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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밀 해결의 열쇠 '구상성단'

2010.04.15.

이명균 교수 연구팀, 방랑하는 구상성단 거대구조 발견

아직 그 누구도 풀지 못하는 수많은 비밀을 가진 미지의 세계 우주. 수많은 비밀과 모습 중 특히 우주 최초로 태어난 별과 은하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어 우주 거대 연구에 새로운 분야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연과학대학 물리ㆍ천문학부 이명균 교수는 수천 개의 은하를 포함하고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방랑하는 구상 성단으로 이루어진 거대 구조를 발견하였다.

구상 성단은 백만 개의 별이 둥글게 모여 있어 축구공처럼 보이는 천체이다. 구상 성단은 나이가 120억 년 내외로 우주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천체이므로, 빅뱅 우주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할 수 있다. 구상 성단은 우주의 거대 구조 연구나 암흑 물질 탐사에도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은하는 천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항성계이며, 우리 은하는 약 160개의 구상 성단을 거느리고 있다.

이명균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처녀자리 은하단을 연구 대상으로 선택하고, 이에 대한 ‘슬로운 전천 탐사’(Sloan Digital Sky Survey) 관측 자료를 사용하여 관측의 한계를 극복하였다. 슬로운 전천 탐사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2.5미터 망원경과 CCD 카메라, 분광기를 사용하여 하늘의 1/4을 관측하는 대규모 과제이다.

처녀자리 은하단은 은하단 중에서 가장 가까이 있다. 가장 가깝더라도 거리가 5,400만 광년이나 된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거리는 250만 광년. 이 은하단은 2,000개 이상의 은하를 포함하고 있고, 하늘에서는 봄에 잘 보이는 별자리인 처녀자리에서 매우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림1 참조).

구상성단 이미지

그림 1, 왼쪽 이미지 처녀자리 은하단의 구상성단계(이명균, 박홍수, 황호성 2010 서울대학교), 오른쪽 위 이미지 M49(타원은하), 오른쪽 아래 이미지 M80(우리은하 구상성단)

(왼쪽) 처녀 자리 은하단의 구상 성단 지도. 붉은 색일수록 구상 성단이 많이 있음을 나타낸다. 가로 폭은 1000만 광년에 해당한다. 구상 성단으로 이루어진 거대 구조가 여러 개 보인다. 붉은 색 영역의 중심부에는 무거운 은하들이 있다(옆의 글자는 은하들의 이름을 나타낸다). 붉은 색 영역에 있는 구상 성단들은 무거운 은하에 묶여 있으나, 녹색 또는 밝은 하늘색에 있는 구상 성단들은 대부분이 은하와 은하 사이를 떠돌고 있는 방랑자 구상 성단들이다. 이 방랑자 구상 성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는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작은 네모(M49)를 확대하여 보면 오른쪽 위 사진처럼 보인다. (출처: 서울대학교 이명균 교수 연구진).

(오른쪽 위) 처녀 자리 은하단에 있는 거대 타원 은하(메시에 49, M49)의 사진. 본 연구진이 미국 국립천문대의 4미터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이 은하에는 1조개의 별이 있으나, 개개의 별은 어두워서 식별할 수 없고 뿌옇게만 보인다. 각각 별처럼 보이는 작은 점들의 대부분은 별이 아니라, 구상 성단인데 멀리 있어서 작은 점으로 보인다. 작은 원을 가까이에서 보면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보인다. (출처: 서울대학교 이명균 교수 연구진).

(오른쪽 아래) 우리 은하에 있는 구상 성단(메시에 80, M80)을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구상 성단은 축구공처럼 둥글게 보이며 약 백만 개의 별을 포함하고 있다. 이 구상 성단은 3만 광년 떨어져 있어 많은 별들이 보이지만, 처녀 자리 은하단의 거리에 놓이면 하나의 별처럼 작은 점으로 보인다. (출처: 미국 the Hubble Heritage Team/AURA/NASA/STScl/ESA).


구상 성단은 100만 개나 되는 별을 가지고 있고, 크기가 약 40광년이나 된다. 그러나 처녀자리 은하단의 거리에 놓으면 너무 멀어서 하나의 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즉 구상 성단과 보통 별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은하단에서 구상 성단을 찾는 것은 갈대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비슷하며, 구상 성단의 지도를 만드는 것은 깊은 바다 속에 있는 바닥의 지도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이교수팀은 관측 자료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구상 성단의 지도를 만들었다 (그림2 참조).

처녀자리 은하단의 구상성단 이미지

그림 2, 왼쪽 이미지 처녀 자리, 오른쪽 이미지 은하단의 구상성단계

(왼쪽) 처녀 자리의 사진. 큰 사각형이 처녀자리 은하단의 위치를 나타낸다. 맨눈으로 쉽게 볼 수 있는 밝은 별 3개(목동 자리의 아크투루스, 처녀 자리의 스피카, 그리고 사자 자리의 데네볼라)와 추분점(노란 점)을 표시하였다. 이 은하단에는 수천 개의 은하들이 있지만 은하들은 어두워서 맨 눈으로 볼 수 없다.
(왼쪽 원본 사진 출처: T. Credner & S.Kohle, AlltheSky.com).

(오른쪽) 처녀 자리 은하단의 구상 성단 지도. 붉은 색일수록 구상 성단이 많이 있음을 나타낸다. 가로 폭은 1000만 광년에 해당한다. 구상 성단으로 이루어진 거대 구조가 여러개 보인다. 붉은 색 영역의 중심부에는 무거운 은하들이 있다(옆의 글자는 은하들의 이름을 나타낸다). 붉은 색 영역에 있는 구상 성단들은 무거운 은하에 묶여 있으나, 녹색 또는 밝은 하늘색에 있는 구상 성단들은 대부분이 은하와 은하 사이를 떠돌고 있는 방랑자 구상 성단들이다. 이 방랑자 구상 성단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는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출처: 서울대학교 이명균 교수 연구진).


이 지도를 이용하여 은하단에서 구상 성단으로 이루어진 매우 거대한 구조를 발견하였다. 구상 성단은 대부분 무거운 은하 주변에 몰려 있다.
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은하와 은하 사이를 방랑하는 구상 성단들이 있으며, 이들은 은하보다 훨씬 거대한 구조(크기는 수백만 광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이명균 교수의 연구성과 논문은 사이언스(Science) 게재 승인 후 온라인판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Science Express)에 3월 11일 먼저 게재되었다.

이명균 교수는 “이 방랑자 구상 성단들의 정체는 아직 모른다. 이들은 아마도 우주 빅뱅 직후에 태어난 작은 은하들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구상 성단들은 후에 주변의 무거운 은하에게 살던 집을 뺏기고 오늘날까지 은하와 은하 사이를 방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교수는 “이 방랑자 구상 성단은 나이가 우주의 나이와 비슷하고, 무거운 원소의 양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측되며 이런 방랑자 구성 성단은 다른 은하단에도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M49(타원 은하), M80(우리은하 구상성단) 이미지

그림 3, 왼쪽 이미지 M49(타원 은하), 오른쪽 이미지 M80(우리은하 구상성단)

(왼쪽) 거대 타원 은하(메시에 49)의 사진. 이 은하는 처녀 자리 은하단에서 가장 밝은 은하이다. 본 연구진이 미국국립천문대의 4미터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이 은하에는 1조개의 별이 있으나, 개개의 별은 어두워서 식별할 수 없고 뿌옇게만 보인다. 별처럼 보이는 작은 점들의 대부분은 별이 아니라, 구상 성단인데 멀리 있어서 작은 점으로 보인다. 작은 원 안에 작은 점을 가까이에서 보면 오른쪽 사진처럼 보인다. (출처: 서울대학교 이명균 교수 연구진).

(오른쪽 아래) 우리 은하에 있는 구상 성단9메시에 80, M80)을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구상 성단은 축구공처럼 둥글게 보이며 약 백만 개의 별을 포함하고 있으며 크기는 약40광년이다. 이 구상 성단은 3만 광년 떨어져 있어 많은 별들이 보이지만, 처녀 자리 은하단의 거리에 놓이면 하나의 별처럼 작은 점으로 보인다. (출처: 미국 the Hubble Heritage Team/AURA/NASA/STScl/ESA).


은하단은 수천 개의 은하로 이루어진 엄청나게 거대한 은하계이다. 은하단에서는 여러 은하들이 가까이 모여 있기 때문에, 무거운 은하는 중력이 강하여 구상 성단을 다른 은하로부터 빼앗아 오는 한편, 다른 은하에게 빼앗기기도 하여, 약육강식의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시간이 지나면 은하단에서는 구상 성단이 대부분 무거운 은하 주위로 몰리는 한편, 은하와 은하 사이에서도 떠도는 구상 성단이 나타나고, 전체적으로는 구상 성단이 은하단의 중심부로 몰릴 것이라는 이론적 예측은 이십여 년 전부터 있었다. 그동안 이 예측을 검증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수많은 연구가 시도되었으나, 관측의 한계 때문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9년에 망원경 거울의 지름이 25미터나 되는 거대 마젤란 망원경(Giant Magellan Telescope) 건설 사업에 미국, 호주 등과 함께 참여했다. 10년 후에는 우리나라 천문학자들이 이 세계 최고의 망원경을 사용하여 흥미진진한 연구를 활발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망원경을 사용하여 이 방랑자 구상 성단의 비밀도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