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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상 수상자 시리즈1] ‘인간’을 배웁니다_이명선 교수

2017.08.30.

서울대학교는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학문발전에 기여하고 학교의 명예를 높인 교원을 선정하여 학술연구상을 수상하고 있다. 2017학년도 1학기 수상자들의 활발한 연구 활동과 우수 연구업적을 소개함으로써 대학 내 우수 연구 확대를 위한 발전적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만나는 수상자는 간호대 간호학과 이명선 교수이다.

현미경이 아닌, 자신의 눈과 귀, 입으로 환자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 연구를 통해 ‘인간’을 더 이해하고 격려하기를 꿈꾸는 이명선 교수를 만났다.

이명선 교수
이명선 교수

질적 연구,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이명선 교수가 질적 연구를 처음 접한 것은 미국 간호학에서 질적 연구가 시작되던 시기였다. “당시에 산후 우울증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았는데,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나와 너무나도 경험이 달랐어요. 그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죠.” 환자에 대해 생각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 그 사실을 깨닫자 환자라는 대상 하나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질적 연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질적 연구로 학위를 받고 연구자가 되었다. “사실 일방적인 지시로 이루어지는 의료인 중심의 사회에서, 환자들은 을이에요. 그들은 약자이기 때문에 이해받지 못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게 되죠. 질적 연구는 그런 사람들 개개인을 하나의 총체적인 인간으로 바라봄으로써 환자 중심의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에요.”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도 그들의 삶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환자의 일상과 경험을 이해해야, 어떤 과정(process)에 대한 맥락과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질적 연구는 이를 통해 한 환자를, 더 나아가서는 한 인간을 알아가는 과정이 되는 거죠.”

사랑하니까, 알아간다는 것

대한종양간호학회와 대한질적연구학회 회장으로 10년 이상, 아시아종양간호학회 초대회장 역임 등 연구 외에도 다양한 활등을 하며 질적 연구와 암 환자 간호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온 이명선 교수는 자신의 원동력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저는 인간은 누구나 ‘Skilled Actor’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이든 행동이나 생각에는 항상 그만한 이유가 있죠. 하지만 환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하였을 때 그것을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들어주는 사람도 많지 않죠. 연구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이 제 연구의 목표였죠. 그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무언가를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물론 쉬운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는 강해져요.” 실제 이명선 교수는 유방암 환자들이 유방암 예방 강사 활동을 통해 당당하게 세상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작업에 오랫동안 참여해왔다. 책상 한쪽에는 유방암 환자들의 선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신을 외치는 세상을 꿈꾸다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로 ‘인간에 대한 관심’과 ‘무지에 대한 이해’ 두 가지를 꼽았다. “환자의 경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한 인간은 여러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니까요. 즉 ‘모르고 있다는 것’을 반드시 전제해야 총체적으로 대상을 바라볼 수 있죠. 이는 당연히 인간에 대한 관심을 필요로 해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공감하면서, 또 사랑하게 되죠.” 결국 인간 사랑이 모든 연구의 기초가 된다면서, 교수는 말을 이어갔다. “질적 연구에 ‘정답’은 없어요. 다만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나를 통해 제 3자에게 보여주는 과정이죠. 약자가 당당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게 해주는 것,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자신을 당당히 세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인 셈이죠.” 그것을 위해 질적 연구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며, 이명선 교수는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홍보팀 학생기자
김은비(국어국문학과 16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