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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연애처럼 ‘밀고 당기기’ 잘 해야 먹힌다

2009.08.27.

광고도 연애처럼 밀고 당기기 잘해야 먹힌다

이미 광고업계는 대표적인 ‘레드오션’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심결에 흥얼거리는 CM송, 감칠맛 나는 카피, 순식간에 마음을 사로잡는 화면 등은 나로서는 떨치기 어려운 광고의 매력이다. 그럼에도 ‘15초의 마술’이란 말처럼 광고제작에 대한 나의 꿈은 신기루 같았다. 광고계의 마이더스 손, 권은아 선배는 바로 이런 나의 막연한 생각에 해답을 던져줬다.

광고, 마케팅과 창의성으로 피운 꽃
광고대행사 금강오길비의 광고기획팀 국장 권은아(영어영문 95년 졸) 선배. 선배는 1995년 광고 AE(Account Executive)로 일을 시작했다. “광고기획자인 AE는 시장분석부터 목표소비자설정, 광고컨셉, 광고제작관리 등 한편의 광고가 만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관리해요. 마케팅적인 능력과 창조적인 시야 모두를 갖춰야 하는 중요한 자리죠”

선배 뒤를 따라 들어선 미팅룸 한쪽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유명한 광고의 스토리보드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광고주의 등살 속에서 소비자에게 외면받지 않는 광고를 만들려는 광고쟁이들의 고군분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까다로운 광고주 입맛과 변덕스러운 소비자 트렌드. 사기 떨어뜨리는 광고주 면박과 쉽게 드러내지 않는 소비자 속내. 그리고 제작자의 욕심까지 만족시키려다 보니 야근은 일상이 되었다.

살인적인 업무량과 혹독한 경쟁의 광고판이지만, 권은아 선배는 자신의 직업을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타 업계보다 활력이 넘치는 동료들과 일할 수 있어서다. 업무 능력도 중요하지만, 광고의 특성상 톡톡 튀는 개성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동료들과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해요. 연이은 밤샘 기획회의 뒤라도 퇴근길 동료들과 소주 한잔 하면 지긋지긋한 광고주의 등살까지 떨쳐낼 수 있을 정도예요.”

멋진 광고? 광고와 연애하듯 일하는 게 답
권은아 선배는 광고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배는 광고 만드는 과정을 연애에 비유했다. “연인은 소위 ‘밀고 당기기’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잖아요. 광고기획자는 소비자와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소비자의 속마음을 간파하는 것이 광고제작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또 책을 많이 읽으라고 덧붙였다. 인간사회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있는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경험을 해보면, 소비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광고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다소 원론적이지만 신념을 갖고 행동하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여자 AE의 수명은 길어야 5년이라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말에 신경 썼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권 선배는 늘 성실하게, 신념을 갖고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쉬는 날에도 마트에 가서 제품들을 둘러보고, 하루에 십여 권씩 잡지를 읽으면서 스크랩을 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은 경험이 내실있는 광고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젊음을 살아라!
요즘 권 선배는 편하고 쉬운 길만 찾는 학생들 모습에 조금은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한다. 가장 활발히 활동해야 할 대학시절, 고시책이나 전공서적 한 줄에 매달리기보다 사회의 다방면을 몸소 체험해 보라고 권했다. 이 말에 나는 슬며시 선배에게 준비해간 이력서를 내밀었다. 즉각 따끔한 지적이 떨어졌다. “서울대생은 주어진 것은 잘 하지만, 스스로 찾아서 해내는 능력은 조금 부족한 듯해요.” 다른 학교 학생들은 이력서가 꽉 찰 정도로 많은 경험을 적어낸다면서 코바코나 광고정보센터 같은 곳만 둘러봐도 각종 인턴십 정보를 찾을 수 있고, 광고 관련 수업도 많다고 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선배의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힘이 되었다.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으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라는 단순하지만 쉽지 않은 해답도 얻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광고쟁이들이 일상다반사처럼 겪는 고충을 이겨낼 수 있는 쾌감이 바로 광고라는 사실이 뿌듯했다. 좋아하는 것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생기와 활력을 슬쩍 나눠받은 듯해 돌아오는 길 어깨까지 가벼웠다.

박혜란 (경제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