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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와 사랑에 빠진 교수

2010.01.28.

순수학문 끊임없는 창조와 도전이 매력 임지순 교수와 학생들 사진

서울대 첫 석좌교수가 탄생했다. 바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인 과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 임지순 교수(물리천문학부)이다. 그는 탄소나노 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한순간의 방황이나 고민도 없이 물리학을 택한 것은 축복인 것 같아요. 가장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전공을 선택했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해나가면서 무척 즐거웠어요.”

임 교수는 단순히 화학이나 생물보다 물리가 재미있어서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연구하기보다 우주의 원리를 따지고 규명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았던 까닭이다.

70학번인 임지순 교수는 입학 당시, 예비고사 전국 수석ㆍ서울대 수석 입학으로 ‘대학자’가 되리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1986년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로 임용된 후 20여 년간 서울대와 희노애락을 함께해 왔다.

임지순 교수 사진임지순 교수는 1996년 탄소나노튜브의 반도체적 성질을 발견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요한 학술적 업적은 따로 있다. 1979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고체가 가진 에너지를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발표해 계산재료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로 발전시킨 것이다. 2005년부터는 수소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물리학자이면서도 응용과학에 힘을 쏟는 임 교수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사실 연구 초기에는 신물질이나 대체에너지 등 응용과학에 관심이 많지 않았다. 연구방향에 전기를 맞은 건 1997년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과학자로서 나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때부터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물질도 연구하고, 연구 성과를 특허 출원하는 등의 작업도 병행하기 시작했죠.”

임지순 교수는 물리학 등 순수학문의 매력을 예술에 비교한다. 예술처럼 창조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물리학은 어떠한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면 그에 대한 논리를 만들어 설명해야 하는 도전적인 학문입니다.” 그는 현상이나 물질에 대한 명쾌한 설명을 다른 학자들에게 새로운 것으로 인정받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이런 순수학문의 기쁨을 알지 못하고 의대, 법대 등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실에 임 교수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울대가 김빛내리 교수와 현택환 교수 등 유능한 젊은 교수들을 석좌교수에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국가나 학교에서 과학자를 우대하는 모습을 보이면 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도 자연스레 많아질 것”이라고 반색했다.

열심히 연구에 정진한다면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좋은 차를 타기도 한다는 임 교수. “순수학문을 공부하더라도 실력만 제대로 갖춘다면 절대 굶어죽지 않아요. 사람은 적성에 맞는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말을 하며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연구실 한 켠에서 수소 에너지 저장 물질 설계에 골몰해 있을 임지순 교수의 모습에 그 때 그 얼굴이 겹쳐진다.

2010. 1. 28
서울대학교 홍보부
학생기자 노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