빈악파의 음악을 ‘표현주의 음악’이라고도 부르는데, 감정의 내적 정제를 강조했던 인상주의 음악과는 반대로 감정의 외적 표출을 강조하고자 한 현대음악의 한 경향을 뜻한다. 표현주의 음악가들은 음의 높낮이를 역동적으로 구성하거나 무조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등 기존 음악계의 관행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쇤베르크는 이러한 음악적 움직임에 대해 “예술은 할 수 있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에서 오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이번 행사의 콜로키엄은 위 레퍼토리의 곡 일부분을 학생들이 예시로 직접 연주해 보이면서 곡의 주요 특징에 대해 행사 참여자들에게 강연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쇤베르크와 베르크 곡의 경우 독일어로, 베베른 곡의 경우 영어로 콜로키엄이 진행되었다.

신 빈악파 음악에 대한 저마다의 이야기

학생들의 강연 이후에는 서울대 피아노과 교수진 일동과 초청 교수인 이대욱 교수, Jan Jiracek von Arnim 교수, 그리고 콜로키엄에 참석한 학생들과 피아니스트 Aviram Reichert 등이 참여한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본격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기 전 Arnim 교수는 “신 빈악파의 음악이 광범위하게 논의되는 경향은 있으나 대중적이고 인기 있는 곡은 아니다”라며 “신 빈악파 음악의 ‘정교함’이라는 특성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이유로 대중뿐만 아니라 음악가들조차도 신 빈악파 음악을 꺼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와 함께 “신 빈악파 음악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피아니스트 Reichert는 “과거에 베르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곡이 난해해서 클라리넷 연주자에게 가르침을 받아가며 힘들게 연주한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Arnim 교수의 문제 제기에 공감했다.

강연과 연주를 진행했던 학생들 또한 강연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소감을 토론회를 통해 나누었다. 베르크의 소나타를 강연했던 정상욱 학생은 “쇤베르크나 베베른의 곡과는 달리 베르크의 소나타는 조성이 있어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곡으로 보였다”고 소감을 말하였다. 쇤베르크의 곡을 준비했던 안미현 학생은 “얼핏 보면 과거와는 접점이 없는 현대적인 곡처럼 보이지만, 이 곡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현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바흐의 음악에서 볼 수 있었던 음악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쇤베르크의 곡과 바로크 음악의 공통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파지올리 피아노의 제작자인 파올로 파지올리와 SNU IPA 행사 참여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행사에는 피아노과 정기 연주회가 개최되어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펼칠 기회가 주어졌다./음악대학 제공
파지올리 피아노의 제작자인 파올로 파지올리와 SNU IPA 행사 참여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행사에는 피아노과 정기 연주회가 개최되어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펼칠 기회가 주어졌다./음악대학 제공

음악으로 하나 된 국제적 소통의 자리

2019 SNU IPA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 아래에서 모두가 공감과 소통의 기회를 가지는 국제적인 배움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였다. 클래식 음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온 빈에 초점을 맞춰 마스터클래스와 콜로키엄 등 학술행사가 진행되어 관련한 미학적 논의를 심도 있게 다룰 수 있었고, 관련한 사제 간의 활발한 소통의 시간이 따로 주어져 음악을 주제로 한 더욱 다채로운 의견이 오갈 수 있었다. 학문의 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이어진 Winner’s Concert를 통해 참여자 모두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이 감상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정서적 영향에 대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번 SNU IPA는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는 생각이나 현대음악이 뜻하는 바를 모르겠다는 생각에 대해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다. 서울대 음악대학은 지속적으로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와 대중적 공감을 이끌기 위한 음악에 대한 다양한 담론장과 감상의 자리를 마련해왔다. 앞으로도 이어질 서울대 음악대학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맞이할지, 국제적인 교류를 지속하는 중에서 한국의 클래식 음악은 어떤 발전을 이룩하게 될지, 그 미래를 기대해본다.

홍보팀 학생기자
임진우 (조선해양공학과 18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